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에 위치한 서이초등학교(이하 서이초)에서 23세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부모의 반복된 악성 민원이 그 원인이었다.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대전광역시(이하 대전)와 용인특례시(이하 용인) 등에서 안타까운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교사들은 국회 앞에 모여 한목소리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우울과 불안 그리고 무기력에 처한 교사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2022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희망 직업 1위는 ‘교사’였다. 하지만 선망의 대상이던 교사들은 정작 소진되고 있다. 그동안 계속된 코로나 19와 과도한 업무 등 다양한 원인과 함께 교권 추락이 소진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발행한 ‘무엇이 교사를 소진시키는가?’에 따르면 교사들은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력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교사의 무기력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다.

 

교권의 추락, 잇따른 비극

교사들의 우울과 불안 그리고 무기력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벌어진 서이초 사건은 교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던 한 교사가 악성 학부모에게 민원에 시달리다가 결국 학교에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서이초 사건 이후 대전과 용인에서 교사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고 교권 추락 문제는 크게 대두됐다

 

경상북도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한 익명의 A교사는 “처음 교사로 발령받아 수업한 지 한 학기가 지났지만 지난 학기 동안 교사로서 인격이 완전히 무시당하는 적이 빈번했다”며 토로했다. 또한 A교사는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며  그간 겪어온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경상남도(이하 경남)에 위치한 중등학교 김효식 교사도 “악성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다”며 교권 침해 경험을 털어놨다. 또한 경기도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B교장은 “일련의 사건 속에서 교사들의 심리 상태가 매우 불안해지고 우울해졌다”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의 ‘초등학교 교사 교권침해 경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권 침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무려 99.2%에 달했다. 대부분의 교사가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만큼 교권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지난 4일 주최 측 추산 5만 명의 전국 초등학교 및 중등학교 교사들은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서이초 사건 피해 교사의 49재 추모식을 진행하며 교육 당국에 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교사들은 교육 당국의 징계 경고에도 일제히 연가와 병가 그리고 공가 등을 사용해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한 A교사는 “이번 행동은 한국 교육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을 설명했다. 일련의 사건에 대해 경기도 수원특례시에 위치한 창현고등학교 2학년으로 재학 중인 C학생은 “원래 교사가 꿈이었는데 이번 사건들을 보며 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한 아주대학교 김소연(수학교육과・석사 2학기) 학우도 “교직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으로서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고 비통함을 전했다.

 

모호한 법과 부족한 지원

교사들은 이러한 교권 문제의 주된 원인으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이 제시했다.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으로 신고만으로도 교사는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된다. 이에 대해 김 교사는 “보통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분리 조치에 의해 교사는 직무 해제된다”며 “직무 해제될 경우 월급이 감액되거나 인사기록에 남는다”며 설명했다. 또한 “한순간에 피의자가 된 교사는 사비로 변호사 수임료를 감당하며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겪는다”고 꼬집었다. 특히 아동복지법 제17조 5항에서 규정된 ‘정서적 학대행위’에 대해 A교사는 “정서적 학대라는 내용이 매우 모호하고 남발된다”며 “정당한 훈계에도 단순히 학생의 기분이 상했다면 아동학대로 입건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5개 교원단체인 ▲교사노동조합연맹 ▲새로운학교네크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은 ‘5개 교원단체 국회 입법 요구안’을 제출하며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과 교육4법으로 불리는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의 개정을 공언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교육4법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교육부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대한 고시’(이하 고시)를 확정하며 교권 침해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고시는 ▲전문가에 의한 검사와 상담 그리고 치료 권고 가능 ▲상담은 사전 협의 후 실시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수업시간 중 교실 내 지정된 위치로 분리 등이 포함됐다. B교장은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을 제도적으로 부여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고시의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황유진 정책처장은 “분리 조치만 하더라도 당장 분리해야 할 장소와 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황 처장은 “고시를 통해 학칙을 10월 말까지 개정해야 한다”며 “상위법인 법률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시에 따른 학칙을 개정한다면 책임소재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고시에 의존해 학칙을 운영한다면 상위법인 법률과 충돌할 수 있어 교사들이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사는 “교육부 고시는 구체적 실현 방법이 담보되지 않은 미봉책이다”며 회의적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아동학대법과 아동복지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더디다”고 꼬집었다.

