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발표된 국회예산정책처 ‘4대 공적 연금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2055년 소진된다. 이에 따라 90년대생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연금 고갈은 현실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역대 정부를 통틀어 단 두 차례 개혁됐다. 1998년 1차 연금 개혁에서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하향했으며 수급 연령도 60세에서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2007년 2차 연금 개혁에서는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하향하도록 개정했다. 하지만 보험료율 9% 적용은 1차와 2차 모두 변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공약을 제시한 문재인 정부도 현행 유지를 포함한 네 가지 방안을 만들었지만 정부의 단일안 미제출로 개혁에 실패했다. 24년간 보험료율이 변화하지 않음으로써 가입자가 돈을 적게 내고 많이 받아내는 폐단이 개선되지 못했다.

왜 연금 고갈 위기에도 불구하고 방치됐을까. 국민연금법 제4조 2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재정 수지를 계산하고 국민연금 운영 계획을 수립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승인받은 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결정하는 바에 따라 공시해야 한다. 국민연금법 조항에 명시돼 있음에도 국민연금에 관한 합의는 진전되지 않았고 개혁 주기는 15년이 넘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연금개혁 사회적 합의 기구 공약을 내세웠지만 결국 무산됐다.

스웨덴 정부는 1984년 ‘연금제도 개선 활동위원회’를 구성해 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절충하는 과정을 거쳐 1998년 연금 개혁에 성공했다. 스웨덴은 기존의 ‘저부담-고급여’ 방안을 문제점으로 인식해 급여를 납입한 금액에 비례시키고 기대수명을 고려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영국 정부도 2002년 ‘연금위원회’를 구성해 2005년에 ‘전 국민 토론’을 개최했고 범국민적 합의를 거친 끝에 2011년 연금 개혁안을 마련했다. 스웨덴과 영국은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한 후 여당과 야당 모두 합의에 참여해 정권교체에도 연금 개혁을 연속적으로 추진했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국민의 부담이 커져 반발이 심한 상태에도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국민들을 설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보험료율 인상에 관한 국민들의 반발을 설득하지 않고 개혁에서 후퇴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여당과 야당 또한 지지율 하락 등과 같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개혁에 관한 적극적인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큰 문제다.

지난 2월 3일 제20대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은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시 토론에서 연금은 복잡한 문제이기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초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연금 고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회적 합의 기구를 설치해 국민들과 개혁방안을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 단순히 개혁 목표만을 내세우는 것만이 아닌 사회 구성원들과 논의한 후 명확한 대책을 마련해 후대의 부담을 덜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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