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매력을 찾아서

 

 
 
     
 

현재 수원에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수원이 가진 진짜 매력을 못 느껴봤다는 김상훈(전자·2) 학우와 이민성(전자·3) 학우는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수원의 보물을 찾아내고자 수원 화성행궁 주변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이 두 명의 학우는 일상을 떠나 수원 화성행궁을 샅샅이 누볐다.

우리는 수원의 매력을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담긴 곳’으로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모르는 수원의 진짜 매력들은 조금 더 다양하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수원의 매력들은 얼마나 숨겨져 있는 걸까. 그 답이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그들을 따라 수원 화성행궁의 맛을 하나하나 느끼러 가보자.

 

정조에게 배운 수원의 아련한 맛을 느끼며

우리가 화성행궁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행궁 광장의 뒤쪽에 있는 팔달산이었다. 구불구불 가파른 오르막길과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금방 수원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트인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불어오는 시원한 가을바람에 가볍게 땀을 식힌 후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정조의 충직한 효심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효원의 종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일정 금액의 돈을 지불하면 직접 종을 쳐 볼 수도 있어 종을 치며 정조의 효심을 느껴볼 수 있다. 효원의 종은 각각의 의미를 담아 세 번 타종한다. 첫 번째는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드리기 위해서 두 번째는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기원하며 마지막 세 번째는 자신의 발전과 소원 성취를 기원하며 친다. 그들이 친 종소리는 고요한 정적 속에서 아득하게 들려와 바람과 함께 귓속으로 전해진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종소리에는 정조의 가슴 아픈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었고 우리에게 깊숙이 파고들어 그 울림은 몸 속에서 그칠 줄 몰랐다. 직접 종을 친 두 사람도 종의 진동을 느끼며 한동안 말없이 서있었다. 그들도 정조의 마음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 짧은 사이 단순히 역사적으로 훌륭한 건축물들이 존재하는 모습의 수원이 아닌 그저 어린 아들로서 아버지를 사랑했던 정조의 마음이 담긴 수원의 모습을 보았다.

훌륭한 문화재들만이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의미들이 모여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에서 스친 수원이 주는 아련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수원의 맛있는 맛을 먹으러 가자

정조의 효심을 느끼러 팔달산을 올랐던 때라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우리는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수원의 유명한 통닭거리로 향했다. 수원의 통닭거리는 1970년대에 통닭을 튀기던 좌판의 상인들로부터 시작된 거리다. 2000년대에 들어와 새롭게 정비되었고 현재는 다양한 개성이 담긴 통닭집들로 북적거렸고 거리마다 퍼진 통닭냄새는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통닭집 중에 하나인 ‘진미 통닭’은 점심시간이어서 그런지 가게 안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진미 통닭의 유일한 메뉴이자 대표 메뉴인 후라이드 통닭과 양념 통닭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옆 테이블에 있는 통닭을 보며 군침은 쉬지 않고 고였다.

가장 기본적인 양념만으로 만들어진 튀김옷을 입고 바삭함을 머금은 통닭들을 본 우리는 말없이 손과 입만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라이드 통닭과 콜라의 조화는 가장 평범하지만 오히려 우리는 그 평범함에 한껏 매료되었다. 특별한 비법으로 가득한 맛이 아닌 익숙하고 친숙한 맛으로 채워진 수원의 통닭거리에서 수원의 맛있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수원의 예술적인 맛은 경험

배불리 점심을 먹고 난 뒤 우리는 다시 화성행궁 광장 옆으로 이어져 있는 행궁동 공방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방거리로 들어선 순간부터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멘스’의 촬영지로 선정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공방거리의 아기자기한 공방들은 두 팔 벌려 손님들을 맞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귀여운 공예품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공방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행복함 그 자체였다. 우리 또한 절로 웃음이 났다. 단 하루의 여행이 이렇게 마음의 안정을주며 행복을 줄 수 있다니. 멀리가지 않아도 오랜기간을 다니지 않아도 여행 그 자체가 주는 자유감은 오랜만의 것이었다.

가게들마다 팔고 있는 각기 다른 모양의 ▲가방 ▲손수건 ▲열쇠고리 ▲인형 등의 핸드메이드 제품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았고 이 독특한 소품들을 위해 사람들은 지갑을 열고 있었다. 우리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안에서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공방 거리의 예술품들을 구경했다. 오랜 고민 끝에 목걸이 하나를 고른 김 학우는 미소를 지으며 이 학우와 함께 거리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생각보다 짧은 공방거리를 아쉬워하며 화성행궁으로 광장으로 돌아갔다.

그 시간, 화성행궁 광장 안에 설치된 부스에서는 다양한 전통 체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체험 부스와 함께 다채로운 공연들과 전통 사물놀이가 펼쳐졌고 우리도 직접 연날리기와 팽이치기 같은 전통 놀이들을 체험했다. 연날리기는 처음에 매우 어려워 키높이도 넘기지 못했지만 잠시후 연은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로 날아가는 연을 보며 우리의 마음또한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화성행궁 안쪽에서는 막걸리 잔을 부딪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수원의 즐거운 맛을 흥겨워하자

여행 당시 화성행궁쪽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넘쳐났다. 이번 해가 수원화성방문의 해이며 당일이 수원 화성문화제날이었기 때문이다. 화성행궁에서 장안문까지 가는 길목마다 다양한 행사들이 이어졌다. 전통 문화관에서는 태권무 공연을 멋진 공연을 관람했고 길거리에서는 신나는 난타공연과 화려한 밸리 댄스 같은 신나는 공연들이 펼쳐졌다.

그리고 드디어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수원 화성 축조 220년 기념 정조대왕의 능행차는 수원의 길 곳곳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서울 창덕궁부터 수원화성 연무대까지 이어진 행렬은 과거 정조대왕의 을묘년 화성원행의 전 구간을 재현한 모습으로 진행됐다.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많은 퍼포먼스들이 펼쳐졌다. 남녀노소와 외국인들까지 모두 행렬을 따라가며 열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여행이 엄청 특별해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다른 여행지를 놀러갔을 때처럼 수원을 즐겼을 뿐이다. 수원의 진짜 매력은 특별함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역사가 담기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이 담기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간 도시다. 수원의 매력도 특별함이 아닌 평범한, 삶이 담긴 도시라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수원을 역사적 가치가 많은 도시라는 것만을 강조하여 생각해왔지만 이제부터의 수원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의 평범한 이야기들로 수원을 채워나가야 한다.

여행을 마친 김학우와 이학우는 수원의 골목골목을 다니며 보게 된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들을 보면서 굳이 독특하고 구별되는 수원만의 매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의 삶이 수원의 매력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 같다며 여행의 의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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