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 학우에게 깨진 점자블록은 그냥 울퉁불퉁한 길바닥이다. 물은 원하는 모든 식수대에서 마실 수 있다. 휠체어에 앉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장벽’이 된다. 깨진 점자블록은 시각장애 학우의 길을 끊어내고 휠체어에서 식수대를 이용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장애 학우들에게 이런 ‘불편함’을 낮추는 게 바로 장애인 시설이다.

장애인 시설은 장애인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 등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학교도 많은 건물에 장애인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불완전하다. 다산관은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만 1층뿐이다. 이것마저도 따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 그저 출입문에서 가장 먼 칸을 지정할 것이다. 율곡관의 1층은 한 가운데가 계단으로 나뉘어 있어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건물 외부를 통해야만 한다. 중앙 도서관은 다른 건물과 다르게 낮은 식수대와 화장실 출입문과 가까운 장애인 전용칸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 역시 1층에서 끝이다. 3층에서 책을 읽다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으로 내려와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은 비장애 학생들이 알 수 없다. 중앙 도서관을 설계할 때도 다산관을 설계할 때도 모두 비장애 학생을 중심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대상에서 제외된 장애 학생은 한정된 인프라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법규에 어긋나지 않는 최소한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지은 혜강관과 원천정보관도 어김없이 1층에만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 정말 장애 학우와 함께하는 시설을 만들고 싶었던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 장애 학우를 위한다면 ‘현실적인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립하고 제공해야 한다.

최소한만을 구축한 장애인 시설은 누구를 위한 장애인 시설일까. 장애 학생을 1층에만 가둬두는 학교는 장애 학우와 비장애 학우 간의 경계를 영원히 없앨 수 없다. 학교 장애인 시설물이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장애인이 아닌 ‘실제로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설치’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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