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우리 학교 제 35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재투표로 넘어갔다. 배부용지보다 투표자 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부정선거의 가능성을 염려해 오는 7일부터 선거를 재실시 하기로 결정됐다.

이번 선거는 투표과정부터 삐걱거렸다. 투표 전반을 관리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는 선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그 결과 중선관위원장은 사퇴하게 됐으며 재선거라는 파행을 맞게 됐다. 또한 후보 재등록 과정에서 선본 ‘임팩트는’ 지난 3일 교외식당에서 추천인 서명을 받는 ‘선거규칙 위반’이라는 실수를 범해 후보등록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명색이 선본이라는 집단이 세칙 하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3년 만에 진행된 경선은 다수의 학우들에게 흥미를 이끌기 충분했다. 다른 성향을 가진 두 선본의 공약은 학우들에게 선택의 다양성이라는 매력적인 요소를 제공해줬다. 선본 ‘임팩트’는 학우들과의 소통을, 선본 ‘아주 특별한 시간’은 학우들을 뒤에서 도와준다는 것을 기조로 삼았기 때문에 학우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고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진행과정에서 이 두 선본의 색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상대 공약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자신의 공약을 이루기 위한 홍보가 아닌 학칙, 선거세칙의 위배만 난무하고 투표함에 대한 불신으로 재선거라는 파행만이 남았다. 이번 선거에서 두 선본은 밤새 공들여 준비했던 ‘공약’들은 중선관위의 관리능력 미흡과 선본들의 세칙 준수능력 부족으로 인해 완전히 빛을 바랬다. 선본들의 공약집을 보면서 ‘누구를 뽑을까’하고 생각했던 학우들만 바보가 된 것이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선거에서 학우들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보였다. 학우들은 그저 중선관위에서 올라오는 조치들만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이 문제를 누구의 탓으로 돌려 책임자를 찾는다고 해도 그건 부수적 문제일 뿐이다. 이미 선거는 학우들과는 다른 세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학생자치는 무엇을 위해 있는가. 바로 학우를 향할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과연 학우를 향했는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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