가족은 너무나 익숙한 단위다. 모든 생물이 그렇듯 인간 역시 유전자 보전을 위해 짝을 찾고 자손을 낳는다. 가족에 대한 욕구는 지극히 원초적이며 본능적이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을 택하는 청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0년에서 2022년에 이르기까지 1인 가구의 비율은 15.5%에서 34.5%로 늘어나고 4인 가구의 비율은 31.1%에서 13.8%로 감소했다. 적당한 시기에 배필을 찾고 아이 둘셋 낳아 도란도란 살아가는 삶이 당연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래다. 살기가 팍팍해지니 가족이 당위성을 벗고 선택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십 년간 직업의 세계에 머문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각자의 마음 속에는 당장이라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꿈의 불꽃이 타오른다. 하지만 현실을 마주하며 하나 둘 타협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꿈의 불꽃은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둔 불씨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꿈도 일하는 이유도 잊어버린 채 그저 움직이기만 한다.라디오 드라마의 리허설이 아무런 문제없이 끝났다. 극본 공모전에서 수상해 자신의 작품을 방송하게 된 작가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넘쳤다. 이제 프로듀서 우시지마에게 남은 것은 생방송을 리허설 때와 똑같이 잘 마무리
주인공 앤드류는 위대한 드러머가 되는 길에 방해가 된다며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할 정도로 상당한 공명심과 야망을 가지고 있다. 완벽주의를 가진 지휘 교수 플레쳐는 재능의 발현이라는 명목 아래 폭언과 폭력 등을 이용한 가학적인 교육을 정당화한다. 재즈의 거물로 불리는 찰리 파커는 미숙한 드러머로 활동하던 시절 창피와 모욕을 당한 이후 노력을 반복해 위대한 드러머로 발돋움했다. 당시 찰리 파커가 폭언과 폭력을 당하는 대신 더 잘할 수 있다는 격려를 받았다면 우리가 아는 위대한 드러머 찰리 파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터뷰가 곧 영화
우리는 흔히 청소년을 미성숙하기에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미성숙한 청소년을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사회의 필수 덕목이다. 하지만 그 방식이 통제뿐일까? 영화 코러스는 우리에게 이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영화 코러스에서 등장하는 시골 마을의 작은 기숙 학교 ‘퐁드레탕’에서는 학생들을 체벌과 독방 보내기 등 통제에 기반한 교육을 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통제에도 학생들의 반항은 점점 거세지고 더 많은 사고를 친다. 퐁드레탕에 변화를 불러온 주체는 새로 부임한 교사 마티유다. 그는 학생들을 통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다른
‘주토피아에서는 누구나 뭐든지 될 수 있습니다’. 주토피아는 모든 동물이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이상적인 도시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성과는 다르게 주토피아에서는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정해져 있다. 영화 ‘주토피아’는 평등을 주장하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만연한 우리 사회를 거울처럼 비춰낸다.주토피아에서 첫 토끼 경찰이 된 주디는 범죄 사건을 수사하고 싶어 했으나 초식동물이라는 이유로 주차 단속이라는 비교적 쉬운 임무를 맡게 돼 좌절한다. 하지만 차별을 당하는 것은 비단 초식동물뿐만이 아니었다. 여우 닉은 어릴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마주한다. 그 수많은 인연이 오랫동안 함께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떤 인연은 가까워지기도 하고 어떤 인연은 멀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은 멀어지는 인연을 어떻게 할지에 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 ‘토이 스토리 3’는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 가지 좋은 자세를 보여준다.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토이 스토리 속 주인공 앤디도 점차 성장하면서 우디를 비롯한 장난감과 멀어져갔다. 그러나 우디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여전했던 앤디는 자신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우디
사람은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모든 상처가 존중받지는 않는다. 가령 유명세나 이미지 등 대중이 만들어 낸 ‘정당한’ 이유를 토대로 누군가의 상처는 가십의 소재가 됐다. 상처는 그저 이야깃거리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한없이 가벼워져 갔다. 사람들에 의해 가볍게 여겨진 상처는 약점이 됐고 흥미로운 이야기로만 소비됐다.미란다는 업계에서 인정받는 뛰어난 편집장이다. 하지만 그녀는 독설과 폭언을 일삼는 패션계의 마녀이며 인간적인 평판은 바닥이다. 사람들은 이를 이유로 삼아 그녀의 논란을 즐겼다. 세 번째 이혼을 앞두고 있
