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보건복지협회의 ‘청년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성 인식 조사’ 통계에 따르면 청년세대의 65%가 비연애 중이며 그중 70%가 자발적으로 비연애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OECD 합계 출산율 꼴찌를 기록하며 수많은 출산 장려 정책들이 발의됐지만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지자체들은 이제 연애 장려 정책까지 펼치기 시작하고 있다. 인구가 적은 농촌이나 소도시에서 시작된 연애 장려 정책은 이제 경기도 여주 그리고 세종특별자치시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연애도 대체하는 시대

청년세대의 절반 이상이 비연애 중임에도 불구하고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하트시그널’부터 ‘환승연애’까지 ‘연애’는 새로운 흥행보증수표로 자리 잡았다. 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는 날로 상승할까?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와 비연애라는 통계적 괴리가 발생한 이유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대리 만족 수단으로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김한상(사회) 교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해 “사랑이라는 원초적인 본능에 대해 약육강식의 면모로 갈등과 경쟁을 보여준다”며 “시청자들에게 재미 요소를 극대화하고 연애의 어려움과 설렘의 감정을 대리 경험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시청층인 젊은 세대가 연애 욕구를 콘텐츠 시청으로 대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홀로 사는 삶이 인정받게 된 것도 연애 감소와 관련이 있다. 1980년대 전체 가구 중 4.8%에 불과했던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며 30%를 넘어섰다. 증가 추세에 따라 주택 형태와 소비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인 가구 전용 아파트와 주택이 지어지고 소형가전제품이나 소포장 즉석식품 등에 대한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늘어나는 반려 인구 또한 연애의 필요성을 저하한다. 반려 문화는 사람 간 통제에 어려움을 수반하는 연애보다 효율적으로 다가온다. 이선이(사회) 교수는 “혼자도 살만한 사회에서 비효율적이고 고비용이 드는 연애를 택할 이유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가 연애하지 않는 이유

MZ세대라 불리는 청년 세대들의 대표적 특징으로는 효율과 개인주의를 들 수 있다. 과도한 경쟁주의에서 자란 청년 세대는 실패에 두려움이 크다. 따라서 완벽한 선택으로 효율을 추구하고자 한다. 완벽하고 이상적인 상대를 만나지 못하면 연애하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세대를 아우르는 개인주의 성향은 연애보다 비연애의 효용을 더 크게 느끼게 한다. 이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청년기 남성과 여성의 친밀한 관계가 중요한 사회적 규범으로 작용했다”며 “자율성을 중시하는 현대의 청년 세대들은 사회적 규범의 영향에 구애받지 않고 연애를 주체적으로 선택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의 배경에는 사회적 변화의 영향이 크다. 줄어든 가족 구성원의 수로 인해 심화한 개인주의 성향은 독립적인 젊은 세대를 만들었다. 부모의 풍족한 지원과 소비 그리고 높은 교육열은 삶의 기준치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과도한 교육열로 비롯된 경쟁구조에 덮친 저성장 시대는 현세대의 연애 열의를 상실케 했다. ‘시사I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30.8%가 ‘경쟁이 나에게 활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64.2%는 ‘경쟁이 나를 피로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이 응답 경향은 ‘결혼 의향 없는 미혼’ 집단에서 더 짙어진다. 이들 집단은 ‘경쟁이 나를 피로하게 만든다’는 응답에 75.1%까지 몰려들었다. 결혼 의향 없는 미혼 집단은 경쟁이 한국 사회에 끼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강하게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서 경쟁은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60.4%에 달했다.

호정화(사회) 교수는 “과거에는 나를 희생하며 연애하고 가족을 형성했지만 지금 세대는 그렇지 않다”며 “경쟁적이고 실수를 두려워하는 사회 분위기 또한 연애에 더욱 신중을 기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심동현(21) 씨는 “연애는 만남뿐만 아니라 이별이라는 결과를 통해서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는 현 세태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인 이행기가 지체되는 현상도 영향을 미친다. 독립에 대한 기대와 준비 수준이 높아지며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높은 기대 수준을 충족하기 이전까지 연애를 비롯한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려 한다. 이 교수는 "과거 고성장 시대에는 미래에 잘 살 수 있는 희망이 있었다”며 “현재는 고용 불안정과 과도한 경쟁주의로 미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연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 

우리나라에서 남녀 간의 결합은 근대 이전까지 집안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됐다. 근대를 거치며 핵가족 이념의 대두와 개인주의화라는 사회적 변화를 수반하며 자유연애를 통한 결혼 구조가 자리 잡았다.

그러나 현세대에게 연애하고 결혼하며 아이를 낳아 기르는 생애 모델 전반은 붕괴했다.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만나거나 이혼 남녀가 등장하는 등 부끄럽게 여겨지던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호 교수는 “복합적인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연애관 또한 변화하고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교통통신 기술의 발전 이전 불가능해 보였던 장거리 연애의 보편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직 우리나라 제도 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비혼 동거나 동성 커플의 규모 또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65.2%에 달했다. 2년 전 조사 때보다 5.5%p 증가한 수치다. 비혼 동거 찬성률은 2012년 45.9%에서 2022년 65.2%로 10년 새 20%p 가까이 늘었다.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4.7%에 달했다. 해외에서는 PACS 제도와 같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기도 하며 새로운 연애관에 대해 제도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1년간 연애를 이어오고 있는 대학생 정연정(21) 씨는 “연인 관계는 더 많은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를 성장시킨다”며 “평소 느낄 수 없는 풍부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하(심리) 교수는 “내재적 동기 개념에서 인간의 기초적인 심리적 욕구는 자율성과 유능성 그리고 관계성이 있다”며 관계성에 대한 욕구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연애는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삶에서 연애라는 관계가 가진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더욱 늘어나는 비연애 선택자들을 배제할 수 있다. 김(심리) 교수는 “관계적 욕구는 본능의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지만 연애는 결혼처럼 사회적 규범의 성격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연애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연인 간에 발생하는 책임과 의무는 이것이 사회적 규범의 영역임을 나타낸다. 현세대는 연애라는 규범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더욱 자율적인 관계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다.

연애하지 않는 청년세대를 위한 각종 연애 장려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청년세대의 상황과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연애 장려 정책들은 연애를 결혼의 선결 조건으로 생각한다. 연애가 필수가 아닌 선택의 영역이 된 현시점에서 결혼의 전제 과정으로서 연애에 접근하는 정부의 시각이 올바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왜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하지 않는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Tip.

성인 이행기: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의 급격한 전환이 아닌 교육과 훈련을 통해 안정된 직업을 위해 탐색하는 시기

PACS(Pacte Civil De Solidarite): 시민연대계약 혹은 공동생활약정의 의미로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두 이성 또는 동성 성인 간의 시민 결합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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