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빚내서 투자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따라서 투자했다가 망했어요”“영혼까지 싹 다 모아 내 집을 장만했더니 어느새 집값이 폭락했습니다” 20대의 빚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파르게 올라가는 중이다. 갓 성인이 된 20대는 빚이라는 개미지옥에 빠졌다. 게다가 높은 금리와 불황은 빠져나오려는 청년의 발목을 붙잡기만 할 뿐이다.

빚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청년들

미성년자에서 갓 벗어난 청년들의 빚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청년재단은 20대부터 30대까지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신용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59.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20대 이하의 평균 부채 보유액은 5014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3479만 원 ▲2021년 3550만 원과 비교했을 때 최고치에 해당한다. 무엇이 청년들을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로 몰았을까.

청년들은 왜 빚더미에 깊숙이 빠졌나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대표되는 청년들의 투자 열풍 현상은 20대의 부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펜데믹 동안 저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주식 투자와 부동산 구매에 집중했다. 그러나 고금리로 금융 환경이 변하면서 빚의 규모는 점차 커졌다. 최석영 씨(25)는 “저금리 분위기가 조성되자 모든 수단을 이용해 투자한 경험이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금리가 높게 바뀌면서 같이 투자했던 주변 또래들이 거액의 빚을 져 절망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당시 경험을 회상했다. 서울회생법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령대별 개인회생 현황에서 20대 이하 비율이 15.2%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3년간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하며 20대 개인회생 신청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빚을 해소하기 위해 빚을 빚으로 갚는 ‘다중채무’도 문제다. 금융감독원은 20대 다중채무자는 지난해 약 36만 9000명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약 37만 5000명으로 증가했으며 20대 다중채무자의 대출금액도 올해 3월 말 기준 23조 2814억 원으로 3개월 동안 2289억 원 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행위가 빚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청년들의 부채 규모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 김미루 연구위원은 “리볼빙과 다중채무를 비롯한 빚 돌려막기를 할수록 점점 부채의 질이 악화된다”며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하며 연체금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고 전했다.

결국 청년들은 대출 원금은 물론 이자조차 갚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8월 기준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20대 이하의 이자 미납률은 24.5%에 육박한다. 게다가 소액생계비 평균 대출 금액인 61만원에 대출 금리인 연 15.9%를 적용하면 월 이자는 약 8000원이 나온다. 소액생계비를 대출한 20대 청년들은 한 달에 1만원도 안 되는 이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대의 부채 규모가 증가하면 우리 사회에 적신호가 나타난다.

이러한 청년층의 부채 증가 현상은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김 연구위원은 “20대가 소득이 불안정하다보니 금리상승과 경기둔화에 부채상환 부담이 증가한다”며 “이로 인해 20대의 소비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 게재된 기준금리 1%p 인상 시 연령대별 연간 소비 변화를 살펴보면 20대의 연간 소비 감소폭은 29만 9000원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감소폭이 큰 편이다. 김 연구위원은 “소비 규모가 줄어들면 경기가 악화되면서 전반적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금리마저 높아지면 부채 부담을 가진 20대들의 신용불량자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원활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이러한 부채 증가 현상에 대해 청년들 스스로의 책임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에서 저금리에 돈을 빌려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에 투자한 청년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개인적인 투자로 빚을 낸 청년들에게 빚을 탕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악전고투

청년의 부채부담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먼저 ‘개인워크아웃’을 이용해 빚의 90% 정도를 탕감할 수 있도록 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개인워크아웃으로 빚을 탕감한 20대는 4654명이며 이는 6년간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또한 정부는 ‘대환대출 인프라’를 올해 5월에 도입해 금융회사가 소비자가 이전에 빌린 대출금을 대신해서 갚도록 했다. 오프라인으로만 거래가 가능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금융결제망을 통해 온라인으로 기존 대출 방식보다 낮은 금리로 바꿀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에 총 5005억 원의 대출자산 이동이 발생했으며 낮은 금리로 이동하면서 절감된 연간 이자 규모는 10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가 단기적인 금액 지원에만 집중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박성빈(행정) 교수는 “정부가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며 노동의욕이 떨어지게 된다”며 재정 지출만으로 운영되는 청년 구제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연구위원도 “생애주기 관점에서 살펴보면 청년들은 주로 차입을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채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며 “향후 청년들의 소득이 점차 증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재 소득과 함께 미래 소득도 대출 정책에 종합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단순한 금액 지원보다도 빚을 가진 청년들이 사회에 복귀하기 쉽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 교수는 “빚을 가진 청년들의 사회 복귀를 목표로 구제 정책을 새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금액 지원을 비롯해서 금융 교육과 취업 알선 등 여러 방향을 토대로 청년들의 부채 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특별시는 ‘서울시 청년 자립토대 지원사업’을 실시해 개인회생 중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자립 지원금 100만 원을 제공하며 금융교육과 맞춤형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물가 상승과 높은 금리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고 설상가상으로 취업난까지 겹쳐 20대의 채무가 증가하고 있다. 미래의 역군이 돼야 할 20대 시기에 신용불량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면 앞으로의 삶은 오로지 빚을 갚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20대들이 ‘빚의 늪’에서 벗어나도록 사회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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