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들이 받는 급여와 혜택들이 인간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을까?

복지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복지를 사회에서 마련한 최후의 보루로 보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복지를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권리로 보는 관점이 있다. 복지를 전자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미국식 복지이고 후자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유럽식 복지이다. 우리나라는 전자인 미국식 복지를 많이 반영했다. 이에 기반을 두어 1999년 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었고, 기초생활수급자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명시된 목적에 따라 생계급여를 받고 여러 가지 생활에 도움이 되는 복지 혜택을 받는다. ‘이 법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시행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그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최저생계비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참여연대가 작성한 기초생활수급가구 가계부 조사 보고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생활마저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2가구를 표본으로 한 이 조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실적이지 못한 최저생계비로 인해 빚을 져서 생활비로 충당하는 가구도 있고 대도시에 사는 경우 주거비용 때문에 다른 비용을 줄여 집세를 내는 가구도 있다.

그렇다면 국민기초생활보호법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자활은 도울 수 있을까? 의식주 이외의 비용을 줄이고 줄여서 최저생계비로 생활할 수 있더라도 ‘사회적인 인간’으로서의 생활이라기보단 ‘동물’적 생존 즉 살아만 있는 수준의 생활만 가능할 뿐이다. 아직까지도 겨우 생존만 할 수 있는 정도의 최저생계비가 지급되는 현실에서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사회적인 인간의 삶을 바라기에는 힘들다. 이에 대해서 우리 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하경희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럽식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최후의 보루로서 복지를 바라보는 미국식 복지를 따라가는 우리나라의 복지를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이 권리라고 보는 유럽식 복지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 복지는 벼랑에 떨어지려는 사람을 계속 붙잡고만 있는 것이다”라며 “계속 그 삶의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붙잡고만 있는 수준이다”고 우리나라의 복지 현실을 비유하며 우리나라 복지 현실이 아직까지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자활을 도와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를 통해 듣는 우리나라의 복지 현황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

수원 인근에 있는 능실마을은 주민 612세대 중 400세대가 기초수급자이며 그 외 212세대는 차상위 계층이다. 능실사회복지관을 찾아가 그 곳에서 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유철호 부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사회복지사를 통해 얻은 우리나라의 복지 현황이다. 기초수급자 수급액은 의식주와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만 지급됐던 2000년대와 달리 현재는 ▲교육 ▲생계 ▲주거로 세분되어 지급된다. 또 급여의 기준이 다르게 책정돼 필요한 사람에게 선별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특히 교육급여의 기준이 완화되어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학생들은 교육 급여의 혜택을 받기가 더 원활하다. 의료급여 역시 타 급여기준 보다 기준이 낮아 지원을 받기가 수월해졌다. 최근에는 기본적인 지원 외에도 명절에 쌀을 주는 등의 이벤트도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문제는 남아있다. 기초수급자의 국가 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수급자의 수급 기준의 세분화가 필요하다. 2000년도에 비해 세분화됐으나 더 세분화 될 필요가 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의 생활수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기초수급자의 소득분위에도 가구별로 큰 차이가 있는데 문제는 현 기초수급자제도는 기초수급자 중간소득을 위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능실종합사회복지관의 유 부장은 “기초수급자에 대한 지원 기준에 중간층이 없다”며 “지원기준을 더 세분화하여 수급자의 생활수준에 따라 적절한 금액이 지급되어야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수급자가 직접 혜택에 대해 신청을 해야 하는 신청제에서 공무원들이 체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기존의 신청제는 수급자가 혜택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혜택에 하나하나 신청해야한다. 그런데 수급자별로 정보의 접근성이 다르므로 신청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자신이 혜택을 받을 조건에 적절한지 인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많은 수급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빠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복지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들이 체계적으로 누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분석하고 신청을 도와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면 기초수급자가 따로 정보탐색을 하지 않아도 복지공무원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빠지는 기초수급자의 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찾아가는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구축되려면 우선적으로 인력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능실사회복지관이 위치한 능실마을의 경우에는 기초수급자 400세대를 담당 공무원 9명이 관리하고 있다. 일반 동의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이 2~3명밖에 되지 않아 더 열악하다. 이 정도의 인원으로는 후원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나누어주기에도 벅찬 인원이다. 이에 유 부장은 “복지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인력충원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전산망은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인력이 확보된다면 찾아가는 서비스의 시행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능실종합사회복지관 유철호 부장 인터뷰 

