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보도 프로그램 ‘60분’의 수장을 맡고 있는 주인공 ‘메리 메이프스’는 새로운 탐사 소재로 부시 미 대통령의 병역 비리 의혹에 대해 취재한다. 탐사팀은 결정적인 증거를 제보 받고 증인 섭외에도 성공하며 비리 의혹을 보도한다. 하지만 보수파 블로거가 증거의 진위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 후 실제로 증거가 조작됐음이 밝혀지며 논란은 더욱 커진다. 결국 팀은 해체되고 주인공이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영화는 끝난다.

왜 주인공은 이런 결과를 맞이해야 했을까. 주인공이 밝히고자 한 의혹은 진실이었다. 하지만 의혹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빠른 보도를 위해 조작된 증거를 포함해버린 채 보도했다. 이런 과정은 진실을 거짓으로 만들어 버렸다. 단순히 보수파의 안티적 루머 형성과 진실을 곡해하는 대중들의 잘못만이 아니라 기자로서 중요한 기사의 정확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은 조작된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방송에 송출한 60분 팀에 있다. 영화에서 60분 팀은 현 대통령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의 병역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대선 기간을 넘기지 않고 보도하고자 동분서주한다. 당시 부시의 경쟁자 케리 후보의 베트남 전쟁에서의 행적이 논란됐고 부시의 병역 비리에 대해 밝혀낸다면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의 병역 비리를 두고 온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욕심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증거를 포함해 방송을 송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화제성에 눈이 멀어 기사 자체의 정확성에는 집중하지 못한 것이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도 마찬가지다. 2017년 연합뉴스 특파원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을 오역해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 직후 게시한 트윗에서 관용적 의미의 ‘long gas lines forming’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을 기자가 직역해 문재인 정부의 러시아 가스관 사업 구상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으로 엉뚱하게 해석해 보도했다. 게다가 기성 언론은 팩트 체크 없이 연합뉴스의 해석을 그대로 어뷰징해 오보는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대부분의 관객은 권력의 외압에 패배한 주인공을 안타까워할 것이다. 그러나 더 비판적인 시각에서 주인공의 행태를 돌아보면 비리를 밝혀내겠다는 정의감 이면에는 특종과 화제성에 대한 욕망이 있다. 이는 타 언론사들이 화제성 있는 소재를 그대로 어뷰징해 잘못된 정보가 검증을 거치지 않고 재생산되는 결과를 낳는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취재한 내용을 타 언론사에서 그대로 보도하는 행태에 대해 “굳이 힘들게 취재할 필요 없이 남의 취재를 보도하기만 하는 게 요즘 언론이다”고 비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20년 전 영화 속 언론의 모습은 현대의 요즘 언론에서도 여전하다. 이를 바꿔 나가기 위해선 속보와 화제성이 당연시되는 언론 내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기자와 언론사가 함께 구조적 변화를 도모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사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체감하고 반성하는 기자의 개인적 변화 또한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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