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한 남성이 입사동기였던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3년간 스토킹했으며 피해자가 가해자를 불법촬영 등의 혐의로 고소했음에도 신변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이 드러나자 대중은 분노했다. 앞서 4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이 국회에 회부됐지만 사건 후 이틀이 지나서야 여야는 본 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법률은 최근에야 제정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21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의 제정 전까지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로서 처벌됐다. 금연구역에서의 흡연 행위와 쓰레기 무단 투기 등과 같은 범죄로서 여겨져 온 것이다.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고서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관련법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부터 꾸준히 존재했다. 스토킹처벌법 내 가장 큰 허점은 바로 ‘반의사불벌죄’였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에 있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려는 취지지만 가해자가 피해자로 하여금 합의를 강요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지적받았다. 실제로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후 스토킹 신고 건수는 증가했으나 3건 중 1건이 피해자의 처벌불원서 제출로 기각됐다. 이에 대한 원인을 전문가들이 가해자의 협박 또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진단하는 가운데 이번 신당역 사건에서 또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며 재차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다. 미흡한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개선과 피해자 보호법이 선행됐다면 현재의 비극과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었다. 일각의 비판을 무시한 정부의 무관심이 곧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고 만 것이다. 그리고 스토킹 법률이 국회에 발이 묶인 동안 최소 4명의 여성이 스토킹 가해자에게 목숨을 잃었다.

스토킹 범죄가 멈추지 않는 상황 속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정치권에서는 막말과 책임공방이 오갈 뿐이었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상훈 서울시의원은 시정 질문에서 신당역 사건에 대해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여러 가지 폭력적인 대응을 남자 직원이 한 것 같다”는 망언을 내뱉었다. 일련의 흐름에 대한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도 모자랄 상황임에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자행한 것이다. 또한 여야는 본 사건의 책임을 여성가족부의 잘못이며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다.

스토킹처벌법과 관련된 법적 논의는 물론 논쟁적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그동안 안일했던 태도를 반성하고 보다 활발하게 관련 논의를 거듭해야 한다. 스토킹을 비롯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뜨거운 이 시기에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기는 행태는 결국 또다른 피해자를 낳을 것이 뻔하다. “살아서 퇴근하고 싶다”는 추모의 벽의 한탄을 정치권은 결코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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