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고시반 학우들은 습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있다
고시반 학우들은 습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있다

기획처는 도서관 지하 고시반 이전 추진계획을 밝혔다. 현재 지하 고시반은 공부 환경이 열악하고 안전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어 이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획처는 남제관을 이전 장소로 고려하고 있다. 이에 고시반 학우들은 남제관의 미약한 방음 시설과 공부 여건을 문제로 고시반 이전에 있어 반대입장을 밝혔다. 남제관에는 이미 ‘양지현’반 일부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지만 오히려 지하 고시반보다 만족도가 낮은 상태다.

도서관 지하 고시반의 문제점
도서관 지하에 위치한 고시반은 ▲하수도 악취 ▲해충 ▲환기 등의 문제가 있다. 입구에 위치한 하수도에는 외부 오물이 유입돼 악취와 함께 해충 번식의 원인이 되며 내부 환기 시스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학우들이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 이에 학교 측에서는 방역을 통해 일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다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고시반 내부 시설 개선은 이전 계획을 들어 진행되지 않는 실정이다. 본 보 591호에 다뤘던 내용 중 이종관(정치외교·4) 학우는 “지하 깊숙이 위치해 있어 기본적으로 환기가 되지 않는데 출입문을 열 수 없어 매우 답답했다”며 “학교에서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획처는 자체 시설 점검 결과에 따라 고시반 내부구조가 안전에 위험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내부 구조가 미로형이기 때문에 1백 명 가까운 학우들은 위급 상황 시 빠르게 대피하는 것이 불가능해 재난 대피에 취약하다. 기본적으로 건축물은 양방향 피난이 가능하도록 설계돼야 하나 지하 고시반은 출입구가 하나 뿐인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작은 사고에도 탈출구가 적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시설팀 오기환 주임은 “지하 고시반의 좁은 구조상 위기상황에 패닉현상이 유발되어 더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제관의 상황
기획처가 이전 장소로 제시한 곳은 남제관이다. 학교측은 학교 공간이 부족해 남제관 외에 지하 고시반을 이전할 수 있는 규모의 안전한 장소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제관은 음악관련 동아리와 가까이 위치해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수납공간이 부족해 ‘양지현’반 학우들은 공부에 필요한 많은 책들을 책상에 쌓아두고 공부하고 있다. 또한 고시반 내부에 토론학습실이 따로 마련되지 않아 학생들의 스터디도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일부 학우들은 오히려 지하 고시반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서관 지하에서 고시를 준비하는 ‘아현재’반 실장 김지현(금융공학·4) 학우는 “지하 고시반이 환경이나 안전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더 조용한데다 책들을 수납할 수 있어 남제관 보다 공부할 여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서관 지하 고시반을 남제관으로 이전할 경우 위에 언급된 문제와 더불어 남자 기숙사에 여학우들이 출입해야 문제도 발생한다. 남제관에서 생활하는 학생들과 고시반 학우들의 입장 차이를 중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15일 기획처 회의가 있을 예정이지만 고시반 학우들이 만족할 수 있을만한 개선안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지현’반을 담당하고 있는 김상일(경영) 교수는 “지난 고시반 이전 논의에서는 학교 측의 일방적으로 이전을 통보하는 느낌이 있었다”며 “만약 고시반이 이전 돼야 한다면 지금보다 열악하지 않은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 의견수렴의 부족
도서관 지하와 남제관에 위치한 고시반의 문제가 확실함에도 해결되지 않는 것은 기획처와 학생들간의 소통부족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획처에서는 수년에 걸쳐 고시반 이전을 생각하고 있었고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는 학생의 안전에 있다. 반면 학생들은 공부환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 입장 차이를 좁히기 힘든 실정이다.

도서관 지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안전문제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제시하는 대안이 고시반 학우들의 공부환경을 고려하지 못해 이전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김지현 학우는 “지하 고시반 환경문제와 더불어 안전문제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며 “공부하기 적합한 환경을 제시해 주지 않아 이전에 동의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처 김승권 팀장은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이전을 결정했다”며 “차후 학생대표와 행정 담당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이전 장소를 확인하고 협의를 진행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초부터 고시반 이전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 졌으나 진전이 없다. 담당 교수들과 논의만 진행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학생 의견은 수렴되지 않은 상태다. 김 학우는 “고시반 학생들에겐 단순히 공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학교 측에서 고시반 내 설문이나 간담회를 통해 학생의견을 수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전에 동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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