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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대통령보다 낮지 않고, 거지보다 높지 않다" 문화일보 정치부 야당반장 이해완 기자를 만나다
  • 김민좌 기자
  • 승인 2022.11.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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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대통령보다 낮지 않고, 거지보다 높지 않다" 현재 문화일보 정치부 야당 반장 차장으로 근무 중인 이해완 씨가 2006년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문장은 권력을 복종하지않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는 그의 신념을 담고 있다.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신념을 품고 기자로서 살아가는 그를 직접 만나봤다.

Q. 자기소개 부탁한다.

우리 학교 미디어학부를 졸업한 후 스포츠조선 기자부터 MBN 기자 그리고 바른정당 부대변인과 당 대표 보좌관을 역임한 후 현재는 문화일보 정치부 야당 반장 차장으로 근무하는 이해완이다.

Q. 아주대학교 미디어학부를 전공했다. 전공 요람을 살펴보면 아주대학교 미디어학부는 이공계다. 기자를 꿈꿨는데 그 전공을 택한 이유가 있는가?

A.남들이 모두 오른손을 들면 홀로 왼손을 드는 성격이다. 누구나 좋다고 하는 걸 따라가는 것은 성미에 잘 맞지 않는다. 1998년 미디어학부는 뉴미디어 및 IT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로 전국에서 처음 도입된 학부였다. 누군가 가본 길은 재미없었고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의 눈밭을 걷는다는 기쁨이 컸기에 미디어학부에 진학했다.

Q. 기자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미국과 호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만연한 인종차별로 기자의 필수 덕목인 비판의식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단순히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불합리한 차별과 대우를 경험하며 이 세상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많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러한 경험이 비판의식을 요구하는 기자가 되게 만든 것 같다.

Q. 지금까지 다양한 기사를 작성해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나 취재가 있는가?

A.체험기자 경험이 나만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만들어갔던 것 같다. 체험을 통한 보도만큼 솔직하고 정직한 것은 없다. 기자 생활 초창기 때 스포츠 조선에서 ‘이해완 기자가 간다’라는 코너를 개설해 서울컬력션에서 모델로 런웨이에 서보기도 하고 연예인 매니저와 보디가드 그리고 드라마 보조 출연 등을 체험하며 해당 직종의 애로사항과 보람 등을 진솔하게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이때 ‘기자가 간다’ 코너 반응이 좋아 타사에서 비슷한 코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후 MBN에서는 국립발레단 발레리노와 덕수궁 수문장 등을 경험하고 체험기를 보도하기도 했다. 실수를 연발하는 바람에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것이 참 기억에 남는다.

Q. 기자로서의 생활과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A.기자는 우리 사회를 비추는 ‘등불’과 같은 존재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룩한 민주화 그리고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꿈꾸신 ‘문화 대국’의 업적도 사실 언론의 비판 및 감시 그리고 부스팅(boosting) 기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한류와 관련된 저서를 2권을 냈다. 즉 기자는 단순히 기사만 작성하는 것이 아닌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학문적 연구에도 참여하는 등 특정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도 한다. 기자라는 직업이 워라벨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보람을 크게 느낄 수 있기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Q. 최근 기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A.타성에 젖은 기성 언론으로 인해 생긴 현상이다. 어느 순간부터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되며 뉴스에 대한 판단 가치가 흑백논리로 흘러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서 중심을 지켜야 할 언론이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양극화를 부추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언론은 언론대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자정 노력을 해야 하고 정치권 등에서도 통합과 갈등 조정을 위한 노력을 수반해야 기자의 인식이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Q. 기자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투철한 사명감이 가장 중요하다. 언론인은 다른 직종에 비해 월급이 많거나 근무 환경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내 이름과 얼굴을 걸고 쓴 기사가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과 실천 그리고 희열을 느끼지 못한다면 언론인으로 살아가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Q. 프로필을 보면 “기자의 힘은 제보! 주시는 제보 성심껏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고 작성돼있다. 이런 프로필을 설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A.MBN 기자 시절 모 의원이 보좌진을 상대로 월급을 착취하는 등 ‘갑질’을 한다는 익명의 전화 제보를 받았다. 전화가 걸려 왔을 당시 현충원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되던 현장을 취재하고 있었기에 제보를 받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그날따라 전화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제보 전화를 바탕으로 의원들의 갑질 현장을 단독 보도할 수 있었다.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보좌진 월급 착취가 있었기에 해당 의원들은 이후 징계를 받고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다. 해당 경험을 통해 2016년 방송기자 연합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이라는 성과도 얻었고 제보가 주는 힘을 절실히 느꼈다.

