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각 대학이 학문 체계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현행 시행령 내 학과제 원칙을 폐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이번에 도입되는 대학혁신사업에서 ‘광역화 모집 혁신계획’에 큰 배점을 두고 대학재정지원금을 차등 분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과거 시도됐던 학부제 개편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교육부는 1995년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계열 단위로만 학생을 모집하는 정책을 펼쳤다. 대학가에는 학부제 바람이 불었고 아주대학교(이하 아주대) 또한 학부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과 적응 문제와 소수 학문 배제 등을 이유로 26개 대학의 총장이 집단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결국 교육부는 2009년 학부제 개편 조항을 폐지했다. 이에 아주대 또한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학부제를 폐지하고 다시 학과제로 돌아갔다.

현 대학개혁은 융합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며 학부제로의 복귀를 시사하고 있지만 사실상 30년 전 한 번 실패했던 정책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과거 실패를 극복할 제반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임에도 교육부는 그저 개혁이라는 단어에만 초점을 맞춰 무리하게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학부제가 학과제를 보완할 제도일 수도 있다. 특히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 간 취업률 차이가 극명하게 나는 지금 학부제 도입을 통해 융복합 인재를 만들겠다는 교육부의 취지는 일부 공감한다. 하지만 문제는 학부제 도입에 대한 교육부의 지침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대학혁신사업 평가 계획안을 발표하며 사회 수요에 맞게 학내 관련 제도를 융합화하고 학생의 전공 선택 및 진로 지원 등을 내실화하려는 대학의 혁신 의지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학과제 개편에 대한 각 대학의 자체 계획안을 요구한 것이다. 계획을 제출하라 했을 뿐 교육부는 과거 학부제 실패 요인과 그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본인들이 과거에 실패했던 학부제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각 대학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대학들은 교육부 정책을 따르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불이익으로 인해 교육부 정책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아주대 중앙운영위원회는 교육부 정책을 언급하며 2025년 정시모집부터 학부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말로만 융복합 인재 양성을 언급하며 대학에 대안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부가 주장하는 융복합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과거처럼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