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매우 로컬적이니까.”지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4관왕을 달성한 봉준호 감독의 발언이다. 오스카는 변방의 로컬 시상식으로 남지 않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외국어 영화상 명칭을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변경했고 작품상 수상 기준에 다양성 항목이 추가됐다. 지난 해에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가 7관왕에 오르는 등 아시안 영화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간다. 그러나 스크린 너머의 동양인에 대한 대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동양인은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주체가 아닌 받아들
의사가 의료 현장을 떠난다. 지난달 정부의 의과대학(이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맞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집단행동에 나선 지 벌써 한 달이 넘게 흘렀다.인구대비 의료인력 부족을 근거로 정부는 여러 차례 의대 증원을 시도했으나 의협의 반대로 번번이 의대 증원에 실패했다. 의협은 의대 증원이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결과적으로 의료 체계 붕괴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의대 증원을 강행했고 의협은 이에 맞서 곧바로 파업에 나섰다. 의사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와 의사 집단 간 대
지난달 14일 열린 기업인 결의대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핵심은 현장 관리를 위해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이 부담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공개된 KBS 특별 대담을 통해 중소기업 경영 악화를 근거로 법 시행 추가 유예를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산재 사망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해 추가 유예 기간 2년을 국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이미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거쳤다. 추가적인 유예를
지난달 2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56일 만에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출근 시간대 지하철을 점거하는 이유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전장연이 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이동권과는 관계없는 탈시설 사업이다.탈시설 정책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하는 각종 인권침해와 인권유린 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전장연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근거해 장애인에게 좋은 시설은 사라진 시설이라며 장애인 거주시설의 폐쇄를 통한 탈시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민심을 잡기 위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금리 동결 및 물가 관리와 공매도 한시적 금지 그리고 김포시의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 편입 추진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특정 세력이나 지역에 유리하거나 호감을 얻을 만한 것들이며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포퓰리즘으로 해석된다.먼저 정부는 금리 동결과 물가 관리로 민생에 소화기를 들이밀었다. 금리를 동결하고 정부 부처들은 품목별 물가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부처별로 책임 품목을 지정해 관리하는 정책은 과거부터 사용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금리
지난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조사에 따르면 2021년 10월 기준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4.78%가 '도박 문제 위험집단'이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국은 다음 해 3월 31일까지 6개월 동안 청소년을 유혹하는 온라인 도박사이트 및 광고 매체와 청소년 도박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인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도박 단속은 이번이 처음이다.청소년들은 인터넷 환경에서 쉽게 도박사이트에 노출되고 있다. 또는 이미 도박을 시작한 주변 선후배나 친구들의 군중심리 속에서 도박을 시작하기
정부가 다음 해 연구개발비(이하 R&D) 예산을 약 16% 축소했다. 책정한 예산은 21조 5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3조 4천억 원 감소한 금액이다. R&D 예산이 삭감된 것은 지난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갑작스러운 R&D 예산의 삭감에 과학계는 입을 모아 반발하고 있다. R&D 예산 삭감은 단순히 국내에 국한한 문제가 아닌 국제 경쟁력 상실의 문제다. 안 그래도 열악한 연구 환경 속에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결국 연구환경과 연구 몰입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내 인재들의 국외 유출과 R&D의 질적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
지난 7월 19일 해병대 1사단 소속 채모 해병이 죽었다. 수해 복구 작전을 위해 향했던 경북 예천군에서 부대가 내린 지시는 복장을 잘 갖춰 입고 언론 대응을 잘하라는 것이었다. 구명조끼도 입지 못한 채 실종자 수색을 위해 물속으로 들어갔던 채 해병은 급류에 휩쓸려 숨을 거뒀다. 그는 입대한 지 겨우 넉 달 된 포병여단 소속 통신병이었다. 또한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다.사후 수습과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군의 모습은 진상 규명 그리고 재발 방지와는 거리가 멀다. 해병대 수 사단은 초동 조사에서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 대해 과실치사
노동절에 노동자가 죽었다. 지난달 1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 씨는 스스로 자기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양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로 정부의 ‘건폭 몰이’가 지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21일 국무회의에서 건설 노동조합을 ‘건폭(건설 폭력)’으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건폭수사단’을 출범해 민주노총 사무실 14곳을 압수수색하고 조합원 1천여 명을 소환했다. 그중 한 명이 양 씨였다. 건폭으로 지목된 노조 조합원인 양 씨는 그 억울함에 스스로 목숨을
최근 서울특별시 양천구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비슷한 시기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서도 세 명의 청춘이 생을 마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당한 전세 계약을 진행했고 계약 기간이 만료했음에도 본인의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전세 계약이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빌려주고 집주인 소유의 주택에서 거주할 권리를 확보하는 형태의 계약이다. 지금껏 전세 계약은 임대인은 이자 없이 돈을 빌릴 수 있고 임차인은 월세에 비해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여겨졌다. 특히 산업화에 자급이 집중돼