Q. 과거 아주대학보 인터뷰를 보면 ‘기자는 대통령보다 낮지 않고, 거지보다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 현재도 그 말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나?

A.당연하다. 기자 생활하면서 가장 전투력이 강해지는 순간은 권력자를 만날 때다. 그들과 공생도 하지만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도 함께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때 기자의 존재 이유를 크게 느낀다. 그리고 동시에 독자나 시청자들의 눈은 우리에게 가장 자극을 주면서 두려운 부분이다. 결국 기자 역시 독자나 시청자와 공생하면서 견제를 받고 있다.

Q. 앞으로 다루고 싶은 기사나 취재가 있는가?

A.과거 어느 기자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불치병 환자들의 애환을 다루는 체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자는 병원의 도움을 받아 몸을 꽁꽁 묶은 채 그들의 삶을 직접 체험했다. 그 기자는 자신의 체험기에서 그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지 상세히 기술했고 해당 기사를 본 나는 눈물을 흘렸다. 이 체험 기사는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갔고 실제로 환자들의 처우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크게 움직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사를 쓰고 싶다.

Q. 최근 뉴닉이나 닷페이스처럼 다양한 형태의 언론이 늘어나고 있는데 읽는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는가?

A.기성 매체를 뛰어넘는 독립 언론의 탄생은 언제나 환영한다. 다만 취재는 인력과 장비 그리고 자본력이 있지 않으면 공정한 뉴스를 생산하기 어렵다. ‘펜은 총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검증되지 않은 1인 미디어에서 조회수를 노리고 ‘카더라’ 형식의 보도를 할 경우 누군가는 해당 보도로 명예가 훼손되거나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지만 좋은 기자는 아무나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언론들도 자신들의 글과 미디어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Q. 최근 언론 특히 글을 쓰는 언론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러한 언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새로운 시대 변화에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언론의 역할은 백 년 후에도 지금과 같을 것이다. 이때 가장 큰 과제는 뉴스가 어떤 그릇에 담기는지이다. 종이신문 시대는 미디어 환경의 급변에 따라 위축되고 있다. 따라서 콘텐츠를 어떠한 미디어에 담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전자신문을 통해 독자에게 서비스하는 날도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 환경을 누가 더 빠르고 잘 준비하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 생각한다.

Q. 현재 언론인을 꿈꾸는 많은 학우가 메이저 언론사를 꿈꾸지만 어떻게 인턴 생활을 해야 하고 지원해야 하는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 조언할 부분이 있는가?

A.기자는 ‘기록할 기’와 ‘놈 자’를 쓴다. 즉 ‘기록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기자의 기본 소양은 필력이다. 나는 신문 독자투고를 애용했다. 사회적 비판 의식을 담은 글을 언론사에 투고하고 이후 내 이름이 달린 글이 지면에 실리면 그것을 확인하는 성취감이 컸고 동기부여가 됐다. 원고료도 받을 수 있었고 내가 쓴 글을 각 언론사의 데스크가 수정 해줬기에 고쳐진 부분을 보며 글 쓰는 노하우도 배우는 일거양득의 기회가 됐다.

A.우리 학교에 입학할 때 학교에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젊음만 가져오십시오. 나머지는 아주대가 책임지겠습니다”였다. 이렇게 묵묵히 길을 닦고 있는 선배가 있으니 젊은 패기를 믿고 언론계에 과감히 도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다. 기자는 쉽지 않은 길이지만 분명 의미 있고 보람찬 여정이 될 것이다.

이 동문은 인터뷰를 하며 후배들에게 선배들이 길을 만들어놓을 테니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수없이 강조했다. 또한 우리 학교가 50주년을 맞은 만큼 이름처럼 진정한 아시아의 중심 대학이 되기 위해 학문의 근본이 되는 철학과 언론학에 대해서도 고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의 바람이 이 기사를 통해 우리 학교에 전달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민좌 기자  rlaalswhk12@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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