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의 노래가 시작되며 오디오가 잦아들고 정적만이 남는다. 카메라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루비의 모습과 감동하는 청중의 모습을 비춘다. 하지만 루비 가족은 딸의 노래에도 아무 반응이 없다. 관객은 고요함이 주는 이질감에 직면한다.

영화 ‘코다’의 주인공 루비는 농인인 가족 사이 중 유일한 청인이다. 그녀의 가족의 언어는 수어다. 그들은 수어로도 농담을 건네는 등 편안하게 소통한다. 카메라는 보통의 가족과 다름없는 그들의 모습을 비춘다. 합창단에 들어가고 싶었던 루비는 노래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고 가수를 꿈꾸지만 가족은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 가족과 사회를 연결하는 유일한 창구로서의 부담감 또한 그녀를 망설이게 한다.

우리 사회에서 농인은 이방인이다. 수어가 법정 공용어로 지정된 지 7년이 흘렀지만 수어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며 여전히 많은 농인이 농인 사회에만 머무르고 있다. 수화 통역 인프라가 활성화되지 않은 탓에 농인 혼자서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과 같이 간단한 일도 쉽지 않다. 청인 사회와 농인 사회가 분리돼 융화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루비가 합창단에 들어가며 가족과 갈등이 심해진 것도 그만큼 가족에게 루비의 존재가 절박하기 때문이다.

코다(CODA: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아이)는 청인과 농인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이들을 의미한다. 마침내 무대에 선 루비는 노래를 시작하지만 영화에는 정적이 흐른다.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던 루비 가족이 농인이었다는 사실을 관객이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다. 딸의 노래를 들을 수 없는 부모의 심경을 헤아리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딸의 목소리에 감동하며 찬사를 보내는 수많은 청중 사이 가족의 심경은 복잡할 뿐이다. 이어 들리지 않는 딸의 목소리를 목의 울림으로라도 느껴보려 애쓰는 아빠의 절절한 장면은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영화 ‘코다’는 실제 농인 배우를 캐스팅하며 농인의 삶을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청인 감독과 농인 배우가 수어로 소통했고 청인 촬영감독은 수어가 잘 보일 수 있도록 하는 촬영 구도를 고안하는 등 영화 안팎으로 끊임없이 소통하며 영화 ‘코다’는 제94회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결말 부인 오디션 장면에서 루비는 수어와 함께 노래하고 버클리 음악대학에 합격하여 떠나는 행복한 끝으로 마무리된다. 가족은 결코 들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루비의 노래를 느끼게 된다. 감독은 루비를 통해 농인 사회와 청인 사회의 경계를 허문다. 당신이 들을 수 있든 없든 ‘코다’는 영화 안팎으로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두 세계에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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