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리는 ‘화장실’과 ‘똥’ 같은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박물관이 있다. 수원특례시(이하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변기 모양의 건물 해우재다. 세계 유일의 화장실 박물관인 해우재를 소개한다.

아이들에게 화장실을 친근하게 해 주는 공간

해우재를 방문하는 주된 사람들은 아이들과 나들이를 즐기려는 어른들이다. 해우재 2층의 기획전시실과 해우재 문화센터의 ‘똥책 도서관’과 ‘어린이 체험관’을 둘러보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해우재 문화센터 1층에 위치한 ‘똥책 도서관’에는 ‘똥’과 관련된 동화책들로 가득 차 있다. 2층의 어린이 체험관으로 가면 인간의 소화 과정을 재현한 모형이 관객을 반긴다. 이곳에서 각종 똥 모형과 퍼즐 그리고 변기 모양의 미끄럼틀을 통해 아이들은 화장실에 보다 재미있게 다가설 수 있다.

해우재 2층에 위치한 기획 전시관 또한 아이들이 더욱 화장실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주제를 위주로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초등학생인 자녀들과 함께 해우재를 찾은 최선미(35) 씨는 “화장실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을 보고 만지며 아이들이 화장실을 놀림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구성한 것 같다”고 전했다.

화장실에 대한 지식과 철학이 느껴지는 공간

해우재가 그저 아이만을 타깃으로 설정한 공간은 아니다. 화장실문화 공원과 해우재 1층의 상설 전시관을 통해서는 인류 문명을 따라 발전을 거듭해 온 화장실 기술과 문화를 몸소 느낄 수 있다.

화장실문화 공원에는 7세기 백제의 ‘왕궁리 유적 화장실’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서 사용돼 온 변기들과 똥지게를 매는 사람의 상이 전시돼 있다. 해우재 1층 현관에 들어서면 건물 중앙에 있는 투명한 화장실을 만나게 된다. 이어 화장실의 역사와 수세식 화장실 그리고 하수도 기술에 대한 전시물을 둘러보게 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인류 생활의 역사에서 화장실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음을 그리고 수많은 기술이 녹아든 현대 화장실 기술을 통해 인류의 생활이 더욱 윤택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최유경(36) 씨는 “평소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화장실에도 수많은 역사와 기술이 녹아들어 있음을 알게 됐다”며 “어른들도 한 번씩 와서 보면 좋을 공간이다”고 전했다.

해우재의 시작, Mr. Toilet

해우재는 수원시가 이끌고 있는 화장실 문화 운동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2002 월드컵을 앞둔 1996년부터 수원시의 화장실 문화 운동을 이끌어 ‘Mr. Toilet’라는 별명을 얻은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은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을 기념해 30여 년간 살던 자신의 집을 허물고 화장실 모양의 집을 지었다. 심 전 시장은 자신의 사후 건물을 수원시에 기증하라는 유지를 남겼다. 2009년 심 전 시장 사후 수원시에 기증된 해우재는 2010년 10월 30일 화장실 문화 전시관으로서 새 출발해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수원시와 그의 뜻에 공감한 이들은 세계화장실협회를 통해 계속 세계 화장실문화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해우재는 ‘근심을 푸는 집’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평소 화장실을 꺼리는 금기도 생소함도 모두 내려놓고 누구나 편안하게 화장실문화를 체험하며 배워갈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세계 화장실문화 운동을 선도하는 수원시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우재에 들러 화장실과 더욱 가까워져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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