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언론과의 소통을 꺼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더 이상 기자회견 안 하는 바이든 용납 못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작성했다. 미국 대통령을 향한 미국 기자의 말이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1년을 맞았다. 하지만 그 어떤 소통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신년 기자회견도 건너뛰었다. 민주화 이후 취임 1년 기자회견과 신년 기자회견까지 건너뛴 전직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소통 대신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윤 대통령의 1년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배포했다. ‘홍보’만 있을 뿐 ‘소통’은 없는 취임 1년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백 일 기자회견에서 “질문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기자들과의 소통창구로 만든 출근길 문답은 3개월 만에 중단됐고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재개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주요 국정 현안을 놓고 대통령과 출입 기자들이 만나서 제대로 묻고 답하는 장면은 사라져갔다. 오히려 외국 언론 인터뷰를 국내 언론이 해석해 받아 적는 특이한 광경이 나타났다. 소통 부재 사이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긍정 평가는 30%대 부정 평가는 60%대로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언론을 매개로 국민과 소통하는 중요한 책무다. 대통령 입장에서도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정책 추진과 국정 운영 스타일에 대한 비판을 듣고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특히 취임 1년은 지난 1년간 국정 운영 전반을 되짚어 보고 그 기반 위에서 향후 국정 방향을 전망해 보는 시기다. 만약 그 진단과 계획이 나왔다면 이를 동영상으로 통보하는 것이 아닌 소통을 통해 그 방향이 맞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집단적 갈등으로 진실이 왜곡되고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놓였다”고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은 본인의 소통 방식을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말이 되고 있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지도자는 민주주의 국가의 리더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집권 2년 차가 되면 국민의 평가는 더욱 냉정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불통’ 대통령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협치와 소통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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