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요정과 국민 MC 그리고 국민 배우. 이제 이러한 수식어는 사라진지 오래다. 핸드폰 화면 속에서 우리는 각자만의 빛나는 스타인 인플루언서를 선망한다. TV의 자리를 유튜브가 대체하고 신문이 아닌 인스타그램 속 광고가 소비로 이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인플루언서는 사회적으로도 상업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국민 MC는 있지만 국민 인플루언서는 없는 이유 

인플루언서는 영어로 영향을 끼친다는 뜻의 ‘influence’라는 단어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을 더해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의미한다.

과거에도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존재했다.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15분 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것이다”는 앤디 워홀의 말처럼 TV나 신문 같은 매스 미디어는 대중에게 포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스타를 배출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제 국민 MC나 국민배우 같은 존재를 찾기 어려워졌다. 매스 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미디어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연예인을 선망하게 됐다. 이것이 스타와는 다른 현대의 인플루언서이다.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진홍근 교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인플루언서의 등장과 매우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대인플루언서 시대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서는 인플루언서 센터를 출범해 네이버 인플루언서 홈을 구축하고 네이버 인플루언서만을 위한 성장 지원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교육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오은환(40) 씨는 “교육 인플루언서로서 네이버 인플루언서 센터에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등 인플루언서를 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를 관리하는 소속사나 인플루언서 협회까지도 등장했다. 대구사이버대학교의 인플루언서 학과 교수로도 재임했던 진 교수는 “인플루언서를 전문화하고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은 시장적 논리에 따라 당연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야, 너도 인플루언서 할 수 있어!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스마트 기기의 보급률 증가 등으로 인해 미디어 환경은 누구나 콘텐츠를 언제든지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시공간적 제약 없이 콘텐츠를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던 수용적 입장에서 벗어나 미디어를 직접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오 씨는 “퍼스널 브랜딩이나 자기 어필 등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해진 지 오래다”며 “이제는 SNS 매체 등 그 창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누구나 자신을 브랜딩하고 어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기에 연령과 성별 인종 등을 막론하고 다양한 유형의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고 있다. 그 예로 ‘박막례 할머니’라는 채널명으로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선봉을 달리고 있는 인플루언서 박막례 씨는 유튜브 구독자가 120만 명에 이르며 구글이나 영국 BBC 등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브이로그와 먹방 등의 콘텐츠로 활동하는 초등학생 인플루언서 ‘띠예’는 수많은 랜선 이모와 삼촌들을 양성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인플루언서의 등장과 성장 배경에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아닌 인플루언서까지 등장했다. 버츄얼 인플루언서가 그 예이다. 제작사 싸이더스튜디오엑스가 2020년 12월 내놓은 버츄얼 인플루언서 로지는 실제 인플루언서처럼 SNS로 일상을 공유하고 여러 기업의 모델로도 활동했다. 임주현(사회·2) 학우는 “버츄얼 인플루언서는 디지털 휴먼임에도 실제 사람처럼 소통도 가능하고 외적으로도 뛰어나 신기하다”고 전했다. 진 교수는 “버츄얼 인플루언서를 통해 외적인 부분의 한계까지 극복됐기에 인플루언서의 진입 장벽은 더욱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닿을 수 있는 별, 인플루언서 

일방적으로 TV 속 스타들을 받아들이기만 했던 사람들에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인플루언서는 대중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홍다영(정외·1) 학우는 “평소 팔로우하던 인플루언서가 나의 댓글에 ‘좋아요’와 답글을 달아줘 호감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과거 유명 배우나 가수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자신의 사생활을 최대한 숨기는 신비주의가 대세였지만 현재는 자신의 일상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이용자와 유사하다고 느껴지는 인플루언서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예솔(응화생·3) 학우는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인플루언서를 발견하면 반갑고 계속 소식을 전해 듣고자 팔로우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3000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이하얀(22) 씨는 “자신이 유명해지는 데 소통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단순히 댓글에 대한 일차원적 반응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메시지에도 적극적으로 답변을 한다”며 “적극적으로 소통한 팔로워와는 오래 관계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빛나는 연예인은 범접할 수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는 나와 비슷하다는 동질감과 적당한 선망을 통해 더욱 매력적으로 빠져들게 한다”고 설명했다.

일상을 콘텐츠화하는 인플루언서의 특성은 자본력과도 관련이 깊다. 진 교수는 “과거의 연예인은 방송국이나 소속사 같은 거대 자본 아래 존재했다”며 “그에 비해 콘텐츠에 동원할 수 있는 초기 자본이 적은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일상을 꾸밈없이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열풍

인플루언서는 단순히 유명해질 뿐만 아니라 그 유명세를 이용해 엄청난 광고 효과를 창출한다. 특히 급부상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인플루언서가 SNS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이용자들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 블로그 대행사를 운영하는 서지민(21) 씨는 “일반인도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시장에서 누구나 제품을 홍보할 수 있기에 수요가 공급보다 증가하는 시장에서 구매 결정권은 소비자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서 씨는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는 직접적인 홍보 제품보다 간접적인 후기에 끌린다”고 설명했다. 이종우(경영) 교수는 “현대의 소비자들은 TV 등 기성 매체에 등장하는 광고를 신뢰하지 못한다”며 “인플루언서가 광고하는 제품은 자신이 친근하고 신뢰하는 인물이 추천하는 것이기에 구매로의 전환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플루언서의 유명세와 구매로의 전환율이 무조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인플루언서는 팔로워의 수에 따라 백만 명 이상의 메가 인플루언서부터 만 명 정도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까지 다양한데 팔로워가 적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광고효과가 더 높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팬덤의 충성도가 높기에 적은 광고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돈내산? 사실은 남돈남산

인플루언서의 상업적 영향력이 커지며 이른바 ‘뒷광고’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SNS 모니터링 과정에서 광고 협찬 사실을 숨긴 경우가 2만 건 이상 적발했다. 짝퉁 제품을 판매하거나 질 낮은 제품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인플루언서에 염증을 느끼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뒷광고 의뢰 사업자들을 규제하는 내용의 ‘표시 및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영향력은 수익으로 연결되기에 자신의 유명세로 수익을 창출하는 인플루언서는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 교수는 “인플루언서가 활동하는 SNS라는 플랫폼을 관리하는 기업 또한 이에 대한 책임 의식과 가이드라인 마련에 소홀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인플루언서, 규제해야 할까?

다양한 유형의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콘텐츠 또한 매우 다양해졌다. 인플루언서는 흥미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고민하고 경쟁한다. 오 씨는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선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콘텐츠 경쟁으로 이어지며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력을 유발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홍 학우는 “인스타그램에서 과도하게 선정적인 사진이나 유튜브 속 가짜뉴스에 불편함을 느낀 적 있다”고 전했다. 과거의 위법 사실이나 학교 폭력 등 윤리적 기준에 반하는 과오가 드러나는 인플루언서의 활동에 대해 사람들이 비판하는 사례도 지속돼 왔다. 타인에 대한 명예 훼손이나 진실을 가장한 가짜 뉴스 등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새로운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진 교수는 캔슬 컬처 문화를 예로 들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는 사람들의 자정적 판단에 의해 사라질 것이다”며 “과도한 법적 개입은 인플루언서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인플루언서는 쌍방향 소통과 일상성의 공유 등을 기반으로 타인에게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단순히 유행을 선도하는 존재를 넘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엄청난 산업적 영향력을 갖는다. 하지만 새로운 블루 오션으로 추앙받는 인플루언서 업계 이면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진입과 제작의 자율성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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