당신은 비밀을 갖고 있는가? 예상해 보자면 아마 있을 것이다. 차마 밝힐 수 없는 사실을 숨기기도 하고 불필요한 소문을 막기 위해 자신만의 비밀을 갖기도 한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선 약간의 거짓말도 동원된다. 도덕적인 행위로 보이진 않지만 때론 비밀을 갖는 게 나은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영화 ‘완벽한 타인’의 40년 지기 친구들은 소위 말하는 ‘불알친구’다. 하지만 서로에겐 차마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투자에 실패한 일부터 친구 무리 중 한 명을 빼고 예약한 골프 라운딩 예약. 매일 밤 10시면 받는 외간 여성의 가슴 사진과
최근 각종 매체에서 소위 ‘정의 구현’이라 칭하는 사적제재를 다룬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더 글로리’와 ‘모범택시’가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유튜브 등 각종 SNS에 속칭 ‘참교육’ 콘텐츠 또한 무수히 업로드되고 있다. 이들 모두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악하다고 여겨지는 인물을 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사적제재를 담은 콘텐츠는 통쾌함을 선사하며 대중을 열광케 한다.대중이 사적제재에 열광하는 이유는 현 사법 체계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다. 법치국가에서 형벌을 부과하고 집행할 권한은 피해자가 아닌 국가에
심장병에 걸린 목수 다니엘은 손을 머리 위로 올릴 수 있다는 이유로 질병 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요양보호사가 필요했던 현실의 경증 지체 장애 노인 조형섭 씨는 ‘걸을 수 있다’는 이유로 등급 신청을 거절당했다. 일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유에도 다니엘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구직활동을 해야 했다. 그러나 디지털 소외 계층인 다니엘에게 온라인 신청 절차는 낯설기만 하다. 굶어 죽기 전 항고 재판일을 확정해 달라는 다니엘의 요구에도 경찰은 그를 체포한다. 노동의 의무를 다해온 다니엘은 제도에 의해 점차 복지로부터 밀려난다. 석유풍로 공
“우리 모두 100% 뒈진다잖아요!”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과학자 케이트가 간절한 마음으로 외친 말이다. 이때라도 핵미사일로 혜성의 궤도를 변경시켰다면 지구는 멸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혜성 충돌이란 사안을 정치적 의도로 사용한 시점부터 모든 일은 완전히 틀어졌다.대통령 재니 올린은 국민들에게 닥친 위험을 지지율 반등을 위한 정치적인 ‘키’로 사용했다. 영화 속 그녀는 중간선거에 정신이 팔렸고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을 묵살했다. 그러나 스캔들이 터지고 재선에 비상등이 켜지자 혜성 충
루비의 노래가 시작되며 오디오가 잦아들고 정적만이 남는다. 카메라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루비의 모습과 감동하는 청중의 모습을 비춘다. 하지만 루비 가족은 딸의 노래에도 아무 반응이 없다. 관객은 고요함이 주는 이질감에 직면한다.영화 ‘코다’의 주인공 루비는 농인인 가족 사이 중 유일한 청인이다. 그녀의 가족의 언어는 수어다. 그들은 수어로도 농담을 건네는 등 편안하게 소통한다. 카메라는 보통의 가족과 다름없는 그들의 모습을 비춘다. 합창단에 들어가고 싶었던 루비는 노래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고 가수를 꿈꾸지만 가족은 그녀의 노래를 들을
딸은 그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모든 내막을 알게 된 후 딸은 어머니의 소원대로 입국 금지가 된 북한에 어머니의 유골을 묻을 언젠가를 그려본다.‘수프와 이데올로기’ 속 어머니는 제주도 4.3사건의 생존자다. 일제강점기와 4.3사건으로 인해 진정한 고향을 잃어 가본 적 없는 북한을 마음의 고향으로 삼는다. 그 후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활동을 시작해 김일성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딸을 제외한 세 아들을 모두 북으로 보낸다. 하지만 클래식을 즐겨 듣던 장남은 북한에서 음악을 뺏겨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난다. 평생을 밤낮없
변호사 윤리 장전 제18조에는 변호사의 비밀 유지 및 의뢰인의 권익 보호와 관련된 항목들이 나열돼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되며 또한 의뢰인의 권익에 반하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 변호인은 언제까지나 의뢰인의 편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영화 ‘증인’에선 변호인의 의무를 저버린 변호사가 등장한다.인권변호사에서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변화한 ‘증인’의 주인공 양순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국선 살인 사건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양순호는 피고인의 이익을 지켜야 했다. 그를 위해 만난 증인이었지만
