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 거부 방침을 밝혔다.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선관위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지난달 10일 중앙일보 보도로 박찬진 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의 ‘아빠 찬스’ 의혹이 드러나자 “법과 절차 따른 공정한 채용”이라고 발뺌하다 의혹자가 11명에 달하는 등 비리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3주 만에 등 떠밀리듯 외부 조사를 받겠다고 물러섰다. 선관위는 이에 따라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 자체 감사를 벌였고 4건에 대해 사법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자신들이 자체 조사해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사법 당국에 수사 의뢰를 할 테니 외부는 신경 끄라는 것이다.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먼저 감사를 요청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자신들이 내놓는 것만 수사하라는 태도는 뻔뻔함에 가깝다.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외부의 감시가 없다시피 한 이유는 '선거 중립'과 권력의 '선거 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감사를 거부할 수 있는 부분은 '선거 사무'만 포함된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인사·채용·승진’ 등 인사 업무다. 즉 ‘선거’와 관련 없는 부분까지 헌법 독립성을 내세우며 이유로 감사를 거부하는 것은 최소한의 신뢰도 얻기 힘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다.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17조 2항 '선관위 소속 공무원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는 규정을 들이밀며 감사원 감사는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사 사무를 감사한다는 사람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사람인 것은 어처구니없다.

고인 물이 썩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수십 년간 선관위의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방패 속에 자리 잡았던 고인 물이 이제야 대두되기 시작했다. 노태악 선관위장이 말한 ‘외부 기관과의 전수조사’ 정도로는 부족하다. 선관위가 국민들의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채용 관련 모든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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