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이하 아주대)소프트웨어학과와 의예과 융합 연구팀이 급성 소장 폐색 환자(ASBO)의 중증도를 식별하는 딥러닝 분류기를 개발했다. 이는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장폐색 여부를 빠르게 진단하고 장폐색의 심각 정도를 예측해 응급수술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외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서저리(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의 9월호 온라인판에 ‘Computed tomography를 이용한 딥러닝 기반 급성 소장 폐색 고위험군 환자 식별: 예측 모델 개발 및 검증 : 후향적 코호트 연구’라는 제목으로 개재됐다.

아주대 유종빈 (소웨) 교수와 신호정(의예) 교수가 꾸린 공동연구팀에서 오승민(인공지능대학원‧4학기) 학우가 제 1 저자로 참여해 연구를 주도했다.

응급 상황 시 장폐색 환자의 중증도 식별 어려워

급성 소장 폐색은 소장이 유착되거나 꼬여 발생하는 것으로 외과를 찾는 환자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이다. 미국의 경우 수술 입원을 위한 환자 중 12~15%를 차지하며 이는 연간 30만 명에 달한다. 탈장과 같은 장 질환을 동반하는 급성 소장 폐색은 증상의 악화가 빠르게 진행되기에 치료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응급실에 들어오는 장폐색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서 수술이 필요한 응급 환자(HGSBO:이하 응급 환자)와 약물만으로 처치가 가능한 환자(LGSBO:이하 비응급 환자)로 구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숙련된 의사가 아닌 경우 CT(Computed Tomography) 영상을 통한 중증도 판단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오 학우는 “수술 여부의 판단을 경험 많은 일부 의사에만 의존하던 상황을 해결하고자 인공지능(이하 AI)을 활용했다”며 연구의 배경을 밝혔다.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한 DBA와 DRP 방법론

X-ray가 2D의 단층 이미지라면 CT는 몸 전체를 훑으며 촬영해 연결한 연속적인 형태의 3D 이미지로 질병 부위를 발견하는 데 이용된다. 하지만 급성 소장 폐색의 경우 기존의 CT 영상만으로 응급 환자와 비응급 환자를 분류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급성 소장 폐색의 사례를 분류하기 위해 높은 정확도와 효율성을 가진 AI 데이터 기반의 3D 회선 신경망 모델(3D convolution model)을 구축했다. 기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깊이 보존 풀링(DRP:Depth retention pooling)을 갖춘 이중 분기 구조(DBA:Dual-branch archiecture)를 활용한 딥러닝 분류기를 제안했다. 연구에는 아주대 의료원에서 제공한 250명의 578개 정상 사례를 포함한 비응급‧응급 환자의 CT 이미지 3만 8000개 이상의 데이터세트를 학습시켜 다섯 번의 교차 검증을 수행했다.

급성 소장 폐색 진단 네트워크의 구조

CT 이미지는 X-ray 이미지로 확인할 수 없는 내부 단면의 입체적인 모습이 담긴다. 질병의 진단을 위해서라면 국소적인 부위의 가능한 많은 정보가 이미지에 담기는 것이 중요하다. 입체로 표현되는 CT 이미지는 백터 형식으로 한 흑백의 채널(C)과 세로(H)‧가로(W) 그리고 깊이(D)로 구성돼 C✕H✕W✕D로 표현한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으로는 백터를 압축할 때 깊이 정보가 무시돼 왔다. 따라서 연구팀은 깊이 정보를 유지한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오 학우는 “급성 소장 폐색의 경우 응급 환자와 비응급 환자의 구분은 특정 수준의 깊이에서만 판단할 수 있다”며 “깊이를 살려 이미지를 압축하는 깊이 보존 풀링(1✕1✕1✕D)의 활용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CT 이미지의 데이터 세트를 학습시켜 진단의 정확도를 높였다.

연구팀은 3차원 영상 분류 모델(3D image classification)에 깊이 보존 풀링 기법을 적용했다. 이어 다음 훈련 전략으로 소장 폐색의 세밀한 특징을 추출하기 위해 두 개의 분류기를 활용하는 이중 분기 구조 방법론을 제안했다. 각각의 이미지는 일반 분류기(Base Classifier)와 미세 분류기(Finel Classifier)를 거친다. 먼저 일반 분류기 검증을 거치며 정상 환자와 응급 환자 그리고 비응급 환자로 분류한다. 이후 미세 분류기 검증을 거치며 세밀한 특징을 잡아낸다. 해당 방법론의 핵심인 이중 구조의 딥러닝 분류기는 높은 정확도와 효율성을 가능케 했다.

AI 활용 연구의 가능성 제시해

이번 연구는 급성 소장 폐색이 있는 고위험 환자를 판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도였다. AI 기반 모델의 새로운 방법론은 CT 영상만으로 응급환자와 비응급 환자를 효율적으로 분류해 냈다. 유 교수는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성공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AI도 해낼 수 있고 특정 테스트에 한해서는 AI가 더 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연구를 지속했다”며 “덕분에 연구실의 유의미한 학술적 성과가 나타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 교수 연구팀은 해당 연구 기술의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아주대 병원이 보유한 양질의 데이터와 소프트웨어학과의 AI 기술이 융합해 도출된 성과라는 점에도 의의가 있다.

이번 연구는 의료 데이터와 비전 데이터의 융합 연구의 발전 가능성을 열었다. 최근 연구팀은 최근 DALL EIMAGEN처럼 텍스트 데이터와 비전 데이터를 융합한 비전 랭귀지 모델의 연구도 시작했다. 유 교수는 AI의 전반적인 영역을 포괄해 다루며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는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TIP.

급성 소장 폐색(ASBO): Acute small bowel obstruction의 약칭으로 소장이 꼬이거니 유착돼 발생하는 질병

HGSBO: High grade small bowel obstruction의 약칭으로 수술이 필요한 급성 소장 폐색 환자를 분류하는 말

LGSBO: High grade small bowel obstruction의 약칭으로 약물만으로 치료가 가능한 급성 소장 폐색 환자를 분류하는 말

3차원 영상 분류 모델: 3D image classification의 약칭으로 3D convolutional neural network가 적용된 딥러닝 모델

DALL E: 오픈AI가 개발한 자연어 서술로부터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계 학습 모델

IMAGEN: 포토 리얼리즘과 깊은 수준의 언어 이해를 갖춘 text-to-image 확산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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