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유태현·윤현철(응화생·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임신 진단키트를 활용해 프로테아제 효소의 활성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 내용은 ‘임신 진단키트를 이용한 프로테아제 활성 측정 방법 개발(Coupling hCG-based protease sensors with a commercial pregnancy test strip for simple analyses of protease activities)’이라는 논문으로 저명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센서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9월호에 게재됐다.

 

간편한 측정의 필요성 대두

일반적으로 질병의 마커를 검출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개발된다. 정밀하게 미량의 마커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과 이와 대비되게 신속하고 간편하게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코로나19의 경우에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PCR 기반 방법과 신속하고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가 존재한다. 자가진단키트를 비롯해 신속하고 간편하게 측정 가능한 방법은 현장 진단 검사라는 뜻의 Point-Of-Care Testing(이하 POCT)이라고 불린다. POCT가 사용되는 대표적인 질병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의 경우 간단한 장비만 준비되면 손쉽게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테아제와 관련한 질병의 경우 고가의 장비와 분석 전문가를 통해 프로테아제를 측정하는 복잡하고 정밀한 방법만이 현재 사용되고 있다.

 

POCT 방법 개발을 위한 원천 기술 제시

프로테아제는 펩타이드 결합을 절단해 단백질의 분해에 관여하는 다양한 효소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프로테아제는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감염과 면역 그리고 성장과 같은 다양한 현상의 조절 과정에 관여한다. 프로테아제의 비정상적인 활성화는 암과 알츠하이머 그리고 염증 질환 등 다양한 질병과 관련이 있다. 또한 프로테아제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 치료제의 해결 목표이며 혈우병 등의 경우에는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특정 프로테아제의 결핍으로 인해 혈액 응고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혈우병은 POCT 방법이 존재하지 않아 환자가 스스로 질병의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은 혈우병 외에도 프로테아제와 관련한 질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프로테아제 활성에 대한 POCT 방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연구팀의 이번 개발은 POCT 방법 개발을 위한 원천 기술을 제시한 것이다. 유 교수는 “질병마다 봐야 하는 프로테아제가 다르다”며 “각각의 질병과 관련된 프로테아제의 활성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의 개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제시한 것이다”고 전했다.

 

임신 진단키트를 활용한 센서 개발

임신한 여성의 소변에는 hCG라는 호르몬이 존재한다. 임신 진단키트는 hCG에 반응하며 이것이 존재하면 두 줄 그렇지 않으면 한 줄로 나타내 임신 여부를 판단한다. 연구팀은 단백질공학과 바이오컨쥬게이션 기술을 이용해 검출하고자 하는 프로테아제에 의해서 선택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특정 프로테아제가 존재할 때 센서에서 hCG가 방출되도록 함으로써 임신 진단키트를 통해 측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프로테아제 활성을 측정하는 절차는 시료와 프로테아제 센서를 혼합한 용액을 임신 진단키트에 접촉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프로테아제의 활성이 이뤄지면 센서에 연결된 hCG를 프로테아제가 절단해 임신 진단키트로부터 두 줄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 프로테아제 활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센서에 연결된 hCG가 절단되지 않아 한 줄의 반응을 얻는다. 즉 간단한 방법으로 특정 프로테아제의 활성을 확인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다. 연구팀의 센서는 프로테아제의 종류에 따라서 센서 물질을 쉽게 제조할 수 있도록 고안 및 설계됐고 연구팀은 여러 프로테아제 가운데 대표적인 세 종류의 프로테아제(MMP-2와 thrombin 그리고 caspase-3)에 대한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질병 진단과 관리의 편의성 증대시켜

실험 결과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앱을 통해 분석이 가능하다. 임신 진단키트를 카메라로 촬영했을 때 키트에 나타나는 줄의 진한 정도를 통해서 프로테아제를 정량할 수 있다. 분석을 위한 자원이 부족한 다양한 환경에도 쉽고 간편하게 프로테아제 검출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유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센서 물질과 임신 진단키트는 간단한 공정만으로 제조할 수 있다”며 “이에 프로테아제 진단키트의 개발로 이어져 다양한 질병의 진단과 관리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유 교수는 “연구 결과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기업과의 공동 연구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열린 인터비즈 포럼에서 이번 연구 결과를 소개했으며 해당 기술에 대한 여러 기업들의 관심을 바탕으로 공동 연구 및 기술이전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는 기간 함께 노력해 준 윤현철 교수님과 연구팀 인원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Tip

마커(Biomarker): ▲대사물질 ▲단백질 ▲DNA ▲RNA(리복핵산)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

아미노산: 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기본 구성단위

펩타이드 결합: 아미노산의 연결

hCG: 인간 융모성 생식선 자극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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