Q. 민간인이 기초 수급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택지지구 내의 복지센터에 후원하는 것입니다. 간혹 택지지구 내의 부녀회나 아파트 단지의 단체에서 후원이 들어옵니다. 후원된 물품이나 돈은 수급자에게 직접 전달되는데, 이를 통해 수급자는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동모금이라는 준 공동기관을 통해 후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모인 모금을 공동기관에 전달하면 기관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못 받는 사람 없이 순차적으로 모금을 공평하게 배분합니다.

 

Q. 사회복지제도가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수급자들이 있는데, 왜 그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이는 개인적인 측면과 제도적인 측면 모두를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측면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개인이 생계비를 약값으로 지출하는 경우입니다.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은 약값에 대한 지원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의 약값이 고정지출이기 때문에 지속해서 생계 적인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또 주거비에서 큰 비용이 지출됩니다. 기초 수급자는 지원받는 금액에 맞는 집을 구해야 하는데 만약 집을 시내로 구하게 되면 지원비 이상의 금액이 사용되기 때문에 생계비에 어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오는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기초수급자는 신청을 통해서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보통 수급자들은 정보가 부족해 받을 수 있는 혜택에도 신청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각지대에 있는 수급대상자들을 위한 정보전달의 문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입니다.

 

Q. 사회복지센터에서 일하면서 느낀 사회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제일 중요한 것은 관심입니다. 관심은 복지 서비스 질의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사각지대에 있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수급자를 찾아내고 그들에게 알맞은 혜택을 주는 것은 모두 관심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 관심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복지사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사회복지사의 비율은 OECD 평균 이하입니다. 현재는 사회복지사 한 명이 너무 많은 수의 사람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기초수급자에 대한 가구별 지급액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지급액의 적절성 기준은 국민의 인식에 기초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현재 지급액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 적절한 것이고,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인상하는 것이 맞는 것이죠.

그러나 실무자로 일하면서 느낀 것은 수급자들 역시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직 국민기초수급자의 수급비는 절대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지원비용 자체의 인상이 필요합니다. 인상을 위해서는 국민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며 인식이 변화되면 국가적으로도 정책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또한 기초수급자의 대부분은 노동력이 없는 ▲노인 ▲소년소녀가정 ▲장애인 ▲한 부모 가정이 많습니다. 그 외 노동능력이 있는 소수의 기초수급자들은 ‘한시적 수급자’로 불리며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기초수급자들이 의지가 없어 수급자가 된 것이 아님을 염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기초수급자 부양의무자제도는 논란이 많은 제도입니다. 이에 대한 생각과 피해를 본 사례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A. 부양의무제는 의견 대립이 있던 제도입니다. ‘부양의무제가 없으면 부양자가 부양을 제대로 할 것인가?’와 ‘부양의무자제도 없이 대상자의 생계 기준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의 의견이 대립하는 것이죠. 전자는 부양의무제도로 부당하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발생하게 되고 후자는 기초수급자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양측 모두 근거가 있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실무자로 일을 하다보면 부양의무제로 인해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을 접하게 됩니다. 부양의무를 포기할 수 없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부양의무자 제도 예외사항에 적용될 수가 없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은 부모의 부양의무자로 등록됩니다.

현재는 부양 의무자가 부양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법적 책임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식사도 못 하는 노인들에게 부양 의무자가 있어서 기초수급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이 제도로 피해를 본 피해자가 한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부양 의무자에게 강제적으로 부양의 의무를 지게 하거나 이마저도 거부할 경우에는 정부가 먼저 부양을 해주고 후에 부양 의무자에게 세금을 물려 책임을 지게 하는 등의 제도로 개선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초수급자 대상임에도 부양의무제도로 피해를 받게 되는 사람들은 기초적인 생계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하경희 교수 인터뷰

그렇다면 우리나라 복지 제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복지가 나아갈 방향과 최근 복지 동향에 대해 우리 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하경희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우리나라 복지의 현주소를 평가하신다고 할 때,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실 건가요?

