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해 그들에게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라. 어린이를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해 그들에 대한 노동을 폐하게 하라. 어린이들이 고요히 배우고 놀기에 족할 사회적 시설을 행하게 하라’

위 글은 방정환 선생과 김기전 선생이 주도한 소년운동 선언의 일부다. 세 문장을 통해 어린이를 노동과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놀 권리를 보장할 것을 주장했다.‘해방’을 중심으로 어린이 운동이 펼쳐지자 일제는 어린이날 행사를 방해했다. 심지어 1937년에는 소년운동협회를 해산시키며 우리나라의 어린이 해방을 막아 섰다. 그 이유는 해방에 있다. 일제는 조선의 어린이들이 해방이란 개념을 배우면서 자라는 것을 경계했다. 해방이라는 개념을 배우며 자란 어린이가 어른이 되면 일제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정환 선생을 비롯한 어린이 운동가들은 일제에게 억압 받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어린이 해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투쟁했다. 하지만 지금의 어른들은 어린이를 해방시키기 보다 오히려 앞장서 억압하고 있다.

과거 어린이 해방을 방해했던 주체가 일제라면 현재는 우리나라의 어른들이다. 과거에는 어른들이 어린이를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목표를 좇았다면 지금의 어른들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단지 어린이를 옥죄는 사슬이 노동에서 학업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부모들은 자식의 성공과 미래를 구실로 일찍이 학업으로 내몰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 4명 중 1명은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겪는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전부 어린이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 하면서 어린이를 종속시킨다. 경기도 의회에서는 어린이의 놀 권리를 조례로 만들어 어린이 해방을 내세웠다. 그러나 여전히 어린이 해방과 어린이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는 더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9화를 보면 어린이 해방 선언이 등장한다.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은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하며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고 외친다. 또한 대한민국의 적은 어린이의 놀 권리를 방해하는 학교와 학원 그리고 부모라고 말한다. 그의 말은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을 정확히 짚고 있다. 1백1년 전 방정환 선생과 김기전 선생이 외친 어린이 해방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어린이들은 억압 받고 있다. 현재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극도의 압박 속에서 경쟁 사회에 파묻혀 해방을 누리지 못한 것은 온전히 어른들의 책임이다. 성공이라는 미명하에 어른들의 억압이 지속되는 한 어린이들의 해방은 그저 제자리를 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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