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리 장전 제18조에는 변호사의 비밀 유지 및 의뢰인의 권익 보호와 관련된 항목들이 나열돼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되며 또한 의뢰인의 권익에 반하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 변호인은 언제까지나 의뢰인의 편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영화 ‘증인’에선 변호인의 의무를 저버린 변호사가 등장한다.

인권변호사에서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변화한 ‘증인’의 주인공 양순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국선 살인 사건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양순호는 피고인의 이익을 지켜야 했다. 그를 위해 만난 증인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피고인의 범죄와 거짓말은 더욱 확실시됐다. 양순호는 피고인의 거짓말과 돈의 논리가 지배한 대형 로펌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진실을 추구하는 마음의 움직임을 따른다. 그는 결국 변호인으로서의 본분을 저버린 채 의뢰인의 이익을 보호하길 포기한다. 재판이 끝난 후 그는 변호사직을 내려놓는다.

인권변호사였던 양순호는 초반 대형 로펌 변호사로 이직하며 자본주의의 논리에 순응하는 듯했다. 생계형 변호사들은 진실과 현실 앞에서 양순호와 비슷한 고민에 빠진다. 원치 않는 사건이라도 변호인으로 역할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주인공 우영우는 변호사의 윤리와 관련된 고민을 한다. 의뢰인의 범죄 정황이 확실해도 의뢰인의 편을 들 수밖에 없는 변호사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범죄자의 변호사는 대중에게 악의 편을 드는 나쁜 사람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변호사는 그저 자신의 의무에 충실했을 뿐이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의 무료 변호를 자처했던 법무법인 ‘청운’의 김윤호 변호사는 법조인으로서 진실을 파악하고자 변호를 시도했으나 들끓는 반대 여론에 사임을 결정했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선정된 장성근 변호사도 n번방 조주빈 공범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이 사안에 대한 변호사협회는 “살인자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아무리 범죄자의 죄질이 나쁘더라도 한 사람으로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지식인이기에 그 역할을 다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피고인 변호인을 선임하는 건 기본권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게 변호사의 역할이다. 진실과 정의에 맞서 싸우는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로 보일 순 있다. 하지만 아무리 범죄 증거가 확실한 피고인을 변호하더라도 변호사가 잘못된 게 아니다. 변호사들도 사건 수임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법적 보호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의뢰인의 죄질로 폄훼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진실을 중시한 양순호가 멋져 보이는가? 범죄자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나쁜 사람인가? 그들 모두 자신의 직업에 충실했을 뿐임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