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에 자주 쓰던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격언은 지방을 지키겠다며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는 지금도 유효하다. 수도권에서 생활하다 은퇴 후 지방으로 귀농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아도 지방에서 개인의 진로를 찾고자 하는 젊은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펼치는 정책이 지방의 정주 여건을 제공하는 것에만 머무르고 개인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지역 균형발전이 선행돼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방 이전은 2004년부터 진행됐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발표한 이후 1년 사이에 1백76개 기관이 대상 지역을 확정했고 이전을 추진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지역인재를 채용하기 시작하자 지방의 일자리는 확보됐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지방이 경쟁력을 갖지 못한 이유는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의 초점을 오직 일자리에만 맞췄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지방이 개인에게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더불어 양질의 교육 시스템과 사회적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할 것 같지만 다른 대안도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공공도서관이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한 사례가 있다. 도서관을 사회적 인프라로 규정하고 시민교육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도서관 시민교육은 평생교육적 성격을 가져 연령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고 지역 주민 전체가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자 도서관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결국 도서관은 교류와 소통의 장 역할까지 수행하며 사회적 인프라의 기능도 수행했다. 물론 도서관이 지방의 교육 시스템과 인프라를 모두 책임질 수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축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증명했다. 이는 기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큰 비용 투자 없이 지방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이처럼 기존 자원을 활용해 지방을 기회의 땅으로 만든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참고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지방소멸 문제에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한 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벤치마킹해 지방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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