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이하 아주대) 김종현 교수(응용화학생명공학과·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 연구팀이 새로운 고분자 소재와 혼합용매 도핑 공정을 이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고성능 열-전 에너지 변환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은 ‘공액 고분자의 전기 전도도와 열전 변환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도핑 효율 최적화 공정(Enhancing dopant diffusion for ultrahigh electrical conductivity and efficient thermoelectric conversion in conjugated polymers)’의 제목으로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 Joule(JCR 상위 0.9%)에 게재됐다. Joule은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 Cell을 펴내는 미국 Cell press의 저널이다.

공액 고분자 개발을 통한 응용 분야의 한계 극복

이번 연구에서 김 교수 연구팀은 고분자 소재와 도핑 공정을 동시에 개발하여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초고성능 유기 열전 소자를 개발했다. 연구팀의 목표는 유기 열전 소자로 기존의 무기물 열-전 에너지 변환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높은 성능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기존에 사용된 무기물 열-전 에너지 변환 소재는 에너지 변환 효율은 높지만 독성과 딱딱한 물성과 그리고 복잡한 공정 등의 문제로 인해 응용 분야가 제한적이었다. 이에 김 교수 연구팀은 고분자 소재와 도핑 공정을 함께 개발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공액 고분자를 기반으로 한 열-전 에너지 변환 소재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이 문제의 실마리로서 제시한 것은 공액 고분자였다. 공액 고분자는 전기가 흐를 수 있는 고분자 소재로 기존의 무기물 반도체나 금속 전극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고 용액공정이 가능해 높은 유연성과 신축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무기물 열-전 에너지 변환 소재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 전도도와 열-전 변환 역률(Power Factor)

연구팀은 이러한 공액 고분자를 활용해 열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고자 했다. 하지만 분자 도핑을 이용해 고분자의 전기 전도도를 높여야 한다는 또다른 문제를 마주했다. 도판트 분자가 고분자 박막 내부로 침투할 때 전기 전도도의 증가는 열전 변환 성능의 주요 지표인 제벡계수를 떨어뜨리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새로운 혼합용매 도핑 공정을 개발하여 도판트의 침투를 유도하고 고분자의 전기 전도도와 열전 변환 출력 성능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새로운 도핑 기술을 고분자에 적용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 전도도와 열-전 변환 역률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의 단독 용매 기반 도핑 공정으로 처리된 고분자에 비해 전기 전도도는 4배 이상이고 역률은 5배 이상 향상된 결과이다. 또한 도핑된 고분자는 1000시간 이상의 획기적인 대기 안정성을 구현해 내구성도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도핑 공정을 이미 개발됐거나 상용화된 p형과 n형 공액 고분자에 적용해 열전 변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새로운 공정은 이미 상용화된 p형과 n형 도판트에서도 작동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고분자 소재와 도핑 공정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며 웨어러블 기기의 전극 소재 등 고출력 유기 열전 소자의 개발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열-전 변환 소자가 다양한 열원에서 크고 작은 전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혼합 용매 도핑 공정은 고분자의 전기 전도도와 열전 에너지 변환 출력 그리고 안정성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김 교수는 “해당 연구는 기존의 열전 변환 소자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며 더욱 발전된 유기 열전 소자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 교수는 향후 상용화를 대비하여 해당 고분자와 열전효과 등의 결과를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는 “상용화를 위해서는 소재의 합성수율과 합성단가 등의 최적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상용화 시기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최근 신재생 에너지와 탄소중립 등에 대한 관심이 뜨겁기 때문에 유연 열-전에너지 변환소재 및 소자에 주력하는 기업이 있다면 상호 협력을 통해 상용화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전했다.

6년간의 연구 끝에 최고 수준의 결과를 얻은 김 교수는 “아주대 본교 출신으로서 제자이자 후배인 팀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어 뿌듯했다”며 “응용화학생명공학과 하이브리드 반도체 소재 및 소자 연구실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그리고 에너지관련 소재개발과 이를 이용한 실제 디바이스 개발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TIP

열전: 작은 온도 차이에서도 전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재나 소자

역률(Power Factor): 쉽게 말해 공급되는 전원의 효율. 유효전력과 무효 전력의 비

도핑(Doping): 전자나 정공(양전하를 가진 전자와 같은 거동을 하는 가상 입자)의 농도를 조절해 반도체의 특성을 바꾸는 과정

도판트: 전기전도도를 높이기 위해 첨가하는 불순물

제백계수: 시편의 양단에 온도 차가 있을 때 발생하는 전압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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