지난달 20일 신규 KTX의 도입을 두고 최신기술로 무장한 ‘현대로템’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우진산전’ 간의 경쟁이 펼쳐졌다. 그러나 고속전철 설계와 제작 실적의 전무를 지적하며 우진산전의 입찰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가 기간산업인 철도 사업권의 입찰이 일정 수준의 기술평가를 통과하면 가격만으로 사업자가 결정되는 사실상의 최저가낙찰제로 결정되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된 것은 1961년도다. 최저가낙찰제는 구매자의 입장에서 공급자로부터 낮은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 또한 속칭 ‘가격 부풀리기’ 없이
지난 6일 고용노동부는 주 최대 근로 시간을 현행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리는 개편안을 확정했다. 정부가 근로자의 선택권 확대와 건강권 강화라는 달콤한 말로 포장한 개편안의 핵심은 일이 많을 때 몰아서 일하고 후에 몰아서 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이어오던 근로 시간 감축 기조와는 반대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 근로 시간은 1천9백15시간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5위를 기록했다. 2천 시간 이상 노동으로 OECD 1위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서는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우리가 꾸준히 근로 시간을 감축시
이번 겨울 많은 이들이 가스요금 고지서를 든 채 손을 떨었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인상으로 난방 및 온수 요금이 37.8% 올랐기 때문이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급격한 난방비 인상을 체감한 사람들은 기록적인 한파에도 불구하고 보일러 가동을 중단했고 자영업자는 매출 감소를 무릅쓰고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여론이 들끓자 정치권은 뒤늦게나마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야당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임 가스공사 사장의 전문성과 줄줄이 인상된 물가를 지적하며 현 정부가 서민들의 삶에 관심이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반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의 확산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배달 산업 규모가 급성장했다. 하지만 배달 노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배달노동자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기본적인 안전마저 외면당한다.배달노동자가 사투를 벌이며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배달 산업은 더 많은 배달 물량을 더 빠른 속도로 처리해야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배달노동자는 배달 시간을 1분 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속도 경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배달노동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특수
지난달 15일 15시 30분경 SK주식회사 C&C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원이 차단되며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이곳에 입주해 있던 카카오는 일주일 동안 서비스 장애로 인해 카카오T와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카카오는 이 사태를 예상할 수 없는 사고라 표명했다. 하지만 카카오라는 기업의 규모와 사회적 영향력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근 5년간 부가통신사업자 통신 서비스 중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톡이 처음 출시
국민을 생각한다던 윤석열 정부의 행보가 흥미롭다. 민생 현안을 최우선으로 챙기며 경제 재도약을 이끌겠다는 약속은 매주 비상경제민생회의로 지켜지면서도 서민 및 취약계층 예산은 삭감되고 있다. 경제 재도약 명목에 가려진 각종 민생정책은 좀처럼 어깨를 펴지 못하고 있다. 윤 정부의 일련의 정책 행보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민생회의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경제 재도약을 위한 경제정책은 대기업에 유리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실현됐다. 더불어 고소득자에게만 유의미하게 작용하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으로 윤 정부 감세 정책의
2020년 1심 합의부가 민사사건을 처리하는 데 걸린 평균 기간은 3백9일이다. 확정된 사건의 경우 상고심을 거치면 평균 9백21일이 소요된다. 법조계에선 우리나라의 재판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라 지적한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또한 재판이 늦어지는 것은 법원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재판지연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손해배상이나 물품대금 관련 민사사건의 경우 재판이 연기되는 기간동안 당사자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특히 복잡한 사건의 경우 한 재판부가 종결 및 선고하지 못하면 타 재판부로 넘어가기 때문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 또한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를 시작한 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가정 가구원은 이미 2019년에 1백만 명을 돌파했으며 다문화 학생은 16만 명으로 전체 학생의 약 3%를 차지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들은 여전히 낯선 이방인일 뿐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우리가 이방인에게 보내는 불편한 시선에 더욱 크게 상처받는다.다문화 사회로의 변화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다문화주의를 지향하는 다문화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일민족 의식이 강
며칠 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진행됐다. 이번 선거에선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한 광역단체장 선거와 보궐선거에 시선이 쏠렸다. 경기도에선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우리 학교 총장을 맡았던 김동연과 MBC 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윤석열 대통령 대변인 김은혜가 맞붙었다. 보궐선거엔 각각 여야의 차기 대권주자를 맡은 안철수와 이재명이 출마해 국회로 입성했다. 정작 가장 많은 사람이 선출된 기초의원 선거엔 가장 적은 시선이 쏠렸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기초의원에 한마디 던져보고자 한다.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없어져야 할 악법이다.비례대표는 정당
지난해 7월 발표된 국회예산정책처 ‘4대 공적 연금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2055년 소진된다. 이에 따라 90년대생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연금 고갈은 현실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역대 정부를 통틀어 단 두 차례 개혁됐다. 1998년 1차 연금 개혁에서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하향했으며 수급 연령도 60세에서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2007년 2차 연금 개혁에서는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하향하도록 개정했다. 하지만 보험료율 9% 적용은 1차와 2차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