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진행됐다. 이번 선거에선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한 광역단체장 선거와 보궐선거에 시선이 쏠렸다. 경기도에선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우리 학교 총장을 맡았던 김동연과 MBC 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윤석열 대통령 대변인 김은혜가 맞붙었다. 보궐선거엔 각각 여야의 차기 대권주자를 맡은 안철수와 이재명이 출마해 국회로 입성했다. 정작 가장 많은 사람이 선출된 기초의원 선거엔 가장 적은 시선이 쏠렸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기초의원에 한마디 던져보고자 한다.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없어져야 할 악법이다.

비례대표는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선거제도다. 비례대표는 소수정당의 대표성을 보장하고 유권자들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기 위해 보장됐다.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최소 득표율만 넘긴다면 의석을 얻을 확률이 높다. 국회의원 선거와 광역의회 선거에서 선출된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광역의원들은 국회와 시 정책에 다양한 목소리를 더한다. 국회 전체 6석 중 5석이 비례대표인 정의당은 꾸준히 차별금지법 입법을 시도하며 묻힌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및 광역의원과 다르게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목표에 역행된 잘못된 제도다. 전체 3백 명이 선출되는 국회의원 그리고 10여 명 내외가 선출되는 광역의원 비례대표와 다르게 기초의원 비례대표 정수는 대다수가 1명 또는 2명이다. 서울 27개구 중 비례대표 정수가 3명인 선거구는 6곳이다. 그 중 지난 지방선거에서 거대 양당이 아닌 정당으로 당선된 사람은 민생당 이도희 한 명뿐이다. 광역의원 비례대표는 한 정당 3분의 2 이상 차지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지만 기초의원 비례대표엔 제한 정책이 없다. 이런 악조건에서 출마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며 이번 선거에서 투표 없이 당선된 기초의원 비례대표 지역구만 14곳에 달했다.

현행 비례대표 제도는 1번을 여성으로 강제하고 있다. 정치권에 부족한 여성을 최대한 늘린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대다수 당선자가 1번에서 그치는 기초의원 특성상 모든 당선자가 1번 여성 1명으로 그치는 문제가 벌어진다. 지난 지방선거 기초의원 비례대표 당선자 3백74명 중 3백63명이 여성이었다. 여성이라는 성별에만 집중하다보니 다른 남성 소수자는 당선되지 못한다. ▲새터민 ▲이주민 ▲장애인 ▲전업주부 ▲트랜스젠더 모두 소수자지만 남자라는 이유로 당선될 수 없다. 실제로 올해 비례대표 출마를 도전했던 네팔 출신 1호 귀화자 수베디 여거라즈 씨는 당선권 밖 순위로 밀려나며 고배를 마셨다.

결국 비례대표의 취지에 맞추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기초의원 비례대표를 폐지해야 한다. 없어진 기초의원 비례대표 의석 수만큼 2인 선거구와 합쳐 모든 선거구를 3인 이상 중대선거구로 만들어야 한다.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5명까지 당선되는 중대선거구야말로 소수정당이 당당하게 당선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의 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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