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한 세상을 따라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한국 전쟁 전후 태어난 이들에게 배움은 사치였다. 한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워 한글을 배웠더니 이제는 작은 기계들이 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부끄러움을 느낀 이들은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소외시킨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디지털 대전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노인들을 위한 디지털 문해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중이다. 지난 1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성인 문해교육 지원 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지원 교육 분야가 기초 문해교육 중심에서 디지털 문해교육까지 확장됐다. 이에 필자는 그중 수원특례시 장안구민회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생활 문해 프로그램인 스마트폰 기초교육 보조 봉사에 참여했다.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설정하는 방법에 대한 수업이 진행됐다.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쉬운 내용이지만 65세 이상의 노년층 수강생에게는 강의 따라가기가 여간 벅찬 일이 아니다. 키패드 쓰는 법을 모를뿐더러 알람 앱조차 찾지 못하는 수강생도 있다. 디지털 문해 수업을 진행한 임미경(49) 강사는 “경로당에 비해 구민회관 어르신들은 그나마 스마트폰 활용 수준이 높은 편이다”며 성인 디지털 문해에 대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이 수업에서 중요한 점은 수강생이 배운 내용을 스스로 복기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알려주는 것이다. 필자는 옆에 앉은 수강생에게 캘린더로 알람을 설정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몇 번이고 스스로 다시 해보기를 권했다. 타인의 도움 없이 수강생이 혼자서 알람을 설정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필자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쉬는 시간에도 수강생들은 수업 내용 이외에 본인이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들을 강사에게 물었다. 강사의 답변을 기다리는 줄이 길어지자 한 수강생은 필자에게 다가와 단체 문자를 보내는 법을 물었다. 수강생은 필자의 도움을 받아 손주들에게 ‘스마트폰교육중입니다 모두사랑합니다♡’고 문자를 보내곤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일상생활 속에 스며든 디지털 서비스는 노인에게 여가 생활은 물론 공공 서비스 이용에 장벽이 된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2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년층의 평균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69.9%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는 취약계층 중에서도 최저치다. 스마트폰 이외에 여러 디지털 기기 또한 노인들을 더욱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고 있다. 임 강사는 “키오스크를 처음 사용해 본 노년층은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원하지 않는 걸 계산하고 먹는 경우도 있다”며 디지털 교육이 노인들에게 필수적임을 피력했다.

성인 디지털 문해 수업을 수강하는 노인들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다. 윤영자(74) 씨는 “자원봉사자들이 없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근처 교육센터를 통해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세상을 위한 디지털 문해교육 봉사에 참여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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