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한국과 미국의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지 70년이 됐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약 두 달 후 체결된 이 조약은 현재까지 한국이 맺은 유일한 군사 동맹 조약이다. 한미 동맹으로 한국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일궜고 지금 세계 10위권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따라서 한미 동맹은 한국 입장에서 번영을 일군 가장 ‘위대한 동맹’이자 가장 ‘강력한 동맹’이라 평가받는다.

한미 동맹이 한국이 들어선 이래 가장 강력한 동맹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70년을 맞은 지금 한미 동맹의 공과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은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은 냉전 전략에 한국을 이용했고 군사정권의 인권 문제에 침묵했다. 또한 경제 원조는 한국 산업화의 기반이 됐지만 한국은 미국의 안보 및 경제 지원에 의존하며 주권 국가의 자율성을 내려놔야 했다.

또한 동맹이 굳어짐에 따라 미중 전략경쟁에 한국은 미국의 세계 전략과 계획에 참여할 수밖에 없어졌다. 한국은 북중러와 가장 인접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신냉전 한복판에 들어가길 강요받고 있고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미국의 반도체 대중수출 규제를 통해 봤듯 경제 분야에서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이 흔들리고 있고 한국은 이에 따라 외교의 방향이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내년에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한미 동맹을 비롯한 동맹 체제에 반감을 표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상황에서 현재 한미일 동맹에 모든 것을 건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보는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가 간 동맹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국익 추구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서로가 상부상조할 수 있는 동맹이 배신 위험이 가장 적은 동맹이다. 특정 국가가 더 낮은 위치에 있는 경우 그 동맹은 깨지기 쉽다. 특히나 한미 동맹은 전통적 군사 안보를 넘어 경제 기술 등 전방위적으로 범위를 넓혀 가며 진화하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 산업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위해 손잡은 핵심 파트너로서 협력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동등한 파트너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면 이후의 논의에서도 또다시 을의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서방 세력들이 규합할 명분으로 삼았던 민주주의 수호의 개념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바야흐로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국제 외교 상황이다. 한미 동맹도 이제 70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동맹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한미 동맹 아래에서 우리의 이익을 챙기고 동등한 관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편승이 아닌 우리나라만의 외교관과 철학을 갖춰야 함을 윤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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