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이하 아주대) 박은덕(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연구 팀이 광전기 화학전지를 활용해 탄화 수소의 화학 결합을 활성화 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탄화 수소를 다른 물질과 결합할 때 태양광 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비용을 줄이고 필요 없는 부반응을 억제해 효율적인 공정 과정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의 2월호에 ‘Highly Selective Tandem Photoelectrochemical C–H Activation via Bromine Evolution Reaction in Two-Phase Electrolyt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박 교수가 꾸린 연구팀에 채상윤(에너지시스템학과) 연구원이 제 1저자로 참여해 연구를 이끌었다.

광합성 과정에서 영감을 얻다

탄화 수소는 탄소와 수소의 결합물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탄화 수소는 화학공업 전반에서 널리 사용돼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아주대 차세대에너지연구소 역시 탄소와 수소를 효과적으로 결합할 방법을 고민했다. 이에 채 박사는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광전기 화학전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광전기 화학전지는 식물의 광합성 과정을 본떠 만든 기술이다. 식물의 광합성은 빛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물이 반응해 산소와 당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이때 빛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물이 한번에 섞이지 않는다. 빛과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와 물이 각각 반응한 다음 결합하는 것이다.

그간의 광전기 화학전지 연구는 개별 물질을 하나의 용매에 섞어 한 번에 반응을 유도했다. 이 경우 한 번에 많은 양을 녹일 수 없으며 의도치 않은 부반응이 일어나는 단점을 가진다. 이에 채 박사는 광합성 과정처럼 개별 반응물을 각각 다른 용매에 녹인 다음 합치는 방법을 떠올렸다. 채 박사는 “각각 다른 용매에 용해시키면 각자 더 많은 양의 반응물을 녹일 수 있어 효과적이다”며 “더불어 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브롬 발생 과정과 브롬화 과정

해당 연구는 먼저 광전기 화학전지를 활용해 브롬을 발생시키는 과정으로 시작됐다. 브롬은 반응성이 높은 원소다. 따라서 탄화 수소와 반응시켜 다양한 물질을 만들기에 유리하다. 그러나 브롬 이온이 아닌 이원자 브롬 상태일 때 더욱 반응성이 높다. 이원자 브롬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열에너지를 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열에너지는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에도 좋지 않아 대체제에 대한 요구가 줄곧 대두돼 왔다. 채 박사는 “광전기 화학전지는 친환경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브롬 이온이 이원자 브롬이 되기 위해선 전류가 흐르는 전지를 지나야 한다. 박 교수 연구팀은 전지의 효과를 높여주는 광전극을 개발했다. 광전극은 전지에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 중 광양극이 전류가 될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광양극에는 태양광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물질이 필요하다. 질화 탄탈륨은 태양광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시광선을 잘 흡수하는 특성을 지녔다. 더불어 브롬 반응에서 브롬이 남아 있는 용액은 강한 산성을 띠는데 탄탈륨은 산에 거의 부식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는 질화 탄탈륨이 광양극의 물질로 사용됐다.

이어 질화 탄탈륨이 활발히 반응하도록 하는 조촉매를 선정하는 과정이 이뤄졌다. 화학 반응을 마차가 달리는 과정에 비유한다면 촉매는 마차를 끄는 말이다. 이때 촉매가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돕는 마부가 바로 조촉매다. 본 연구에서는 백금과 산화 루테인 두 물질이 조촉매 후보에 올랐다. 백금은 브롬 발생 반응을 매우 효과적으로 돕는 물질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유의미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산화 루테인은 매우 효과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이에 산화 루테인이 조촉매로 채택됐다.

다음으로는 광전기 화학전지를 통해 만든 이원자 브롬을 탄화 수소와 반응시키는 과정이 이뤄졌다. 기존의 탄화수소 결합 연구에 비해 활발한 반응이 일어났다. 채 박사는 “반응 과정에서 수소를 별도로 발생시킬 수 있어 화학 산업에서 매우 큰 효용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광전기 화학전지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기존 광전기 화학전지는 물을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발생시키는 연구에 주로 활용됐다. 이외 분야에 적용한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탄화 수소의 화학반응을 유도하는 도구로 사용됨으로써 광전기 화학전지의 다양한 활용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탄화 수소의 결합 반응은 화학 산업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다. 채 박사가 제시한 새로운 탄화 수소 결합 시스템은 화학 결합의 효율을 매우 높여 비용을 줄일 수 있기에 관련 산업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Highly Selective Tandem Photoelectrochemical C–H Activation via Bromine Evolution Reaction in Two-Phase Electrolyte’(2023)
출처: 'Highly Selective Tandem Photoelectrochemical C–H Activation via Bromine Evolution Reaction in Two-Phase Electrolyte’(2023)

 

채 박사는 “화학계 최고 권위지인 미국화학회지에 게재할 수 있게 돼 연구 업적을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본인의 아이디어로 박사생의 졸업 논문을 잘 지도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며 뿌듯함을 밝혔다.

Tip

광전기 화학 : 전기 화학의 세부분야로 광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극에서 일어나는 산화 환원 반응을 연구하고 응용하는 학문

부반응 : 여러 가지 반응이 함께 일어날 때에 주된 반응 외의 다른 반응.

광전극 : 광전자 전지에 빛을 쬐었을 때 전자의 전하를 수집하거나 방출시켜 전기가 이동하도록 하는 곳

브롬 : 할로겐 원소의 일종으로 반응성이 높아 화학 결합에 자주 활용되는 물질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