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니? 우리 중에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 너밖에 없잖아.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 하면서 사니까 행복하냐고. 진짜로 궁금해서 그래. 행복하냐?

TV 속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거라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나 자신을 믿으라며 열심히 산다면 언젠가는 성공이 다가올 거라고 말한다. 영화 속 ‘성우’는 그런 조언을 따라가기라도 한 듯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만을 붙들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에게 현실은 냉혹하다. 당장 그의 밴드는 나이트클럽 밤무대를 전전하며 버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밴드 멤버들은 현실적인 문제가 닥치며 하나둘씩 이탈한다.

극 후반부. 성우는 유흥업소 출장 가수로 일한다. 만취한 손님들의 옷을 벗으라는 요구에 발가벗고 노래를 하는 측은한 처지에 있다. 그때 술자리에서 만난 오래된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행복하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니까 행복하냐고. 발가벗겨진 채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성우는 행복할까? 어린 시절 좋아한다는 이유로 꿈을 꾸고 그 직업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다. 어째어째 원하던 직업으로 일하고 있지만 월급은 박봉에 미래는 보이지 않고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나간다. 성우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묻고 싶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니까 행복하냐고.

꿈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은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지만 스스로는 겁난다. 내가 아이유가 될 수 있을까. 손흥민이 될 수 있을까. 봉준호가 될 수 있을까. 애매한 재능을 가져 비참하다. 무언가 되고 싶고 그 이상을 향해 달리지만 현실은 벅차다. 이러다가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끝나는 것 아닐까? 내가 달려가는 길이 맞는 걸까? 지금이라도 취업할 수 있게 코딩이라도 배울까? 문과와 예체능은 치킨집을 차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내 마음 속엔 비수처럼 꽂힌다.

영화 속엔 유독 가짜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영자를 따라한 이엉자. 나훈아를 모창한 너훈아. 가짜 CD를 파는 휴게소 장사꾼까지. 그들은 성공하지 못한 삼류들이다. 모두가 성공하고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경쟁 뒤엔 뒤처지고 패배하는 사람들이 뒤따른다. 세상엔 성공하는 사람보단 실패하는 사람이 더 많다. 천재가 아닌 우리 대다수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알며 달린다. 그러니 꿈을 향해 달린다는 각오는 서글퍼질 수밖에. 그래도 꿈을 향해 달려야 할까. 아니면 싫더라도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해야할까.

답은 없다. 그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달릴 수밖에. 꿈과 안정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밖에. 영화 속엔 성우와 함께 음악하는 친구들 외에도 어린 시절 함께 노래하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공무원과 환경운동가 그리고 약사가 된다. 셋 모두 음악과 관련 없으며 환경운동가를 제외하면 처우와 정년이 긴 직업들이다. 그들은 안정적인 삶을 얻었지만 이상을 쫓으며 노래하는 성우를 부러워한다. 소신을 가지고 꿈과 안정을 선택했지만 양쪽 모두 남은 것은 상대방의 삶을 동경하며 한탄하는 인생뿐이다.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기타 솜씨가 마음에 들었다며 스카웃을 제안하는 사장 같은 건 등장하지 않는다. 밤무대에서 만난 방송국 PD의 눈에 띄어 TV에 출연하는 인생 역전은 없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성우는 밤무대에서 기타를 놓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생도 비슷하다. 9회말 기적의 만루홈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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