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헬스에 관심을 가지고 몰입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운완과 근손실 그리고 바디프로필 등 다양한 신조어를 창출하며 헬스 산업과 문화는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 그렇게 헬스는 매력적이고 인기 있는 스포츠로 우리 곁에 자리매김했다.

 

헬스열풍, 왜 사람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빠져드나?

최근 ‘헬스’라고 불리는 운동이 열풍이다. 헬스는 주로 건강과 미용을 증진하기 위한 근력 운동(일명 웨이트 트레이닝)을 의미한다. 이러한 헬스는 고강도의 근력 운동과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병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헬스장’이라고 불리는 사설 체육관에서 운동이 이뤄지나 최근에는 집에서 각종 장비를 갖춰 운동하는 홈트레이닝(이하 홈트)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이현서(스포츠) 교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로 집 밖에서의 스포츠 활동이 매우 축소됐다”며 “이로 인해 홈트가 활성화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헬스는 건강관리와 함께 미용의 목적이 강조된다. 이(스포츠) 교수는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한 살이라도 더 젊어 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했다”며 “그 중요한 방법이 근력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즉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증가한 젊음에 대한 욕구는 사람들을 헬스장으로 이끌었다.

미용의 목적이 강조된 헬스는 현대 사회에서 발현된 자기 개발 문화로 확산됐다. 우리 학교 이선이(사회) 교수는 “내가 스스로 나의 삶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사람들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몸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요소로 여긴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헬스를 통한 몸 관리는 일종의 커리어로 여겨지는 것이다. 우리 학교 김한상(사회) 교수도 “오늘날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자기관리가 요구된다”며 “그런 측면에서 헬스를 통한 몸 관리는 일종의 스펙으로 여겨진다”고 부연했다.

사람들은 헬스를 통해 건강과 미용 그리고 심리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다. 헬스를 즐겨온 직장인 문기남(24) 씨는 “헬스를 통해 커진 근육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전했다. 또한 우리 학교 김소연(수학교육·석사 1학기) 학우도 “매일 헬스를 통해 하루의 활력소를 얻고 있다”며 말했다. 맑은샘아동가족상담센터 전현옥 센터장은 “헬스는 건강과 미용의 효과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자아 존중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헬스 문화는 세대를 불문한다. 이에 대해 전 센터장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노년층에서도 헬스가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 교수는 “노인 복지관이나 스포츠 센터에서 많은 노인이 헬스를 즐기고 있다”고 전하며 “노인 건강과 활동성 유지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헬스가 노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노인 세대의 특성도 노년층의 헬스 열풍에 기여하고 있다. 이(스포츠) 교수는 “60대와 70대 초반의 베이비부머 세대 노인은 이전과 달리 교육 수준과 생활 수준이 높다”며 “이로 인해 여가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노후가 준비된 노인이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건강관리의 일환으로 헬스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내가 가꾼 몸, 바디프로필로 완성하다

헬스로 가꾼 자신의 몸을 ‘바디프로필’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바디프로필은 최소 4개월 이상 고강도의 웨이트 트레이닝과 식단 조절을 통해 근육질의 몸매를 만든다. 그리고 근육이 잘 드러나도록 의상을 입고 자세를 취하며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한다. 이후 보정을 거쳐 개인이 소장하고 SNS에 업로드하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이다. 이러한 바디프로필은 미용의 목적이 강조된 헬스 문화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바디프로필을 직접 촬영해 본 박미란(사회·4) 학우는 “미용을 목적으로 바디프로필에 도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 학우는 “바디프로필 촬영이라는 목표가 생겨 꾸준히 노력할 수 있었다”며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주일에 5번 이상 헬스장에 출석하면 매우 뿌듯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러한 바디프로필 촬영은 성취감과 자아 존중감을 얻게 한다. 전 센터장은 “MZ세대는 겉으로 보여지는 요소도 상당히 중요하게 고려한다”며 “바디프로필 유행은 이러한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센터장은 “바디프로필 유행은 외모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도 결합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바디프로필의 유행을 통해 성역할 고정관념이 해체되는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엿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이전에 여성들은 수동적이고 연약한 존재로 묘사됐다”며 “반면 최근 바디프로필의 유행으로 근육질의 도전적인 여성이 미디어상에서 보여진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전에 여성이 근육질의 몸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은 금기시 됐다”며 “바디프로필에서 강인한 여성은 순종적이고 대상화된 여성상에 대해 일정 부분 도전성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사회) 교수도 “헬스를 비롯한 바디프로필의 유행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약화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헬스 열풍, 그 어두운 이면

