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 또한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를 시작한 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가정 가구원은 이미 2019년에 1백만 명을 돌파했으며 다문화 학생은 16만 명으로 전체 학생의 약 3%를 차지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들은 여전히 낯선 이방인일 뿐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우리가 이방인에게 보내는 불편한 시선에 더욱 크게 상처받는다.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다문화주의를 지향하는 다문화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일민족 의식이 강한 한국 사회가 적극적인 다문화 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의 다문화 정책의 방향성은 주로 동화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난민 수용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첨예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다문화 정책의 방향성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교육만큼은 다르다. 다문화 교육은 다문화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갈등과는 별개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국가의 교육 정책이 학생들이 겪는 고통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교육부는 최근 5년 동안 학업을 중단한 학령기 다문화 청소년은 5천 명에 육박하며 이 중 30%가 넘는 학생들이 학교생활 부적응을 이유로 꼽았다고 발표했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의 특성상 언어장벽이 야기하는 학업성취의 차이가 더욱 큰 것 또한 다문화 학생들이 겪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이 지표들은 다문화 학생들이 겪는 차별과 편견이 결코 아이들의 철없는 장난이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매우 예외적인 사건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의 다문화 교육은 이러한 다문화 학생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 다문화가족지원법 제 10조는 아동 및 청소년의 학교생활 적응에 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와 교육에서의 차별 금지 등에 대한 내용을 서술하지만 그 어디에도 기존 내국인들의 문화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의 조항을 찾아볼 수 없다. 올해 교육부가 발표한 다문화교육 지원계획도 대부분의 내용이 다문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일방향적인 한국화를 표방하며 그 대상 또한 소수 집단에 한정된 지금의 다문화 교육은 문화적 강요이자 또 다른 폭력이다.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를 채택한 캐나다가 내세운 다문화 교육의 방향성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캐나다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 교육을 실시하며 이중 언어를 채택해 다양한 문화권의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와 같은 단일민족 국가인 일본은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민족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 교육 정책의 변화를 꾀한 바 있다. 이는 모든 정책에서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교육에서만큼은 모방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껏 우리는 차별과 편견에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변화를 강요해왔다. 문화강국이라 자부하는 국가의 시민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의 다문화 교육은 전체 구성원이 대상이 돼야 하며 일방향적인 주류문화로의 동화를 추구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기존 내국인들의 차별적 인식과 태도를 개선하고 문화적 감수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모든 변화는 교육에서 시작한다. 다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시각을 갖춘 세대가 하나된 세계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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