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2월 22일 로즐린 연구소에서 복제 양 돌리의 탄생을 발표했다. 세상은 체세포 이용 포유동물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상식이 깨졌다는 점에 크게 주목했다. 미숙한 단계의 배아세포로 진행됐던 이전의 생명 복제에서 나아가 성인 양의 체세포에서 새로운 배아세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돌리의 탄생을 위해 2백77마리에 달하는 양들이 희생됐고 돌리조차도 만 6년 7개월 만에 진행성 폐질환으로 안락사됐다는 사실은 쉽게 잊혀졌다.

 돌리는 품질 좋은 식용 가축을 공장처럼 찍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가운데에서 탄생했다. 돌리 이후 생명복제는 빠르게 발전했고 현재 하마를 제외한 모든 동물의 복제가 가능하다. 동물 복제는 빠르게 사업화 됐다. 반려동물과의 유대감을 지속하고자 반려동물 복제 수요는 늘어났다. 공식적인 숫자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반려동물 복제 전문 업체 ‘비아젠’의 매니저는 벌써 수백 마리에 달하는 반려동물이 복제됐다 밝혔다. 그러나 개 한 마리를 복제하기 위해 최소 대리 출산견 열 마리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은 여전히 주목받지 못했다.

 비인간의 영역에서 붕괴된 윤리는 인간 복제의 영역에서는 건재해보였다. 복제 인간의 탄생은 현재 기술로 충분히 실현 가능하지만 이를 비웃듯 인간은 스스로의 지능을 모방한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현재 쿠팡의 물류센터에서는 인간 노동자 대신 무인 로봇 수백 대가 24시간 효율적으로 일하며 제작 시간 및 비용을 단축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을 모방한 버츄얼 휴먼 등 인간을 대체하는 사업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매체에서만 접했던 ‘대체’에 대한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

 일자리를 뺏기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인간의 의해 생산된 돌리에 오류가 발생하자 조용히 폐기됐듯 복제품은 자본주의 시장 구조 내에서 필요에 따라 생산된다. 단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대량의 고품질 제품을 얻기 위한 인간의 욕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원본은 스스로 얼마나 돈이 되는 상품인지 어필해야 한다. 원본이 원본의 단점을 제거한 복제품에 승리할 리는 만무하다. 인간의 기능을 복제한 기술을 발명한 인류가 곧 기술로서 대체될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동물과 인간 그리고 기계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 돌리의 개발로 시작된 당연해진 ‘복제’는 윤리의 경계 또한 허물고 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발전된 과학 기술이 인간과 기계 중 더 뛰어난 것을 택할지도 모른다. 인간이 상품이 되지 않기 위해 인간성에 대한 질문은 필연적이다. 복제 양 돌리의 말로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미래다. 돌리의 탄생 당시 던지지 못했던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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