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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외면과 가난한 내면, 명품 소비를 조명하다
  • 남궁민재 기자
  • 승인 2022.11.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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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족’은 1990년대 부모의 재산으로 명품과 외제차로 치장하며 향락을 즐기던 사람들을 말한다. 사회는 그들을 철부지로 여겼다. IMF로 경제가 파탄 나고 절약이 미덕으로 여겨지면서 오렌지족은 역사의 뒤안길로 잊히는 듯했다. 2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 명품과 사치품을 즐기는 사람들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2030세대는 지드래곤과 제니 등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착용한 명품을 모방해 소비한다. 최근 명품을 즐기는 사람들이 오렌지족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기존에 명품을 소비하던 기성세대에 더해 2030세대까지 전 세대에 분포돼 있다는 점과 경기 불황에 접어들었음에도 명품을 소비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왜 명품을 소비할까?

명품이란 무엇인가?

명품은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고 가격이 비싼 상표의 제품을 말한다. 즉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패션 명품’은 전 세계의 소비자에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각인돼 인지도가 높고 고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패션 제품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 새에 명품 소비는 급증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이하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에 따른 소비 위축에도 불구하고 명품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한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그리고 ‘샤넬’ 등 명품 브랜드는 제품의 가격을 꾸준히 인상하고 있지만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샤넬코리아의 2020년 매출액은 9천2백95억 원에서 지난해 매출액은 1조2천2백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3%나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과시와 차이 그리고 증명, 끝없는 명품 소비 욕구

샤넬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에서 가격을 꾸준히 인상함에도 매출이 증가하는 가장 큰 배경에는 SNS가 있다. SNS는 자신을 드러내는 과시의 장이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SNS의 발달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게 가능해졌다. 사회학 연구자 김정환(37) 씨는 “SNS가 발달하면서 내부지향적인 인성구조에서 타자지향적인 인성구조가 됐다”며 “이로 인해 과시의 장이 커지면서 과시 문화 또한 심화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SNS에서는 명품 가방과 신발 그리고 옷을 사며 인증하고 개봉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 잡았다. 무심코 들어간 SNS에서는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명품 소비를 과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7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명품 소비 관련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59.3%가 명품 구입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16년 대비 6.8%p 오른 값이다. 더불어 ‘마음만 먹으면 명품을 구매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20대 47.6% ⯅30대 64.8% ⯅40대 67.6% ⯅50대 66.0%가 ‘예’라고 답했다. 이는 전 연령대의 절반 이상이 명품 소비 욕구가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명품 소비 동향을 보면 단순히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소비한다고 볼 수 없다. 소비의 목적에는 자신을 남들과 구별 짓고 차별화시키려는 욕구가 담겨있다. 노명우(사회) 교수는 명품을 남들과 구별해주는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명품 소비를 통해 계층 상승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며 “명품 소비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소유했다는 것에서 오는 우월감에서 비롯한다”고 전했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명품과 유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구별짓기’의 사회계급적 전략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상류층은 해외에서 유행하는 고급브랜드로 자기의 기호와 위신을 드러내고자 하고 중류층과 하류층은 상류층의 명품을 따라 사기 급급하다. 이처럼 현대 사회의 명품 소비는 개인이 타인과 구별되고 싶은 욕구의 표출이다.

오늘도 FLEX. 급증하는 명품 소비의 이유는?

미국 래퍼들이 처음 사용했던 단어 ‘플렉스(Flex)’는 자신의 명품과 귀중품 등을 자랑하고 과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MZ세대에서 플렉스가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음으로써 명품 시장은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MZ세대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고려해 소비한다. 음식값이 비싸더라도 예쁜 인테리어의 식당에 가거나 명품 옷을 거리낌 없이 구매한다.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는 자신을 위한 ‘투자’라고 인식한다. 2020년 플렉스 소비문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52.1%가 플렉스 소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지(23) 씨 또한 “갖고 싶던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삶에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이미 2019년 주요 백화점 매출에서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그리고 신세계백화점 등에서는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패션 전문관을 새롭게 단장하고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명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MZ세대에서 플렉스가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명품 소비의 불꽃은 꺼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MZ세대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만큼 온라인 명품 시장 또한 급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1천백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의 주요 백화점의 매출 상승 원인 또한 온라인을 통한 명품 소비가 확대의 영향이다.

