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시 현장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의대생을 배출한 학교가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라는 말이 떠돌았다. 대학가에 부는 의대 선호 현상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다. 의대 선호 현상은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최근 그 양상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실제로 올해 진행된 대학 정시모집에서 서울대의 합격 정원 대비 28.8%가 최종 등록을 포기했다. 의학 계열에 복수 지원해 합격한 이들이 빠져나간 결과다. 카이스트 등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4곳에서도 최근 5년간 자퇴생 1천여 명 중 80% 이상이 재수나 반수를 통해 의대에 입학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교육부의 첨단 신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 대학 학과 신설 및 증진 독려와 이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이는 비단 대학가만의 분위기가 아니다. 학원가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초등 의대반’까지 등장했다. 어려서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의대에 입학할 수 없다는 학원들의 ‘불안 마케팅’이 통할 만큼 의대 선호는 국민들의 심리 기저에 자리 잡았다.

의사는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명예와 돈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최고의 직장으로 비치고 있다. 의사와 비슷하게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다른 분야의 박사들보다 급여 수준이 2배 이상으로 높다는 것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사의 평균 연봉은 2억3천70만 원이다. 반면 공공기관 연구원을 기준으로 박사급 연구원의 경우 평균 연봉이 5천만 원에 불과하다.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쏘아 올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정규직 연구원 1인당 평균 보수는 9천5백95만 원에 그쳤다.

지난달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의대 쏠림 현상 극복을 위한 다양한 인재 양성을 역설했지만 문제의식이 부족할 뿐더러 방안도 추상적이다. 그나마 제시된 지방대학 지원은 첨단학과 신설 등의 지엽적인 해결책에 그쳤다. 이것만으로는 수험생들의 인생이 걸린 진로 선택을 바꿀 수 없다.

물론 최상위권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을 당사자의 경제적 욕심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안정을 추구하겠다는 선택 또한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의대 쏠림 현상은 인적자원의 불균형 문제를 넘어 사회의 활력과 결부된 사안이다. 도전을 꺼리고 실패를 두려워하게 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과학기술 시대로의 변화에 대처해야 할 현재 국가 경쟁력은 하락은 예견된 미래다. 정부와 대학 그리고 기업이 모두 힘을 합쳐 국가적 미래 전략을 세우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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