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많은 이들이 가스요금 고지서를 든 채 손을 떨었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인상으로 난방 및 온수 요금이 37.8% 올랐기 때문이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급격한 난방비 인상을 체감한 사람들은 기록적인 한파에도 불구하고 보일러 가동을 중단했고 자영업자는 매출 감소를 무릅쓰고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여론이 들끓자 정치권은 뒤늦게나마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야당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임 가스공사 사장의 전문성과 줄줄이 인상된 물가를 지적하며 현 정부가 서민들의 삶에 관심이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무리한 공공요금 동결이 난방비 인상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전 정부의 에너지 포퓰리즘 정책이 초래한 폭탄을 현 정부가 맞았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주장이 뒤섞여 서로를 헐뜯고 있는 정치권의 상황은 난방비 폭탄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 심지어 그 내용 또한 사실이라 보기 어렵다. 현 정부도 지난해 6월 가스요금을 동결해 가스공사의 미수금 증가에 일조했으며 지적했던 탈원전 정책은 가스요금 인상과 관련이 없었다. 야당의 비판도 마찬가지다. 물가 인상의 책임에 있어 전 정권 역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들이 강조했던 취약계층 지원 또한 결국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차원적인 주장일 뿐이다. 난방비 인상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태였으나 권력 다툼에만 혈안이었던 정치권에서 적절한 대책이 마련될 수 없음은 당연했다.

천연가스 가격 인상과 환율 상승 등 난방비 인상을 초래한 국제 시장의 변화 속에서 정치권의 역할은 외부적인 충격이 가져올 국내 시장의 혼란을 최대한 완화하는 것이다. 난방비 인상이 생존의 위협으로 직결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정책을 미리 마련해야 했으며 난방비를 비롯한 공공요금의 적절한 동결 시기와 기간을 사전에 논의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의 의무는 한파가 닥치기 직전까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난방비 지원 정책은 지급 대상조차 정확하지 않으며 에너지 빈곤층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통계조차 전무하다. 공공요금 동결 시기와 기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이 추위에 떨 때 누군가는 그 고통을 권력을 획득할 기회로 삼았다. 책임자들이 권력 다툼을 위해 헛다리를 짚는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더욱 높아졌고 기준금리 역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요금 또한 계속 인상될 예정이니 서민들의 삶이 더욱 고단해질 것은 자명하다. 그들은 상대의 허점이 아니라 국제 시장의 동향에 눈길을 돌렸어야 했고 소모적인 공방을 할 시간에 취약계층 지원과 물가안정 정책에 머리를 모았어야 했다. 평범한 추위마저 재앙으로 느꼈던 사람들은 더 이상 정치권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의 고통을 본인들의 기회로 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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