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12월 26일 퀴리 부인이 ‘라듐’을 발견했다. 라듐은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내는 새로운 원소로 주목받았고 몸에 좋다고 여겨졌다. 라듐을 이용한 치료부터 라듐 초콜릿 그리고 라듐 생수에 이르기까지 라듐의 사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였다. 그러나 라듐은 빛 좋은 개살구였고 이를 가까이한 사람들은 방사선 피폭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라듐의 위험성을 널리 알린 이들은 일명 ‘라듐걸스’다. ‘라듐걸스’는 1917년 전후로 ‘U.S. radium corporation’의 공장에서 도색 작업 중 피폭 당한 여성 노동자들을 의미한다. 공장에서 라듐이 섞인 야광 페인트로 군용 야광 시계나 계기판을 칠하던 이들은 야광 페인트를 붓에 묻혀 덧칠하기에 혀를 대고 붓을 다듬는 ‘립 포인팅’ 작업을 했다. 1923년부터 턱뼈가 괴사하거나 피부가 찢기는 등 의문의 병에 걸리는 노동자들이 나타났지만 회사 측은 개인적 질병으로 치부하며 사실을 은폐하고 증거를 조작했다.

퀴리 부인의 남편 피에르는 1903년 영국왕립학회 강연에서 소매를 걷어 화상 흉터를 보여주며 “라듐이 중추신경에 작용하면 마비나 죽음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노동자들은 야광 페인트의 성분마저 공개하지 않던 회사 측에 맞섰다. 14년의 소송전을 끝으로 마침내 1939년 회사는 라듐에 의한 질병임을 인정하고 ‘라듐걸스’에게 보상한다. 하지만 50명이 넘는 ‘라듐걸스’가 끔찍한 고통 속에 죽고 난 뒤였다.

‘라듐걸스’ 사건처럼 화학물질로 인해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사건이 최근 있었다. 지난달 '1, 2, 4-트리하이드록시벤젠(이하 THB)'이라는 성분이 포함된 염색 샴푸가 유행성 논란을 겪었다. THB 성분은 피부 감작성을 일으킬 수 있고 잠재적인 유전독성을 가지고 있다. 유전독성은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때 유전자가 변형의 가능성이 있다. 유전자 변형은 유전자 손상이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알츠하이머나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유전자 손상은 자손에 유전될 수도 있다. 논란의 상품 중 하나인 모다모다 측 대표 배형진 씨는 "THB는 유전독성 확정 물질이 아니다"며 "본사 샴푸로 인해 부작용 사례가 나오면 충분히 보상하겠다"며 무책임한 말을 남겼다.

‘라듐걸스’ 사건은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돈으로만 책임지려는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라듐걸스’는 14년의 공방 끝에 보상받았지만 ‘라듐걸스’가 겪은 피폭의 고통은 여전했다. 염색샴푸의 소비자들도 지금 당장은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추후 피해가 발생한다면 보상받더라도 부작용에 따른 고통은 보상이 불가능하다. 사람의 고통을 돈으로 보상하려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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