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56일 만에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출근 시간대 지하철을 점거하는 이유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전장연이 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이동권과는 관계없는 탈시설 사업이다.

탈시설 정책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하는 각종 인권침해와 인권유린 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전장연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근거해 장애인에게 좋은 시설은 사라진 시설이라며 장애인 거주시설의 폐쇄를 통한 탈시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탈시설은 그 의미가 많이 변질됐다. 유엔협약은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자발적 선택의 원칙과 당사자 의사결정 존중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에 거주하는 2만4214명 중 탈시설에 동의하는 이들은 8%에 불과하다. 정책 당사자인 대다수의 장애인이 탈시설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장애인 본인의 의견이 존중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전장연 관련 인사들이 관여하고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인 ‘향유의 집’은 의사소통이 불가한 무연고 중증장애인들의 서류를 조작해 그들을 강제로 퇴소시켰다. 해당 시설에서 퇴소해 서울특별시의 지원 주택에 입주했던 한 장애인은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도 못한 채 욕창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장애인 거주시설이든 탈시설이든 사람은 결국 죽는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탈시설을 추진하는 사람은 있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장애인 거주시설과 탈시설은 선악의 이분법적 구조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탈시설의 목적은 장애인의 인권 존중과 인간다운 삶의 추구이지 장애인 거주시설의 폐지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를 기다리다 장애를 가진 자녀와 동반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어렵지 않게 들려오는 만큼 시설을 필요로 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전장연의 주장은 탈시설이 아닌 반시설에 가깝다. 장애인 거주시설과 탈시설은 장애인 본인과 보호자의 선택권으로서 존중돼야 한다.

전장연의 주장에 따라 장애인 거주시설을 없애고 탈시설을 진행하게 되면 장애인은 자립 지원 주택에서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활동지원사업의 수행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대다수는 전장연 관련 인사들이다. 결국 이들이 요구하는 탈시설 예산 증액은 전장연 관련 인사들이 포진한 기관의 수익성과 직결돼 있다. 반시설을 통해 장애인 거주시설이라는 선택권을 제한하면서 자신들은 반사 이익을 얻는 구조인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는 전장연은 진정으로 장애인의 인권 존중을 위한 단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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