A. 복지 점수를 몇 점 주느냐는 상대적이지만 우리나라 복지의 기본 시스템은 거의 완비된 상태라 볼 수 있다. 공적 부조와 4대 보험 등과 같은 여러 사회서비스는 IMF 위기를 기점으로 사회적 요구가 대두됐다. 또한 참여정부 이후로 복지의 제도적 기반은 다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중상위 정도 점수는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복지가 실제로 인간의 삶의 질을 담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복지를 사회적 위험에 닥쳤을 때의 기본적인 안전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는 벼랑에서 다시 올라오지 못하는 사람을 계속 붙잡고 있는 상태와 같다. 즉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에서만 복지를 제공하고 있는 형국이다.

 

Q. 현재 우리나라 복지는 연명만 하게 하는 수준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따라야 할까요?

A. 사회적 안전망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료 복지 분야를 예시로 들어보자. 노동자에게 장애나 질병은 바로 빈곤으로 떨어지는 지름길과도 같다. 장애나 질병은 곧 일하지 못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의료 보장 같은 복지 제도가 기본적으로 이뤄져 있어야 노동자가 몸이 아파 일을 못 할 때 적은 치료비를 부담하고도 치료를 잘 받아 다시 노동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렇듯 사회의 ▲교육 ▲의료 ▲주거 등과 같은 분야의 복지 제도가 사회안전망으로 있어야 한다.

 

Q. 우리나라와 세계 다른 나라들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보다 복지 수준이 더 높은 나라가 있나요?

A. 부담의 수준을 기준으로 잡고 볼 때, 흥미로운 것은 비슷한 부담을 지면서도 우리나라보다 복지 수준이 높은 국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로 일본이 있는데 일본은 부담을 적게 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복지 혜택을 받는 대표적인 나라다. 일본이 그랬듯, 우리도 굳이 부담을 늘리지 않고도 복지 수준을 올릴 수 있다. 학자들은 그 수준을 주로 3%~5%로 이야기한다. 결론적으로 사실은 돈이 없어서 복지를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에 대한 의지가 없고 정책적으로 복지를 무엇으로 바라보느냐에 대한 답을 달 때 협소한 시각으로 바라본 결과의 한계인 것이다.

 

Q. 복지 정책의 세계적 동향은 어떤가요?

A. 복지는 사회적 위험을 사회적으로 해결하자고 하는 일종의 사회적 약속과도 같다. 여기서 복지는 최악의 상황에 닥쳤을 때 복지가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것이냐 또는 그 사회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권리로 작용하게 할 것이냐 하는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이때 전자를 ‘미국식 복지’ 후자를 ‘유럽식 복지’라고 한다. 먼저 미국식 복지는 장애인이나 노인이 돼 저소득층이 됐을 때 복지혜택을 받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복지도 주로 미국의 형태를 따라갔다.

그러나 최근 관심을 이끄는 복지 체계는 ‘유럽식 복지 체계’다. 유럽식 복지는 일반적으로 소득의 50%를 세금으로 내고 ▲무상 교육 ▲무상 의료 ▲주거 안정 등의 혜택을 받는 형태다. 복지에 있어서 핵심은 세금인데 유럽식 복지가 가능한 이유는 이 세금을 많이 내면서도 그만큼의 복지 혜택을 받고 다시 혜택을 받아 노동을 통해 소득을 버는 선순환의 구조가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럽식 복지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권리로 작용함과 동시에 복지가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시장 복지와 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Q. 소득의 지급 기준에 관해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복지 단체 측에서는 주로 현재 중위소득의 30% 이하에서 50% 이하로 기준을 바꿔야 빈곤 가정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는 지금으로는 전혀 실제적인 보장이 못 된다고도 이야기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관점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기는 한다. 사실 중위소득 기준제로 개편된 것도 2015년 7월로 바뀐 지 얼마 안 됐다. 즉 최근 5년 사이에 이 제도가 급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Q.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보장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소득보장제도의 문제점 중 첫 번째는 빈곤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OECD의 평균보다 높다는 자료가 있다. 사실 시장 소득으로서의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건재한 편이다. 그러나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심지어 빈곤율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지만 수급 혜택을 받는 사람의 수는 그에 반비례해 줄어들고 있다. 이는 곧 빈곤층의 기초를 세워줘야 할 소득보장제도가 빈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두 번째 문제점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1위라는 것이다. 이 지표는 곧 전 세계 노인 자살률 1위 전체 빈곤율의 3배에 달하는 노인 빈곤율과도 연결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결국 노인 빈곤 문제는 복지 혜택을 받을 준비를 하지 않은 채 노년기를 맞게 되면 사각지대에 빠지는 문제로 이어지고 즉 사각지대의 핵심 중 부양의무제와 이어지는 것이다.

