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열린 기업인 결의대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핵심은 현장 관리를 위해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이 부담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공개된 KBS 특별 대담을 통해 중소기업 경영 악화를 근거로 법 시행 추가 유예를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산재 사망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해 추가 유예 기간 2년을 국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이미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거쳤다. 추가적인 유예를 요청하는 것은 이 기간 동안 어떠한 안전 과정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말로 판단할 수 있다. 나아가 법안 적용을 거부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있다. 이렇듯 경영계의 무조건적인 유예 기간 연장 주장에 동조하는 여당과 윤 대통령은 총선과 표심을 위해 철저히 노동자를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청년이 홀로 석탄 운송 컨베이어 벨트 밑에서 떨어진 석탄을 치우다 벨트에 끼여 숨졌다. 안전을 위해 닫아 놔야 하는 컨베이어 덮개는 항상 열려 있었다. 사고 발생 시 기계를 멈출 수 있는 긴급버튼은 존재했지만 2인 1조 근무 지침은 허수아비나 다름 없었다.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외치던 김용균 노동자는 24세의 젊은 나이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고(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 5주기를 4일 앞둔 지난해 12월 7일 대법원은 태안화력발전소 경영진의 무죄를 확정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청의 고용에 대한 책임이 없어졌다. 사업장의 설비가 얼마나 위험한지 파악하고 관리할 책임은 원청에 있다는 것이 통념이다. 김용균 씨 사고 이전에도 태안화력발전소는 산업 재해가 빈번했다. 그 피해자 대다수는 하청 노동자였다. 그럼에도 원청의 “몰랐다”는 변명이 무죄 판결을 위해 이용됐다. 사법부의 논리대로라면 사업장의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원청의 경영책임자는 처벌 받아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개정을 이끌은 김용균 사건조차 해결해주지 못했으며 누더기 뿐인 법안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안전 확보 의무가 있음을 법제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김용균씨의 죽음을 시발점으로 ‘산재왕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미 지난해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고 있다.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1년 사이 50인 이하 사업장에선 137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정치인들이 소모적인 정쟁을 일삼으며 실리만 추구하던 의미 없는 날마다 4명의 노동자들이 죽고 있었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국가가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와 축소를 주장하며 “생존의 위협을 받는 영세 기업들”이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안전 조치 의무화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는 말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말인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 경영 악화를 이끌 정도의 기업의 존재. 인력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죽어간 노동자들에게 부끄러울 뿐이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잃었지만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고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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