하지만 헬스 열풍은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먼저 헬스 열풍은 현대 사회의 낮은 자존감을 반증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전 센터장은 “20대를 포함한 청소년기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로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며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민감한 특성이 있다”며 “헬스를 하며 본인의 몸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적 특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강도의 헬스를 진행한 김찬호(24) 씨는 “헬스를 하며 나보다 더 몸이 좋은 분들을 보면서 오히려 더 강박적으로 몸을 비교하게 됐다”며 경험을 말했다. 김 씨는 “분명 헬스를 하면서 타인보다 좋아진 나의 몸을 보며 자존감을 얻게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타인보다 더 좋은 몸을 갖고자 하는 동기는 비교 의식으로 이어져 결국 열등감을 안겨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학우도 “헬스를 하며 이상적인 몸에 대한 갈망으로 남들과 나의 몸을 비교하는 습관이 형성됐다”며 “헬스를 한다는 것은 일종의 과시를 위한 행위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바디프로필 촬영을 위해 무리한 식단 조절을 동반한 헬스는 기립성 저혈압과 생리불순 그리고 식이장애와 같은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에 대해 한양대학교 창원한마음병원 특수간호팀 정소희 간호사는 “바디프로필 준비 등으로 인한 무리한 헬스로 저혈압을 호소하며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며 “심지어 극단적 헬스와 식단으로 실신해 응급실에 실려오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박 학우도 “바디프로필 촬영으로 집중적인 헬스 이후 오히려 요요 현상이 왔다”며 전했다. 이러한 부작용들을 두고 정 간호사는 “장기간 극단적인 식단과 무리한 헬스를 병행하는 것은 건강에 매우 치명적이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과도한 헬스는 신체에 치명적인 부상을 초래할 위험을 갖고 있다. 김 씨는 “과도한 헬스로 추간판 탈출증이라는 만성 질환을 얻게 됐다”고 사연을 털어놨다. 김 씨는 “나의 근육과 골격 상태에 맞지 않는 고중량을 다뤘다”며 원인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요즘 다양한 헬스 유튜버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초보자들이 헬스 유튜버의 주장을 종종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헬스 유튜버 영상을 보고 초보자도 고급자 기준에 맞춰 헬스를 하다보니 부상이 생기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최근 유행하는 헬스 유튜버의 방송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극단적인 식단을 병행한 헬스를 지양해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바디프로필 열풍으로 여성에게 외모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성적 대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1년 여성의 비만율(26.9%)은 남성의 비만율(46.3%)보다 2배 가까이 낮았다. 이를 두고 이(스포츠) 교수는 “남성보다 여성 비만율이 낮고 여성 운동 참여율이 높은 것은 한국 사회에서 외모와 몸매에 관한 평가와 압박감이 여성에게 더 심하게 작동하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사회) 교수는 “헬스에 관한 광고를 보면 매우 남성적이다”며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은 굉장히 성적 대상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비판했다.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헬스 수요로 자질이 부족한 헬스 트레이너가 무분별하게 배출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씨는 “최근 헬스 산업의 급격한 발전으로 무분별하게 헬스장이 생겨나고 트레이너들이 양성되고 있다”며 “운동을 시작한 지 불과 7개월 된 회원이 트레이너의 제의로 곧바로 트레이너가 되는 경우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박 학우는 “헬스 트레이너들은 회당 5만원에서 7만원이라는 고액의 강습료를 받는다”며 “그런데도 헬스 업계에서 비전문적이고 비윤리적인 사건들이 종종 일어나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학우는 “헬스 트레이너가 사적인 만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환불을 시도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환불 규정을 소비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설계해 환불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개인 강습을 마무리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헬스 산업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윤리적이고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건강한 헬스를 위해서는

이렇듯 헬스 열풍은 자아 존중감을 향상시키고 건강을 유지하고 성적 고정관념을 약화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존재한다. 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헬스로 오히려 건강이 악화된다거나 헬스 산업에 대한 낮은 서비스 수준에 대한 일각의 지적도 공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헬스를 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리하거나 극단적인 헬스를 지양하고 일상 속에서 헬스를 지속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 김 씨는 “헬스 유튜버들의 방송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적절한 강도로 운동해야 한다”며 “그랬다면 내 허리는 멀쩡했을 것이다”며 강조했다. 헬스는 기본적으로 중량을 이용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위험성을 내포한다. 때문에 이(스포츠) 교수는 “초급자는 필수적으로 전문적인 트레이너에게 개인 강습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한국은 초등과 중등 그리고 고등교육 모두 체육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며 “바람직한 헬스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헬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학우는 “바람직한 헬스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인과 비교해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관해 전 센터장은 ‘자기 자비’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자아 존중감’이 자신의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이라면 ‘자기 자비’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타인을 의식해 강박적이고 극단적으로 헬스에 임하기보다는 헬스 그 자체를 진정으로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건강한 헬스는 ‘자기 자비’를 통해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헬스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몸이 무엇인지에 관한 진지한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몸을 해치는 운동은 운동이 아님을 기억하자. 김 씨는 “헬스는 health라는 말로 원래 건강이라는 뜻이다”며 “지금은 그 헬스가 원래의 어원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헬스가 무엇인지에 관해 생각할 때다. 과연 지금의 헬스는 health인가?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