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메타버스가 신기술이자 혁명이라고 찬양한다. 메타버스가 마치 인터넷 혁명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투자자는 이에 동조했고 관련 펀드는 불티나게 팔렸다. 다수의 기업 또한 마찬가지로 메타버스에 공격적 투자를 감행했다. 지난 1월 개최된 소비자 가전 전시회 2023(이하 CES 2023)’의 주요 화두 역시 메타버스였다. ‘칼리버스’는 상점을 꾸몄고 ‘피아트’는 메타버스 스토어를 선보였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메타 모빌리티’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들의 메타버스는 전혀 새롭지 않다. 대다수 기업이 AR 혹은 VR 등 기존의 기술을 이름만 바꿔 재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메타버스에 신사옥을 지어 사무실을 옮겼다. 모바일 게임 회사 ‘컴투스’ 또한 온라인 사무실로 개편을 앞두고 있는 등 기업의 온라인 사무실 비율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메타버스 재택근무는 메신저나 공유문서에 접속해 업무를 보는 기존방식과 별 차이가 없다. 굳이 추가된 점을 꼽자면 메타버스 ‘아바타’ 하나뿐이다. 아울러 현재 사용되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기존 플랫폼과는 차별점이 없다. 그들은 출시한지 10년이 넘은 저사양 게임 속 세상이 메타버스라 주장하고 있다.

기업이 쏘아 올린 공이 정부에 도달한 것일까. 정부 역시 메타버스 열풍에 올라타 기업과 마찬가지로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만 붙여 양산형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대세에 휩쓸려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메타버스 전략은 그 체계와 내용이 모호할 뿐더러 관련 법안 또한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국내 메타버스 관련 예산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정작 가시적이면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놓은 사례는 드물다.

메타버스는 못 박아 정의하기 힘든 '회색지대'다. 구체적이어야 할 기술적 개념이 모호하게 정의되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해 관점에 따라 이상적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기업과 정부는 메타버스라는 그럴듯한 단어에 ‘시공간 초월’과 ‘언택트’ 그리고 ‘K-‘ 등의 미사여구를 붙여 홍보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현재 진정한 메타버스를 꿈꾼다면 그 실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시기 또한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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