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활동은 동아리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여러 차이 중에서 두 가지를 고르자면 투자하는 시간과 에너지다. 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활동이 가능한 동아리나 소학회와 달리 본보 활동은 활동비를 지원받는 만큼 모든 활동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매주 12면의 신문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회의한다. 자신의 할당량을 망치면 모두가 피해를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기사 작성은 순탄치 않다. 가독성과 중립성 그리고 기자의 주관까지 모든 요소의 적정선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 자신만만하게 써 내려갔던 기사가 다른 기자들의 눈에는 만족스럽지 않다. 편집부와의 소통 과정에서 내가 원하던 방향의 기사를 쓰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기사를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면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새벽까지 남아 기사를 쓰기도 한다. 마감일에는 긴 시간 동안 종이와 모니터를 오가며 기사를 읽고 스스로 고뇌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끝이 난 뒤 돌아보면 그러한 나날들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

기사에 대해 필자보다 뛰어난 기자들과 상호작용을 거치며 생산적인 시간을 가진다. 단순히 일방향적인 피드백의 수용이 아닌 내가 가진 생각을 글로 표현해 이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나눈다. 그뿐만 아니라 기사를 읽으며 스스로 고뇌하고 수정을 거듭하는 시간을 가진다. 기사에 본인을 투영하는 것처럼 온전히 몰입해 기사를 쓴다. 한 번의 마감을 최선을 다해 끝내고 나면 모든 것을 쏟아낸 기분이다. 이러한 시간을 거쳐 궁극적으로 텍스트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필연적인 진일보를 겪는다. 그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이 본보 활동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노는 게 좋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은 20대 초반엔 본보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다. 본보에 투자하는 수많은 시간에 아르바이트나 술자리를 간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기자마다 본보 활동에서 가져가는 이점이나 기억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본보에 들어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 애증이 담긴 기사를 써낼 수 있는 경험을 가질 기회는 지금이 유일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본보 지원을 고민할 때 알고 지내던 전직 기자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대화 끝에 돌아온 말은 “내가 대학교 다니며 했던 활동 중 가장 좋았고 의미 있는 기억이다”라는 대답이었다. 아직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일정 부분 공감이 간다. 아마 이 모든 활동을 마치고 퇴임할 때가 온다면 그땐 완전히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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