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올바름(이하 PC)은 사회적 운동으로서 사회 전반에 차별과 편견을 포함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평등과 다양성 존중을 강조하는 PC는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며 일상 속 차별과 편견을 인식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이 폭로를 통해 강자였던 남성을 처벌받도록 하는 미투 운동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SNS의 등장은 약자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PC는 생산적이고 참여적인 사회공동체 건설을 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는 집단 극화 현상으로 PC 대 혐오의 시대를 일으켰다. 광주 맘카페 학원 차량 난폭운전 사건과 김포 어린이집 교사 자살사건과 같이 개인에게 사회적 약자 혐오 프레임을 씌우고 인터넷상에서 공격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여성과 아이의 지위를 역이용해 누군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

PC주의자들은 평등과 배려를 강조하며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존중을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의 PC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누군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여겨지는 표현을 사용하면 상대방의 인권은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그 사람을 차별주의자로 규정한다. 표현에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PC로 인해 사회는 경직된다. 사람들은 조금만 실수해도 비난받고 차별주의자로 낙인 찍히는 것을 두려워 말을 아낀다.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의도로 시작된 PC는 선택과 사상의 획일화를 강요하며 다양성을 오히려 존중하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누적된 PC에 대한 대중들의 피로는 사람들을 PC주의에서 돌아서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반 PC전략을 내세우여 PC에 지친 미국인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PC는 정오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의 문화적 관행이 진보하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PC를 주입하고 강요하는 현재 PC의 방식은 조금 더 세련되게 나아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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