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의 확산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배달 산업 규모가 급성장했다. 하지만 배달 노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배달노동자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기본적인 안전마저 외면당한다.

배달노동자가 사투를 벌이며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배달 산업은 더 많은 배달 물량을 더 빠른 속도로 처리해야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배달노동자는 배달 시간을 1분 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속도 경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배달노동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특례 조항에 따라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본인이 ‘적용 제외’를 신청하면 산재 보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일부 배달 대행 업체에서는 해당 규정을 남용해 계약할 때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따라서 배달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오롯이 배달노동자의 몫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배달노동자는 사실상 ‘노동자’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 근로자는 법정 근로시간 동안만 일하면 정기적으로 급여를 지급받으며 시간 외 근로 시에는 연장근로 수당을 받지만 배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시간제한 없이 일을 할 수 있다. 시간당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건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자기 착취적으로 일하며 안전을 위협받는다.

배달노동자를 위한 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디지털 노동권의 기본원칙에 관한 헌장’은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와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명시했다. 헌장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은 ⯅보수를 공정한 고정 시급 형태로 지급 ⯅시간 외 근무수당과 휴일근로수당 지급 ⯅산재보험 적용 등으로 배달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으로 하는 내용이다. 배달노동자를 위한 제도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볼로냐의 사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당장 배달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바꿀 수는 없기에 안전배달제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안전배달제는 배달플랫폼 노동조합이 출범을 알리며 도입을 촉구한 제도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시간당 배달 건수를 제한하고 배달료를 인상해 일정 수입을 보장하자는 내용이며 보험 가입과 안전교육 의무화도 포함돼 있다. 안전배달제를 도입할 경우 배달료가 인상될 수 있고 배달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들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안전배달제를 도입할 경우 배달노동자는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고 교통환경이 개선돼 전체 시민의 편익이 증가할 것이다.

더 이상 증가하는 배달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배달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만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근로기준법 등 기존 노동법을 모두 포괄하는 기본법 지위의 ‘일하는 사람 등의 보호에 관한 법안’이 발의됐다. 배달노동자와 같은 플랫폼종사자와 특수형태근로자 등 새로운 유형의 노동자가 기존 제도 안에서 노동 권익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앞으로 배달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배달제’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시작해 ‘일하는 사람 등의 보호에 관한 법안’ 같은 법적 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 얼마나 많은 배달노동자가 희생돼야 법이 마련될 것인가. 배달노동자를 위한 노동자 권익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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