 

Q. ‘부양의무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A. 부양의무제가 의미하는 바는 수급대상자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가족에게 있다는 것이다. 즉, 국가는 복지의 일차적인 책임은 국가가 아닌 가족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족 구조의 해체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고 대상자가 설령 가족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 부양 능력은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가족의 부양 능력은 실제 능력보다는 잠재적 능력을 보고 있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수많은 수급권자가 기초수급제도의 범주 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 가족 구조의 해체 심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 기초생활수급을 받기 위해서는 가족의 단절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몇 달 안에 동거를 한 시간이나 돈을 주고받은 기록 등이 없어야 하는데 이는 곧 가족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단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부양의무제가 가족의 해체를 부추긴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부양의무제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결국 부양의무제 폐지 주장에 이어 단계적 폐지 결정까지 이어진 것이다.

 

Q. ‘신청제’와 ‘비신청제’ 사이의 절충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신청제냐 비신청제냐 하는 문제는 곧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사이의 문제와 맞물린다. 선별적 복지 체계에서는 신청제를 채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것이 곧 선별적 복지의 한계로 즉 아는 사람은 많이 얻고, 모르는 사람은 사각지대에 내몰리게 되는 복지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찾아가는 복지’와 ‘행정복지센터’인 것이다.

 

Q. 그렇다면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는 현재 복지 전달책 중 최대 화두다. 이미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는 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수원시 또한 ‘행정복지센터’를 작년 9월부터 13개 동에서 시범적으로 진행했고, 올해부터는 전체 동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행정복지센터의 운영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인력난이다. 행정복지센터는 기존의 직제를 개편해 행정팀과 복지팀으로 나눠 그중 복지팀이 온전히 복지 업무만을 보게 한 것이다. 문제는 복지팀장에게 복지 사각지대에 위치한 가정을 최소 몇십 가구 이상을 발굴하라고 하며 정작 인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어떤 동은 팀장 1명 공무원 2명만이 복지팀을 이루는데 만약 2명이 나가면 1명이 3명분의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는 곳이 있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소위 ‘복지 깔때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복지 깔때기 현상이란 복지 관련 업무는 늘어나지만 복지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인데, 어떤 곳은 심지어 200개 이상의 업무를 사회복지 업무를 공무원 한두 명이 모두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복지 담당 공무원의 자살 사건이 잇따르고 우울증 정도가 심각하다는 기사가 나온 원인이 이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복지 인력은 확충하지 않은 채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라고 하니 정작 찾아가질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특별시에서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찾동’을 시행하고 있다. 찾동은 민간 전문 사회복지사를 직접 동에서 고용해 복지팀을 꾸려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인데, 실제로 실효성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의 참여와 지역 공동체의 회복이다. 즉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공동체가 되살아나 다양한 민간 조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시로 ‘동·주민보장협의체’가 있다. 동·주민보장협의체는 주로 지역 유지나 통·반장 등을 주축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을 돌아다니며 복지 사각지대에 위치한 주민을 찾는 활동을 하는 조직이다. 이와 같은 공동체가 활성화돼야 찾아가는 서비스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다.

 

Q. 저소득층과 관련된 정책에서 주요 화두는 무엇인가요?

A. 소득보장과 연계되는 ‘사례관리’가 저소득층 정책에 있어서 최근의 화두다. 가난한 사람에게 돈만 줘서 빈곤이 해결될까? 죽지 않을 만큼 먹고는 살겠지만 이렇게 해서는 빈곤을 탈출할 수는 없다. 즉, 소득의 현물 성으로만 자활로 나가는 길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똑같은 빈곤 수준을 가진 가정 사이에도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다.

