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대한민국 방방곡곡 여행을 다녔다. 새로운 풍경을 보고 다른 지역의 맛집에 찾아가 음식을 먹고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늘 설레고 즐거운 일이었고 여행은 언제부턴가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성인이 되면 다양한 경험을 하겠다고 다짐했었고 다양한 경험 중 하나는 여행을 더 많이 다니는 것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방학을 처음으로 맞이했고 친구와 계획을 세우고 2박 3일 제주도로 떠났다.

2박 3일은 제주도를 둘러보기에 짧은 시간이었다. 따로 차를 빌릴 수 없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뚜벅이 여행을 다녀야 했고 제주도 서쪽 부근을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제주도는 뚜벅이 여행에 대한 다양한 후기가 있었고 후기를 참고하여 여행 계획을 세웠다. 첫째 날에는 금악오름과 신창풍차해안도로 그리고 협재해수욕장을 가기로 하고 둘째 날에는 알파카 목장과 투명카약을 가기로 하고 셋째 날에는 이호테우 해수욕장과 한라수목원 그리고 도두봉을 가기로 했다. 뚜벅이 여행이고 기온이 높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일정을 잡지 않았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이라는 설렘을 안고 새벽에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도에 도착하고 흐리다는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후덥지근하고 맑은 하늘을 보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지도를 보며 직접 길을 찾고 해안도로를 따라서 걷다 보니 제주도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렇게 2박 3일을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알차게 보냈다.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금오름을 간 것과 투명 카약을 탄 것이었다. 금오름은 SNS에서 유명한 오름인데 가족 여행 때마다 비가 와서 오름을 가보지 못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날씨가 좋아서 갈 수 있었다. 오름이라고 해서 작은 언덕 수준을 생각하고 갔지만 생각보다 가파르고 힘들어서 놀랐다. 정상에 도착하고 나니까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해줬다. 올라오는 동안 가파른 길 때문에 힘든 것도 있었지만 날씨가 더워서 힘든 것이 더 컸다. 그 힘들었던 것들을 시원한 바람이 싹 잊게 해줬다. 올라가서 열을 시키고 분화구 아래까지 내려가 봤다. 물이 미세하게 고여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물도 많고 오리가 살고 있어서 신기했다. 투명카약은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타게 됐다. 카약을 조종하는 것은 쉬웠는데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카약을 타고 바다에 돌아다니는 것이 조금은 귀찮았다. 하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고 카약을 타고 있는 동안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고요하고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 나른하면서 좋았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면 부모님께서 운전하신 차를 타고 이동하고 밥값과 숙소비를 다 내주시니 여행 경비에 대한 생각을 못했었다. 친구와 여행을 가면서 고등학교에 다니며 모아둔 돈을 쓰게 됐는데 새삼 여행 가는데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예상 지출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 과소비를 하고 생각 없이 돈을 쓰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평소 여행을 많이 다니게 해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경제 관념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더불어 학기 중에 과제와 시험 등 할 일이 많아서 지치는 느낌이 들었는데 여행을 다녀오면서 활기차고 밝은 원래의 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 돼서 뜻깊은 여행이었다. 앞으로 국내 여행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