행복하니? 우리 중에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 너밖에 없잖아.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 하면서 사니까 행복하냐고. 진짜로 궁금해서 그래. 행복하냐?TV 속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거라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나 자신을 믿으라며 열심히 산다면 언젠가는 성공이 다가올 거라고 말한다. 영화 속 ‘성우’는 그런 조언을 따라가기라도 한 듯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만을 붙들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에게 현실은 냉혹하다. 당장 그의 밴드는 나이트클럽 밤무대를 전전하며 버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밴드 멤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 최근 많은 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지난달 홍성의 모 중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을 포함해 들려오는 수많은 교권 추락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면 비단 틀린 말만은 아닌 듯하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강화된 학생인권이 교권 추락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체벌과 폭언이 사랑의 매로 치부될 정도로 이들의 관계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교권과 학생인권이 시소게임을 반복하는 국내 교육현장의 참담한 실정은 영화 ‘디태치먼트’에 등장하는 학교의 모습과 유사하다.‘디태치먼트’
영화 ‘다크나이트’는 이분법적으로 나눠져 있는 선과 악 그리고 정의에 대한 담론을 과감히 관객에게 전달한다. 정의로운 검사 하비 덴트는 배트맨과 함께 범죄 소탕 작전을 펼치며 고담시를 지켜 나간다. 궁지에 몰린 범죄 조직은 행동대장인 배트맨을 없애기 위해 조커를 섭외한다. 도시는 다시 혼란에 빠졌고 조커는 배트맨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다. 배트맨의 정체가 궁금한 조커는 그가 가면을 벗을 때까지 매일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선포한다. 조커는 배트맨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사회실험을 진행했다. 그가 ‘악’을 행하는 방법은 독특하다. ‘선’
‘더 스퀘어’는 위선을 다루는 영화다. 주인공 크리스티안은 스톡홀름 현대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다. 그는 위선과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사회적 체면에만 신경 쓰며 작위적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그가 미술관에 전시한 작품 ‘더 스퀘어’는 ‘신뢰와 배려의 영역으로 이 안에서는 모두 동등한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정작 그에게 있어 신뢰와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길거리 빈민들을 무시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노숙자에겐 현금이 없다는 핑계를 댄다. 정작 자신이 곤란에 처하자 외면했던 노숙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그의 모습은
탐사 보도 프로그램 ‘60분’의 수장을 맡고 있는 주인공 ‘메리 메이프스’는 새로운 탐사 소재로 부시 미 대통령의 병역 비리 의혹에 대해 취재한다. 탐사팀은 결정적인 증거를 제보 받고 증인 섭외에도 성공하며 비리 의혹을 보도한다. 하지만 보수파 블로거가 증거의 진위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 후 실제로 증거가 조작됐음이 밝혀지며 논란은 더욱 커진다. 결국 팀은 해체되고 주인공이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영화는 끝난다.왜 주인공은 이런 결과를 맞이해야 했을까. 주인공이 밝히고자 한 의혹은 진실이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삶을 편하게 해주는 기술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은 휴대폰과 스피커 그리고 자동차 같이 우리의 삶에 밀접한 존재가 됐다. 하지만 우리는 인공지능을 기계로만 여길 뿐 이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과연 인공지능을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나오는 ‘비봇’은 친구를 사귀게 돕거나 함께 노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학교에서 주인공 바니만 비봇이 없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자 바니의 아버지가 약간의 결함이 있는 비봇을 싸게 구매한다. 하지만 이 비봇에는 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