아빠가 알코올 중독 엄마는 우울증 아이는 학교 부적응 할머니는 치매 노인인 가정이 있다고 해보자. 오직 돈만이 이 가정의 삶을 바꿔줄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할머니에게는 요양 서비스를, 아빠와 엄마에게는 정신 건강 서비스를 아이에게는 학교 사회복지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것과 같이 그에 맞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저소득 가구에 대해 필요한 것을 조사하고 평가해 그에 맞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계획을 세우고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사례관리가 화두가 된 것이다. 즉 소득보장에 사례관리가 같이 이뤄져야 빈곤 가정의 필요에 맞는 실제적인 서비스를 지원해줄 수 있다.

 

Q. 장애인 복지 영역에서의 주요 화두는 무엇인가요?

A. 현재 가장 큰 이슈는 ‘장애등급폐지’다. 우리나라는 복지를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하려다 보니 등급제를 시행하는 경향이 있다. 등급제란 곧 장애 별로 등급을 매겨 각 등급에 해당하는 모든 장애인이 똑같은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같은 등급 내에서도 ▲사회적 기능 수행 능력 ▲사회·경제적 상황 ▲장애 종류 ▲필요 욕구가 모두 다를 수 있다. 이로 인해 장애인마다 필요한 서비스가 달라지기 때문에 개별적인 평가에 근거에 필요에 따른 서비스를 연계해주고 계획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Q. 복지 제도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에 따라 복지의 질도 향상됐지만, 인식적 측면은 아직 이를 못 따라간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복지는 시혜가 아닌 권리임을 유념해야 한다. 최근 들어 복지에 대한 권리 의식이 개인주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복지는 주로 선거 공약을 통해 제도화되고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복지 공약이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검토와 분석 연구를 통해 도출되는 것이 아닌 오직 공약으로 남발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막상 후보가 당선되고 나서도 공약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이와 맞물려 국민도 복지를 공짜로 얻어먹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복지는 권리이자 의무며 사회가 함께 기여해 혜택을 받는 공동체성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를 빈곤층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위험이 닥쳤을 때 빈곤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바라봐야 한다. 복지제도만 발달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고용 ▲교육 ▲의료가 곧 복지 그 자체로 이것이 다 같이 맞물려야 복지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복지를 좁은 의미로만 바라보면 계속해서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밖에 불과할 뿐이다.

[화살촉]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 기초수급자 인원은 약 1,554,484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419,452명이며 만 19세 미만의 유아·청소년의 인구는 약 450,946명으로 노인과 청소년 인구가 전체 수급자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즉 수급자의 대부분은 노동능력이 없는 계층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려운 재정 상태에 처해있다. 선천적 이유와 노동능력 상실로 인한 수급자 계층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 금액은 1인 가구 기준 약 49만 5천 원으로 절대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안다고 할지라도 ‘기초생활 수급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급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면 때 사람들은 선뜻 그들에게 돈을 건넬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은 세금으로 돈을 받는 기초수급자에게 더 많은 돈을 지급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노동으로 지불한 세금이 그들에게는 노동이라는 대가 없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에게 사용되는 세금으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올 혜택 역시 줄어든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돈을 지급해야 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맬더스는 ‘가난한 자의 주머니를 채워라. 그러면 소비가 촉진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 속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더 큰 부메랑이 되어 모두를 힘들게 할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 맬더스의 정치경제 원리에 따르면 소비성향은 상위층보다 하위층이 더 높으며 하위층의 이러한 소비성향은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즉 이론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도 가난한 사람에 대한 복지를 늘리는 것은 우리에게 손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조건 없는 지원을 해주는 복지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복지의 목적은 일회성의 물질 지원이 아닌 사람들이 어려운 시기를 넘겨 생산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매우 잘 시행하는 예시로 덴마크를 들 수 있다. 덴마크의 경우 나라의 구조적 이유로 일자리를 잃으면 실업자에게 교육훈련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이 과정을 마칠 때까지 비용의 90%를 지원해준다. 그 이후 일자리를 찾아주는데 구직자는 이 일자리를 2번까지 거부할 수 있으며 거부한 후에는 보조금의 90%를 내놓거나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위와 같은 복지 국가에서는 내가 살기 위해 남의 자리를 빼앗아야 한다고 가르칠 필요가 없다. 진정한 복지란 누군가의 밥그릇을 뺏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복지는 낙오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가 사회적 약자가 되었을 때도 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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