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29. 한국은 엑스포 투표 역사상 가장 큰 표 차이를 기록하며 참패했다. 1차 투표에서 승부가 결정난 것도 역대 최초지만 한국 역사 전체에서도 국제 행사 유치전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한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 며칠 동안 인터넷을 달궜던 엑스포의 기대효과는 순식간에 무색해졌다. 대통령까지 사과에 나선 이번 일과 관련해 역시 여야는 뜨거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의 승리 원인을 넘어설 수 없는 오일머니라며 ‘졌잘싸’라 자기위로를 거듭하는 언론까지. 그저 어지러울 뿐이다.

언론에서는 계속해서 엑스포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강조했다. 약 61조의 경제적 이익이 따라올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에 주류 언론 또한 발맞춰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여전히 엑스포 자체에 대한 의문부호는 남는다. 당장 일본의 경우 2025년 오사카 엑스포를 위해 개최 비용만 이미 3조 원 가까운 금액이 투입됐다며 자국 내에서 여러 잡음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엑스포와 함께 세계 3대 국제행사 중 하나인 올림픽이 지나간 평창도 마찬가지다. 성공적인 동계 올림픽이라 평가받는 평창 올림픽의 흑자 여부에 대한 분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제 행사의 실효성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가 거듭 제기되는 까닭이다.

이번 부산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가장 큰 지적을 받는 것은 마지막 홍보 영상이었다. 부산과 무관한 ‘강남스타일’을 필두로 소위 ‘이름값’만을 이유로 등장한 인물들에 여론은 들끓었다. 엑스포에 총력을 쏟았다는 정부와 관계부처의 입장과는 상반된 결과다. 일각에서는 이번 PT에 투입된 비용이 수십 억에 육박한다 말하며 지원 비용의 행방을 묻지만 결국 집중된 조명과 노력에 비해 터무니없는 결과였다는 사실 하나만이 남을 뿐이다. 엑스포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의 냉철한 분석 없이 국가관에 편승한 대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부 언론에서는 과정만으로 충분했다며 국가경쟁력의 위상을 알렸다 말한다. 그토록 위상이 높은 출연진을 데리고도 탈락한 국가의 경쟁력에 대한 타국의 시선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키운 기대에 비해 드러난 노력은 아무리 봐도 ‘졌잘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부풀려진 기대와 드러난 실상 그리고 철 지난 국뽕 PT 영상 가운데서 특정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부산광역시와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역발전의 일환으로 심지어 대통령까지 해외순방을 포함해 최선을 다했다는 유치 경쟁의 결과 속 ‘부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수단으로서 활용됐어야 했던 K-콘텐츠가 말 그대로 목적이 돼 엑스포 영상에 등장했던 그 순간부터 엑스포의 중요성은 어쩌면 그 본연의 가치를 잃은 건 아닐까.

‘엑스포’와 ‘엑스포 유치’의 무게가 달라진 그 순간부터 불균형은 시작된다. 진정한 엑스포의 진행을 위해 노력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 국가경제적 차원으로 해석되며 유치 자체에 모든 문제가 쏠렸다. 행사의 본질적 고민과 비판 없이 치러진 부산 엑스포 유치 과정 속 ‘유치하면 끝’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던 모든 정책 관계자들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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