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월 실사용자 수는 64만 명으로 3년 전과 비교해 2배 넘게 증가했으며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언론에서 들려오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악용 소식과 커지는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없었던 온라인 커뮤니티의 면모를 조명한다.

 

우리 시대의 공론장, 온라인 커뮤니티

커뮤니티(community)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했다. 커뮤니티란 구성원끼리 특징을 공유하는 사회적 공동체를 뜻하며 인류가 진화함에 따라 다양한 성격의 변화를 겪어왔다.

현재 가장 활성화된 커뮤니티는 단연 온라인 커뮤니티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온라인에 모인 사람들이 소통하는 플랫폼이다. 통상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는 보통 익명성이 보장된 커뮤니티 사이트를 지칭한다.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로는 ▲대학교 커뮤니티 ▲자체 웹사이트 커뮤니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페이스북 그룹 ▲포털 기반 커뮤니티가 있다. 사회적 연결이 아닌 개인적 관심사를 중심으로 익명의 개인들이 모인다는 것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의 차이점이다.

우리나라 온라인 커뮤니티의 시작은 1980년대 만들어진 ‘천리안’이었다. 천리안에서 이용한 PC통신 방식은 전화망을 사용해 다른 컴퓨터와 데이터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김효동(미디어) 교수는 “PC통신 시대에는 대표적으로 취미생활과 관련된 동호회 모임이 활성화돼 있었다”고 말했다.

21세기에 들어오며 인터넷의 상용화와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는 비용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이후 자연스레 관심사뿐 아니라 사담도 허용하는 현재의 온라인 커뮤니티 개념이 정립됐다. 현재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관심사를 중심으로 사람들 간의 자유로운 소통과 정보 공유의 장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강준혁(정외·1) 학우는 “해외 축구팀을 응원하는 과정에서 팬카페의 선수 인터뷰나 현지 기사들을 번역한 정보에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미디어) 교수는 “개인의 세상에 대한 지식 확장은 인터넷으로 인해서 더 정교화되고 개인화되는 계기가 됐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전의 매스미디어와 달리 개인적인 소통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우리는 왜 온라인 커뮤니티로 향하는가

우리는 ▲동아리 ▲지역 ▲팬덤 ▲학과 등 다양한 집단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커뮤니티도 공통적인 관심사를 기반으로 소속감을 형성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만 15세부터 24세의 22.3%가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을 친구라고 느낀다고 답했다.

이러한 소속감은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이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특히 현실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커뮤니티에 더욱 의존하는 현상을 보인다. 평소 디시인사이드를 즐겨하는 익명의 학우는 “현실에는 없는 친구가 디시인사이드에 있기에 습관적으로 접속한다”고 밝혔다. 김한상(사회) 교수는 “인터넷은 매개된 사회적 상호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인터넷에 중독된다는 것은 그만큼 매개되지 않은 실제 현실에서의 사회적 관계가 취약하다는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속감은 사회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정신적으로 취약한 집단에도 매혹적으로 여겨진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는다는 연구 결과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0년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인터넷 중독률은 11.1%에 달했으나 월 소득 500만 원 이상 가구의 인터넷 중독률은 6.6%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우울감을 더 빈번하게 느끼는 현상과도 연관될 수 있다. 김(사회) 교수는 “인터넷 중독을 곧바로 정신질환과 연결할 수는 없겠지만 물질적 기반의 결여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을 대표한 적 없는 대표자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가 특정 집단을 대표한다고 정의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론을 현실 여론으로 정해버리는 오류를 자주 범하고 있다. 파란학기제를 통해 20대들의 의견을 찾아 나선 손종욱(문콘·4) 학우는 “다양한 지역에 사는 청년들을 인터뷰한 결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청년 세대의 여론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여론조차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의견이 아닐 수 있다. SBS 뉴스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10대 이상 인구의 0.03%가 포털 사이트 댓글 비중 30%를 차지했고 이는 곧 여론으로 표현됐다. 김(미디어) 교수는 “21세기 인터넷의 여론 형성 과정은 많은 혼란이 있다”며 “인터넷 내 단체의 실체가 분명하지 않거나 요점에서 에둘러 표현된 소수 의견이 다수가 되기도 하는 등 아직 확인하지 못한 현상들이 많다”고 말했다.

 

폭력과 혐오로 얼룩진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를 악용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 지난 7월 신림역을 시작으로 디시인사이드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칼부림 범죄 예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이외에도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전부터 ▲마약 ▲사이버 모욕 ▲살인 ▲성 착취 등으로 구설에 오른 지 오래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생겨난 혐오 표현으로 인해 세대와 성별 등 집단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양상이 보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혐오 표현을 접한 청소년의 82.9%가 온라인에서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브리타임’ 닉네임 ‘똥차가고벤츠온다’ 학우는 “에브리타임 내 지나친 문과 혐오 표현 때문에 이과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규제할 수 있을까?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 범죄 행위들이 언론에 보도되며 자연스레 ‘사이트 규제론’도 대두됐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실은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는 불법 정보에 의한 사회적 해악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입 막는다고 기침이 낫지 않는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폐쇄에 반대하는 등 국회에서도 커뮤니티 규제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여태까지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는 사이트 내부에서 자율 규제가 이뤄져 왔으나 문제가 계속되자 폐쇄론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실제 지난 4월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 만난 남성에게 성 착취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경찰은 디시인사이드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우울증갤러리의 폐쇄 심의를 요청했지만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과 사이트 폐쇄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차례 온라인 커뮤니티 폐쇄와 관련된 요구가 이어졌으나 온라인 커뮤니티는 제도 아래 보호받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는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므로 폐쇄할 수 없기에 규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사회)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피의자들에게 용이한 접근경로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의자들의 범죄 동기를 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회의 변화로 이어질 온라인 커뮤니티의 변화

온라인 커뮤니티는 꾸준히 성장해 현재는 우리 사회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미디어) 교수는 “인터넷에서 비롯되는 문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 중 하나이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리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더 이상 인터넷 속 세상으로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김(사회)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미 너무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삶의 영역에 걸쳐 있기에 그 자체만의 문제로 설명할 수 있는 단순 명확한 문제점들은 매우 드문 편이다”며 “범죄 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정부 기구가 충실하게 이행해야 할 사항이겠지만 그 이상의 개입은 공론장을 파괴하는 방향에 더 가까울 것이다”고 전했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제점들까지 사회가 책임감을 가지고 안고 가야 함을 시사한다.

 

우리 사회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우리 사회에서 동떨어진 존재라 매도한다. 하지만 오히려 온라인 커뮤니티는 우리 사회를 적나라하게 비춰내고 있다. 우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제점을 무작정 덮어놓기보다 무엇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그림자를 만들었는지 재고해야 할 때다.

 

 

<디자인=최지안 뉴미디어 기자>
<디자인=최지안 뉴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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