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마약사범을 수사하던 경찰이 마약 중독자가 된 사례가 방송에 소개된 바 있다. 거대 마약 판매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위장 잠복수사를 벌이던 중 판매상들의 의심을 피하고자 한 단 한 차례의 투약이 중독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마약은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기 충분하다. 이에 우리나라는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이유로 마약을 강력히 규제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려오는 마약 관련 소식들은 현재의 제도가 다변화되고 있는 마약류 범죄 양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문가들 또한 저가형 신종 마약의 등장과 마약 유통체계의 변화 등 새롭게 나타난 범죄 양상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수사 기관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마약류 범죄에 보다 효율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범정부적 차원의 통합 기구가 설치 및 운영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류 전담 기관으로는 ▲검찰 ▲경찰 ▲관세청 ▲식약처 등이 있지만 이들은 각자의 수사 범위가 모호하고 분산돼있어 체계적으로 범죄에 대응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반면 미국은 법무부 산하의 DEA(마약단속국)가 마약류 범죄를 전담한다. 현재 검찰과 법무부는 이를 참고해 별도의 수사국 설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정치적 갈등 탓에 관련 논의가 지체되는 상황이다. 범죄 양상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수사기관의 설치에 대해 보다 실질적이고 속도감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제도 또한 개선해야 한다. 마약류 범죄는 중독성으로 인해 재범의 확률이 매우 높지만 이들의 사회복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의 주인공도 대리운전 기사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치료비용 또한 범죄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보다 덜하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치료에 1달러를 투자하면 범죄로 인한 비용을 최대 7달러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운영하는 마약중독재활센터는 단 두 곳으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국가는 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마약류 중독재활 등의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 차원의 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다. 사전적인 예방을 위해선 개인 스스로가 마약류에 대한 통제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보건법이 개정돼 마약류에 대한 의무교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을 비롯해 대학생과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 활동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공익광고 및 홍보가 이뤄져야 하며 학교와 직장 그리고 지역사회 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

이미 마약이 일상 속 깊숙이 침투한 지금 이를 극복하고 다시금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되찾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는 모른다. 그러나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마약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인식과 함께 마약 없는 밝은 세상을 향한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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