더불어 리셀 플랫폼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희소성이 높거나 인기 있는 제품 또는 티켓을 구입한 후 다른 사람에게 웃돈을 받고 재판매하는 ‘리셀’은 명품 구매를 촉진하고 있다. 리셀 플랫폼인 ‘KREAM’과 ‘솔드아웃’ 등이 등장했고 ‘트렌비’와 ‘발란’ 그리고 ‘머스트잇’과 같은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서도 리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트렌비’ 손다희 브랜드매니저는 “트렌비를 통해 명품을 구매하고 그 가치를 보존해서 다시 되팔고 또 다른 명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 명품의 가치를 순환시키는 것이 트렌비가 명품 플랫폼으로서 지니고 있는 중장기적인 목표다”고 전했다. 실제로 리셀 플랫폼상에서는 발매가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오픈런이나 응모에 참여하지 않아도 명품을 손쉽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하연(22) 씨는 “사고 싶은 신발이 있었는데 응모에 당첨되지 않아 아쉬웠다”며 “리셀을 통해 원하는 신발을 사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쏟아지는 ‘가품’ 논란

최근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MZ세대가 명품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자 그들을 노린 명품 사기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해외 명품이나 국내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브랜드의 의류를 현지에서 구매해주는 해외구매대행 사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배송기간이 지나도 상품이 도착하지 않거나 가품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불어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서도 가품이 판매된 것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은 지난 6월 ‘나이키 에어조던1’과 트레비스 스캇이 협업한 신발이 한국명품감정원의 감정 결과 가품으로 판정됐으며 가품 ‘스투시’ 후드집업 판매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비단 발란의 문제만이 아니라 ‘무신사 부티크’에서도 ‘피어 오브 갓’의 가품 판매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이를 해결하고자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은 명품 감정과 페널티를 강화하며 가품 유통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해외 구매 대행과 병행 수입 상품 판매 특성상 가품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해외구매대행과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서의 가품 판매만 논란이 되는 게 아니다. 몇 년 새 급성장한 온라인 명품 시장은 가품을 취급하는 시장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S급’과 ‘미러급’ 등 가품 등급이 세분화될 만큼 가품 관련 시장은 커지는 중이다. 비싸서 살 수 없지만 명품 브랜드를 느껴보고 싶은 소비자들은 가품 제품을 구매한다. 가품의 정도는 갈수록 교묘해져 감정사가 감정하지 않으면 육안으로 구분하기도 어렵다. 가품은 상표권과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지식재산권의 창출과 보호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위조 상품의 유통이 만연해지면 브랜드의 가치가 하락할 뿐 아니라 창의성을 위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명품 소비 속 그늘진 이면

명품을 소비하며 자기만족을 느끼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 더불어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가 주는 좋은 품질과 세련됨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적 박탈감과 심리적 빈부격차 심화 등의 그림자가 존재한다. 책 ‘럭셔리 코리아’에서는 명품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과시형 ⯅동조형 ⯅질시형 ⯅환상형으로 분류한다. 개인적인 감정 이외에도 사회의 동조는 사치를 부추기고 있다. 책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사치를 동조하는 사회가 될수록 집단 혹은 개인 간 불화의 골은 깊어지며 사람들은 서로를 물질로써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물질주의적 가치관은 소비나 물질의 소유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과시소비가 만연하며 2030세대는 주변에서 명품을 산다는 이유로 분수에 맞지 않게 있는 돈을 끌어모아 명품을 구매한다. 이진호(29) 씨는 “주변에서 명품 지갑과 옷을 입고 다니니 관심이 없다가도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SNS에서 볼 수 있는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명품 착용은 허황된 꿈을 유도하기도 하고 과소비를 조장하기도 한다. 노 교수는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명품은 돈이 많다는 것을 보여줄 뿐 인간의 면모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값비싼 겉치레가 화려해 보일지는 몰라도 내면을 채워줄 순 없다. 명품 소비는 개인의 자유이며 이를 통해 자기만족과 자아실현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명품 소비는 상대적 박탈감과 더불어 심리적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행복한 사람은 ‘경험’을 사는데 돈을 쓰고 불행한 사람은 ‘물질’을 사는데 돈을 쓴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나를 위한 소비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궁민재 기자  minjae020301@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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