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이 시끌시끌한 요즘이다. 지난 해 10월부터 시작된 ‘최순실 게이트’ 이후 수많은 정계인사들은 물론 한 나라의 수장이자 최고 권력자인 박근혜 대통령마저 비선실세 최순실의 꼭두각시였음이 밝혀졌다. 알면 알수록, 수사를 하면 할수록 놀라움의 연속인 이 엄청난 게이트의 배후에는 안종범, 우병우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과 함께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이 함께 뒤죽박죽 얽혀있었다.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미르재단과 K 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53개 기업을 상대로 총 774억 원을 강요했으며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을 가진 주요 7개 대기업은 더 많은 금액을 지급했다. 국내 대기업들을 이용해 사익을 채우려 했던 정부와 기업 활동에 불이익이 따를까 그들의 지시에 수백억 원을 건넨 기업들의 뒷거래는 최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막을 내렸다.

그의 구속이후 많은 언론들은 ‘삼성, 79년 만에 총수 구속으로 최대위기’, ‘세계 7위 삼성브랜드 추락도 한순간’ 등 이재용 부회장을 잃은 삼성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국민들은 오히려 ‘사이다’라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공식의 표본이었다. 재벌가들의 사기, 횡령, 배임 등 주요 범죄는 죄질에 비해 약한 처벌을 받거나 구속 수감 중에 특별사면 등을 받아 조기 석방되곤 했다. 실제로 재벌들의 구속율은 33%로 일반 서민들의 구속율인 62%에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돈과 권력 앞에 무릎 꿇는 정의, 재벌가들의 끝없는 이익을 향한 비뚤어진 행보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추악하고 더러운 괴물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는 가진 자들의 그늘에서 법 앞의 평등이 아닌 법 앞의 불평등만 보고 살아왔다. 법 앞에선 누구나 평등하다는 사실은 이들 앞에서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돈과 권력이 그들에겐 곧 힘이었기 때문이다. 힘이 법을 이기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잃어버린 정의와 법 앞의 평등을 되찾는 진정한 재벌개혁을 위해서 우리는 꺼지지 않는 촛불과 함께 더 큰 목소리를 내야한다.

돈과 권력이 전부인 세상에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서로 물고 뜯는 상위 계층 그들만의 리그는 끝났다. 그동안 그들이 저질러 온 수많은 악행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이제는 그 악행에 대한 공정하고 엄격한 법의 심판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권선징악이라는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마지막으로 1.9평 남짓한 독방에 수감된 범죄자이자 재벌 중의 재벌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정의란 무엇이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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