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두렵다. 오랜 꿈인 영화가 두려워 도망친 곳이 학보사다. 사실만 쓰면 되는 기자 일이 딱히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유년시절부터 대학까지 잦은 글쓰기 과제로 글공장과 다를 바 없었던 필자에게 한두 장짜리 글을 생산하는 것이야 누워서 떡 먹기처럼 여겨졌다. 또한 인생 그 자체였던 영화도 포기했는데 무엇이 두려울까. 부조리한 사람들 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미친개처럼 진실만을 보도할 자신이 있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힌츠페터처럼 모두가 꺼리는 현장에 목숨 걸고 싶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기자’라는 자만감을 가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학보사에 지원했고 역시나 합격이었다. 

 뭔가 잘못됐다. 막상 와보니 필자는 글 공장이 아니라 실수 공장이었다. 논리구조부터 기본 작법까지 모든 게 문제였다. 글은 빨리 쓰는 편이었으나 수정할 부분이 많아 늦게 완성됐다. 또한 취재나 퇴고 과정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많이 해 인터뷰이나 편집장에게 자잘한 폐를 끼쳤다. 결함투성이 기사를 쓰는 근본적인 이유는 학보를 완성하는 모든 과정을 얕봤기 때문이다. 훨씬 기사를 잘 쓰는 선배 기자들이 밤을 새우면서까지 본인 기사를 넘어 학보 자체를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에 오만했던 필자가 창피했다. 학보 하나엔 수많은 사람의 애정과 노력이 들어간다. 기사 하나의 무게는 무서울 정도로 무거웠다. 

 ‘기자’라는 꿈이 두려워져 포기했다. 하지만 학보사에선 도망치지 않았다. 초심으로 돌아가 진심으로 학보사 일을 해보고 싶었다. 먼저 필요한 것은 주제 파악이었다. 사회문제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학교에는 무관심했다. 필자의 위치는 대학의 언론사라는 것을 자각한 후 초심으로 돌아가 소재 선정부터 퇴고까지 모든 과정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임했다. 솔직히 밤새워 같은 글을 수백 번 고치거나 취재라는 사회생활을 반복하는 건 재미없고 여전히 실수도 잦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은 건 아무도 진심을 몰라줘도 최선을 다하는 동료 기자들 때문이다. 

 필자보다 사안이 무거운 기사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지는 동료 기자들의 책임감은 경이롭다. 한 장짜리 기사가 학교 기구에 끼치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학교 기관의 잘한 점만 보도하고 싶을 만큼 학우들의 불편 사항을 다루는 것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같아 무섭다. 하지만 우리는 학생사회를 대변하는 ‘학보사’이기에 두려움에 맞서 써야 할 기사를 꿋꿋이 써 내려간다. 이러한 학보사의 경험은 필자를 다시 영화 앞으로 데려다 줬다. 아무리 두려워도 더 이상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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