 

한편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교직 사회에 대한 지적도 존재했다. 김 교사는 “근무하는 학교에서 심각한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했지만 학교장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제도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교직원인 교사와 교감 그리고 교장의 의식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사는 “교직 사회의 각자도생과 냉소주의가 내면화됐다”고 비판했다. B교장도 “문제가 됐던 학교에서 학교장의 잘못이 분명 있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B교장은 “현장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시는 교장과 교감이 많이 존재한다”며 “모든 교장과 교감이 문제라는 식의 담론은 적절치 못하다”고 다소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한편 정부에서는 이러한 교권 침해에 대해 신장된 학생인권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권 강화를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학생인권조례) 수정이 필요하거나 그에 따른 당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면 조치를 해야한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진보교육감과 교원단체는 교권 침해의 원인은 학생인권조례가 아님을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엉뚱하게 (원인이) 학생인권이라고 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말했다. 현장 교사들의 의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A교사는 “정부여당에서는 학생인권조례만 없어지면 마치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정작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학생인권조례로 교권 침해가 일어났다고 하시는 분은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전후 교권침해 증가율’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침해와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없었다. 김 교사는 “학생인권조례는 헌법상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는 조례이다”며 “교권 침해를 학생인권조례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다”고 지적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은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진보교육감인 조 교육감도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권리 외에 책무성 조항을 넣은 것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사도 “학생인권조례는 폐기가 아니라 보강될 필요가 있다”며 “권리를 누리는 만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책임 의식을 강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교사도 “학생의 의무와 교원의 지도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학생인권과 교권은 양립할 수 있다”며 “둘 다 모두 보장돼야 할 권리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진정한 교권 확립을 위해서는

진정한 교권 확립을 위해서는 먼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5개 교원단체는 ‘5개 교원단체 국회 입법 요구안’에서 아동 학대 처벌법 제10조에서 ‘신고 시 수사 착수 전 교육감 의견 청취 의무화’를 주장했다. 신고가 과도하게 남발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교육감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A교사도 “교사 출신이나 교사가 아동학대 사례를 판단하는 기구에 있어야 한다”며 교육 전문가의 심의와 판단의 필요성에 대해 제시했다. 또한 A교사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규정돼 있는 아동복지법 17조 5항이 개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권 보호를 위한 인력과 재원 마련도 시급하다. 특히 6개 교원단체인 ▲교사노동조합연맹 ▲새로운학교네크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교조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수업 방해 학생에 대한 분리 조치에 따른 공간과 인력 충원을 강조했다. 실제로 김 교사는 “고시가 내려오고 분리 조치에 따른 인력과 예산 신청을 했으나 교육청은 이를 거절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남에 위치한 안청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전임정 전 위원장도 “제대로 교권이 보장되려면 법적 조치뿐만 아니라 재정적 뒷받침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교권 확립을 위해 근본적으로는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B교장은 “혁신교육에서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학교 교육의 주체로서 항상 소통하며 노력한다”며 “혁신교육을 통한 소통으로 학교 교육과 교사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며 교육공동체의 신뢰가 복원된다면 교권 침해에 대한 가능성이 낮아지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B교장은 “결국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어떠한 법적인 조치에도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검은 점들이 모여 검은 물결이 됐고 그 물결은 검은 파도가 됐다. “교사로서 살고 싶다”며 울부짖었던 교사들의 외침은 필자를 반성하게 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한 인격체로서 사랑하며 반성하는 삶을 가르치는 교육자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인 우리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배운다는 것은 그리고 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다. 교육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을 응원한다.

 

교권 회복에 관한 위수한 기자의 의견은 

본보 675호 ‘여론-화살촉’ 코너의 “교권 회복은 학교 공동체의 회복으로부터”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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